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이야기입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가세가 기울어 끼니 걱정할 정도가 되자
자식들은 굶길 수 없다며
부모님은 외갓집으로 우리 형제들을 보냈습니다
부농은 아니지만, 논마지기 농사는 있으니
애들 밥이라도 굶기지 말자는 결단이었지요
그 시절에는 흔한 일이라서 이야깃거리도
아닙니다만
어른이 된 지금 다른 건 기억이 잘 안 나도
자기 몸보다 더 큰 건전지를 노란 고무줄로 칭칭 동여맨
트랜지스터라디오에서 새벽마다 나오던
일기예보는 지금도 생생해요
동해파고는 몇 미터고 남해는 풍랑이 있고
저기압이 발달하고 고기압은 어쩌고
경쾌한 연주와 함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흘러나오면
외할아버지는 들에 나가실 차비를 한 체
들으시지요
그러다 나랑 눈이라도 마주치면 혼잣말로
“오늘 날씨가 좋으니 어미가 너희 데리러 오려나”
그렇게 중얼거리시곤 하셨답니다
몇 번 그런 말을 듣다 보니 어린 맘에
날만 좋으면 엄마가 오는 줄로 알고 일기예보만
나오면 귀 쫑긋 듣던 일이 새록새록 기억납니다
요즘도 가끔 새벽에 나오는 일기예보를 들을 때는
바쁘게 달려오는 걸음 소리가 들린답니다
오향
첫댓글 일기예보에 이러한 기억이 담겨 있으시군요~
짠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