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 하나에 모든 것이 하나씩만 존재하는 로타섬. 공항 하나, 학교 하나, 전망대 하나, 아름다운 비치 하나, 그렇게 하늘에서 내려다 본 로타섬은 마치 무인도와 같았다. 코발트 빛 바다가 연이어 이어지고, 야자수 늘어진 해안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는 낭만을 꿈꾼다. 모든 것이 한가하고, 모든 것이 평화로운 섬. 그 평화의 섬에서 삶의 진정한 휴식을 찾았다.
● 모든 게 오직 하나밖에 없는 평화의 섬
하늘 위에서 로타섬 공항으로 착륙하는 순간, 과연 이 작은 섬에 어떤 새로움이 존재할까 기대 반 두려움 반이었다. 공항을 빠져 나와 로타섬의 오직 하나뿐인 로타리조트로 향한다. 길은 호젓하기만 하고 모든 볼거리와 관광지는 대개 30여 분 내에 다다를 수 있다. 공항, 테테토비치, 베테랑 비치, 시내 중심가인 송송 빌리지, 일본군 포대진지, 버드 생추어리 등 로타섬의 하이라이트는 모두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 안에 자리하고 있다.
시리도록 푸른 밤하늘, 남태평양의 그 묘한 밤을 잊을 수가 없다. 황홀한 기억을 지우기도 전에 새벽은 다가온다. 남국 야자수 아래의 낭만을 품에 안고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침의 푸른 하늘은 밤의 그것과도 확연히 차이를 가져온다. 그것은 쪽빛 바다처럼 진한 잉크 색과 같은 군청의 강렬함이다. 섬 북쪽 지대는 남쪽 지대에 비해 고도가 높아 모든 곳에서 바다가 시원스레 보인다. 태평양이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는 아주 낯설고 참으로 먼 곳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뭉게구름과 어우러진 파란 하늘의 축복 속에 드라이브에 나선다. 도시의 지루한 일상에 지친 사람들, 일탈과 한적한 평화를 원한다면 숨어 지내기에도 그만인 곳이다. 섬 서쪽으로 이어지는 작고 아담한 비치에는 방갈로 홀로 자리한 야자나무 아래, 고요한 파도 소리만 찰랑거린다. 산호조각이 펼쳐진 화이트 비치, 테테토 비치의 야자수 아래로 고요한 남국의 행복한 바다 소음들이 울려 퍼진다.
♥ 베테랑 비치를 지나면서 작은 둔덕이 나타난다. 먼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그곳은 사이리가이 곶. 그 언덕을 지나면 저 멀리 웨딩케이크 마운틴(Wedding Cake Mountain) 아래로 아담한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로타섬 유일의 다운타운이다. 이름도 사랑스러운 송송(Songsong) 빌리지다. 흥겹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 다녀도 좋은 한적한 바닷가의 시골 마을이다. 학교 하나, 은행 하나, 피자 하우스 하나, 일식 집 하나, 모두 독자적인 색채를 지닌 자신만의 얼굴색으로 딱 하나씩 어우러져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아기자기하게 펼쳐진 마을을 시원스레 조망할 수 있는 언덕, 송송 룩 아웃(Look Out)에 올라본다. 마을 뒤편에 좁게 난 골목길과 낮은 산길을 돌아 십 여분을 비포장도로로 따라 올라가면, 양쪽으로 시원스레 펼쳐지는 바다가 일품인 송송 빌리지 전망대에 도착한다. 순간 한 마리의 갈매기가 되어 그대로 바다 위를 날고 싶은 심정이 드는 곳이다. 마을을 굽어보는 십자가 아래로, 아담한 송송 빌리지의 골목길 구석구석까지 마을 이곳저곳을 세세히 관찰할 수 있다. 소방서, 경찰서, 학교 운동장의 소란스러움까지 남태평양의 작은 섬마을 이야기가 파도 소리처럼 나지막이 들려온다.
● 화이트 비치와 열대정글의 고향
이 작은 섬에 정글도 존재한다면 과연 믿을까? 호기심이 발동하자 섬의 남쪽, 정글 지대를 향해 차를 몰았다. 2차 대전 일본군 포대 터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정글이 이어진다.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길을 덮치고, 열대 우림의 정글 속으로 새소리와 산짐승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굽이진 산속을 돌고 돌아, 좁고 습한 정글을 한참을 달린다. 돌밭과 비포장길을 교대로 달리자 진흙길이 나타났다. 두려움과 함께 예상했던 대로 차량은 깊은 진흙탕에 빠져 헤어 나오질 못한다.
통신두절, 인기척도 없는 정글에서 길을 잃었고 차는 진흙 속에 빠져있다. 작은 공포감이 몰려오지만, 이내 다시 마을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생각뿐. 적어도 한 시간 이상은 걸어야 마을이 나타날 듯한데, 차를 버리고 무작정 SOS가 가능한 송송 빌리지를 향해 걷는다. 온몸은 땀투성이가 되고, 따가운 태양 아래 좁고 험한 길을 하염없이 걷는다. 한 시간 이상을 걸었을까, 저 멀리서 차량 한대가 달려온다. 원주민이 나타난 것이다. 차량을 세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자 차량이 있는 곳을 가보자며 신속히 달려준다. 옥곡 폭포와 아페푸냐 곶이 있는 전망대 인근 오션 로드 쪽의 좁고 가파른 바닷길을 조심해야 한다. 습한 진흙길에 빠지면 차량을 꺼내기 힘든 곳이다. 공포감을 불식시키고 전열을 가다듬어 길을 나선다. 비포장길을 달려, 마리록 곶과 하이나 곶을 지나 섬 북단 버드 생추어리(Bird Sanctuary)로 향한다.
♥ 버드 생추어리는 가파른 절벽 아래로, 로타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 서식하는 온갖 새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야생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곳은 시원스레 펼쳐진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바다 가까이 좀 더 지척에서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직접 내려가 보는 것도 좋다. 십 여분 가량 절벽 아래로 내려가면 좁은 정글이 펼쳐지고, 정글을 지나 바다가 나타나면 사람의 인기척에 놀란 새들이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순간은 장관이다. 괌 혹은 사이판에서 30인승 중형 세스나기로 날아가게 되는 로타섬, 하늘에서 바라보면 조각배와 같아 보이는 작은 섬이다.
어둠이 내리면서 로타리조트 내 컨트리클럽의 퍼시피카 레스토랑에 앉아 와인 잔을 기울인다. 보랏빛으로 물들어 가는 서쪽 하늘을 바라보면 누구나 남국의 코코넛 트리의 아름다움에 취할 것이다. 남태평양을 향한 테라스 티키티키(Tikitiki)에서 펼쳐지는 선셋 바비큐와 시원한 맥주 맛은 오래도록 기억의 촉수에 남을 것이다. 깨알 같은 산호 조각이 끝없이 펼쳐진 화이트 비치와 오르락내리락하는 작은 구릉들, 열대 정글과 새들의 낙원으로 이루어진 남태평양의 작은 섬 로타. 이름처럼 여성스럽고 앙증맞은 이 섬은 하루 이틀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골프 마니아나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신혼 여행자는 휴식을 즐길 줄 아는 진정한 여행자라면 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섬에서 바다와 이야기하고, 하늘의 별들과 친구가 되어 속세의 온갖 때를 말끔히 씻어내도 좋을 것이다.
♥ 로타섬 가는 방법 ♥
사이판이나 괌으로 가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한다. 바로 국내선 터미널에서 로타행 비행기를 갈아탈 수 있다. 하루 오전, 오후 두 편을 운항하는 프리덤에어나 컨티넨탈항공을 이용하면 한 시간 만에 로타에 도착한다. 공항이나 로타리조트에서 아일랜드 렌터카와 버짓, 에이비스 등의 렌터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 글.사진 함길수 자동차탐험가 -
첫댓글 매우 낭만적인 곳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