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집짓는 자여, 그대가 보였다-싯다르타의 깨달음
금강좌에 앉은 싯다르타는 애욕(kamachanda)과 선하지 못한 감정(byapada)을 떠나 사유(vitakka)와 숙고(vicara)를 갖춘다. 그러자 애욕을 떠남에서 생긴 환희(piti)와 행복감(sukha)이 가득한 선정의 첫 단계(초선정, 初禪定)에 도달한다. 이어 사유와 숙고마저 고요해지자 마음이 하나로 집중된 상태(일념집중, ekaggata)가 된다. 삼매에서 생겨난 환희와 행복이 가득한 선정의 두 번째 단계(이선정, 二禪定)에 도달한다. 이어 환희에 대한 탐착마저 떠나 담담하게 바라보자 지극한 행복감으로 충만해진다. 선정의 세 번째 단계(삼선정, 三禪定)에 도달한 다. 그러자 무한한 맑고 깨끗한 평정한 상태가 온다. 이것은 선정의 네 번째 단계(사선정, 四禪定)인 지극한 청정함이다. 보살은 맑고, 고요하고, 부드럽고, 무엇에도 장애를 받지 않아 자유로워졌다. 이제 보살은 사선정의 말을 타고 무한시공을 거침없이 달려 나간다.
1. 초야(初夜, 오후6시~밤10시)에 일어난 일
밤이 어둠의 장막을 드리우자 보살은 샛별처럼 빛나는 마음을 돌이키면서 보름달처럼 은은하게 반조하기 시작한다.
‘삶의 모든 고통과 즐거움은 원인이 있다. 원인이 되는 지난날은 어떠했을까?’
보살은 전생의 삶을 기억하는 앎을 얻기 위해 자유롭고 흔들림 없는 마음을 쏟고 기울였다. 그러자 갖가지 형태로 살았던 지난 삶들이 선명히 눈앞에 펼쳐졌다. 어둠이 사라지고 첫 번째 빛이 밝아졌다. 보살은 마음을 자유자재로 움직여 자기와 다른 중생들의 무수한 과거 생을 아는 숙명통(宿命通, 숙명지宿命智라 하기도 한다)을 얻었다.
2. 중야(中夜, 밤10시~새벽2시)에 일어난 일
밤이 깊었다. 북두칠성이 뒤집어져 은하수를 쏟아낸다.
‘모든 삶에는 결과가 있다. 중생들은 죽어 어떻게 되는 걸까?’ 보살은 하늘의 눈으로 죽음 너머의 영역을 살펴본다. ‘저 중생은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험한 말과 못된 마음씨를 쓴 까닭에 힘든 삶을 받는구나. 저 중생은 선한 행동을 하고, 곧고 부드러운 말씨로 따뜻하게 마음을 쓴 까닭에 좋은 삶을 받는구나.’
어둠이 사라지고 두 번째 빛이 밝았다. 보살은 한밤중에 맑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중생계의 죽고 태어나는 모습을 낱낱이 아는 천안통(天眼通, 생사지生死智라하기도 한다)을 얻었다.
3. 종야(終夜, 새벽2시~아침6시)에 일어난 일
새벽 밤하늘에 유성이 흐른다. 먼동이 터온다. 날이 희끗이 밝아온다.
‘고통스런 생사의 굴레에서 끝없이 윤회하며 중생들이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은 바로 번뇌 때문이구나.’ 보살은 번뇌를 없애는 앎을 얻기 위해 맑고, 고요하고, 더러움 없고, 부드럽고, 자유롭고, 흔들림 없는 마음을 쏟고 기울였다.
‘이것은 괴로움이다’ 라고 사실 그대로 바로 알고,
‘이것이 괴로움의 일어남이다’ 라고 사실 그대로 바로 알고,
‘이것이 괴로움의 사라짐이다’ 라고 사실 그대로 바로 알고,
‘이것이 괴로움의 사라짐에 이르는 길이다’ 라고 사실 그대로 바로 알았다.
그리하여 애욕의 번뇌에서 마음이 해탈하고, 존재의 번뇌에서 마음이 해탈하고, 어리석음의 번뇌에서 마음이 해탈하고, 모든 번뇌에서 해탈했다는 것을 스스로 알았다(해탈지견).
어둠이 사라지고 세 번째 빛이 밝았다. 번뇌와 고통은 사라졌다. 청정한 삶은 완성되었다. 보살은 모든 더러움이 말끔히 사라진 누진통(漏盡通, 누진지漏盡智라 하기도 한다)을 얻었다.
눈을 떴다. 샛별이 마지막 빛을 사르는 동녘 하늘로 붉은 태양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나는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였다.”
싯다르타가 세상에 오신지 35년, 진리를 찾아 집을 나선지 6년째인 기원전 589년 4월 보름날(이 날을 웨삭 데이, Vesak Day라 한다)의 일이었다.
이 복된 소식이 천상계에 전해지자 무수한 천인들이 남섬부주의 보드가야 깨달음을 이룬 자리로 몰려든다. 모두 손에 천화(天華, 하늘나라의 꽃)를 들고 보살이 계신 곳을 향해 뿌리려 한다.
깨달음을 얻으신 부처님은 아침 햇살로 붉게 물든 대재 위에서 사자처럼 당당하게 선언하신다.
번뇌는 모두 사라졌다
번뇌의 흐름도 사라졌다
더 이상 태어나는 길을 따르지 않나니
이것을 고뇌의 최후라 하노라
이어서 부처님의 가슴에서 저절로 울려나오는 노래가 있었으니,
부처님의 오도송 Bodhi Gatha
Anekajati samsaram 아네까자띠 삼사랑
Sandhavissam anibbisam 산다윗상 아닙비상
Gahakarakam gavesanto 가하까라캉 가웨산또
Dukkha teak punappunam 두카자띠 뿌납뿌낭
Gahakaraka! dittho'si 가하까라까 딧 토 시
Na Punageham kahasi 뿌나 게항 나 까하시
Sabba to phasuka bhagga 삽바떼 파수까 박가
Gahakutam visamkhitam 가하꾸땅 위상키땅
Visamkharagatam cittam 위상카라가땅 찟땅
Tanhanam khayamajjhaga. 딴하낭 카야맛자가
많은 생을 거치면서 나는 방랑하였네,
이 집(오온)을 지은 자를
찾으려 했지만 찾지 못했네,
반복되는 탄생은 괴로운 일이라
오, 집 지은 이(갈애)여, 그대가 보였다.
그대 다시는 집을 짓지 못하리,
그대의 서까래(번뇌)는 부서졌고
그대의 대들보(무지)는 다 흩어졌으니
마음은 조건화되지 않은 것(열반)을 얻었으며
갈애의 끝은 이루어졌다네. -지산스님 번역
In vain I searched for this Home Builder
Running round and round in circles of rebirth
Painful is the rebirth inexhaustible
Oh, Creator Home, now I know
You will not be able to make home again
All roof I have broken
all the joints you have, I unload.
My inner now reached a state of nirvana
And ended all desire passions.
온 세상에 드리운 그늘이 사라져 찬란한 빛으로 가득 찼다. 대지와 강물은 기쁨으로 요동치고, 구름처럼 모여든 천인들은 일제히 꽃을 뿌린다. 부처님 머리 위에 천상의 일산이 받혀지고, 흩날린 꽃잎이 무릎까지 쌓인다. 허공에 감도는 미묘한 향기, 하늘나라 악사인 간다르바(Gandharva)의 연주와 다키니(Dakini)들의 우아한 춤. 천재일우의 일대 장관을 연출한다.
깊으신 지혜, 음성마저 아름다워라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 얻어
최고의 가르침 말씀하시니
저희들이 공손히 예배합니다,
이 세상을 위해 자비심 일으켜
등불이 되고 의지할 곳 되시고자
깊이 박힌 독화살을 스스로 빼고
다시 이 세상 훌륭한 의사 되셨네,
먼 옛날 디빵까라 부처님(연등불, 燃燈佛) 뵙고
큰 자비심 일으켜 일체를 위하시니
세존은 세상의 연꽃 같아
삼계의 진흙에도 물들지 않으셨네,
마라도 견고한 마음 훼방하지 못했네,
금강과도 같아 부술 수 없어라
가을날 보름달처럼 깨끗하셔라
삼천대천세계를 비추는 지혜의 빛을 쫓아 갠지스 강의 모래알처럼 많은 보살과 천인들이 몰려와 부처님을 찬탄한다.
끝없고 평등한 오묘한 법계
모두 여래의 몸으로 가득 찼건만
취함도 없고 일어남도 없는 영원한 적멸에서
모든 생령 귀의케 하고자 세상에 출현하셨네,
진리의 왕 부처님 세간에 출현하시어
가장 높고 바른 교법 세우시나니
여래의 경계는 끝이 없고
세간에도 자재하시니 위없다 하리
부처님 공덕은 견줄 이 없으며
그 상호와 광명 시방을 비추시나니
위대한 성인 세존의 가르침은
맑은 눈으로 밝은 구슬 보는 것 같아라
어떤 세계 어떤 중생도
부처님의 공덕은 헤아릴 수 없나니
무명의 온갖 어둠 단숨에 없애버리고
가장 높은 지혜의 단으로 뛰어오르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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