가진 것 없는 사람들 끼리 얼기설기 살면서 세상을 지탱하듯, 바퀴 안의 가녀린 은빛 살대는 비바람에도 끄떡없는 새집처럼 안으로 완강하게 버티고 섰다.
힘 좋은 사내의 굵은 심줄 같은 울퉁 불퉁한 바퀴는 세상에 못 갈 곳 없는 박진감으로 탱탱하다.
견고한 역삼각형 위에 얹은 안장은 세상의 안락함을 맛볼 수 있도록 조직화돼 있다. 그 아래 소형 무궤도 열차는 공룡의 등뼈처럼 유연함을 간직한 채 출렁이면서도 팽팽하다.
옆에는 투박한 날개도 달았다. 바퀴는 또다른 바퀴를 잉태해 그 깊은 인연으로 자전거를 탄생 시켰다. 사람이 두 팔을 벌려 바람을 안으며 달릴 수 있도록 만든 요상한 물건. 그것은 인간이 만든 예술품이었다. 이로인해 걸을 줄만 알았던 인간은 두 바퀴의 마술에 점차 빨려들어 가고 있다.
세련되고 야무진 자전거의 위대함은 인간의 직립보행에 점차 속도를 내게 했다.
처음 자전거를 보았을 때, 걸을 때의 가쁜 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두려움부터 없애야 한다. 그것에 올라타 넘어지려할 땐 넘어지려는 그 방향으로 맹수같이 저어 가야 한다.
그것은 놀라움이고 신기함이다 . 격하게 바퀴의 날개를 저으면 두 바퀴는 대지의 팍팍함을 할퀴고 미끄러져 간다.
날개의 저음으로 무릎의 뻐근함이 솟구치고 그 지속됨이 깊어질수록 육중했던 몸은 대지에 가볍게 내려앉는다.
땀방울이 살점을 타고 속옷을 적실 때 그 비릿하면서도 짜릿한 쾌감은 솜털조차 멋스럽게 만든다.
손가락 사이로 밀려드는 바람도 만져볼수 있다. 심신의 침몰로 몸을 일으킬 수 조차 없고 문득 바람을 가르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를 때.
자전거로의 오름은 행복이고 환희다.
오롯이 다리의 힘으로 저어가고 나아감은 봄볕보다 더 강한 자유다.
강릉의 자전거 길은 아침 이슬을 머금은 거미줄처럼 선명하다. 그 길이 지천으로 꽃피었다. 5월의 화사함이 온몸으로 퍼지는 날. 아파트 계단 옆 소 코뚜레에 묶여 있는 위대한 예술품을 일으켜 경포 호수로 달려가보자.
강릉/홍성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