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인간은 모두 썩어 가는 거지, 그렇지?"
"그렇겠지."
"썩어 가는 데는 여러가지 형태가 있겠지.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있어서 그 선택의 수는 굉장히 한정되어 있는 것 같아. 기껏해야......두세 가지 정도."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 어차피 썩는 거 아니냐구. 안 그래? 그래도 사람은 계속 변하지. 변화하는 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나는 몰랐었어.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지. 어떤 진보도 어떤 변화도 결국은 붕괴의 과정에 불과하다고 말이야. 틀린 걸까?"
"틀리지 않은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신바람 나서 무(無)로 향하려는 인간들에게 한 조각의 애정도 호의도 가질 수가 없어."
"문제는 자네 자신이 변하려 하고 있다는 거지. 안 그래?"
"맞아."
무서울 만큼 조용한 몇 초가 흘렀다. 10초 정도였을 것이다.
"인간이라는 건 말이야, 놀랄 만큼 서툴게 생겨 먹었지. 자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도 훨씬 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973년의 핀볼'에 나오는 구절이다.
으음..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정체는 진정 뭘까..
정말 썩어가기 위한.. 無가 되기 위한.. 그 과정의 형태에 불과한걸까..?
학교 영어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무 과거를 보아도 안되고, 너무 미래를 보아도 안된다고..
과거에 집착하면 그만큼 잃는 것이 많아질테고..
너무 미래에 대한 걱정을 깊이하면, 결국 인간의 삶의 끝은 '죽음'이기 때문에.. 허무해진다는...
그래서.. 인간은 현재에 가장 최선을 다하여 살아야한다고..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런데.. 너무 현재를 중시하다보면, 자칫 쾌락주의로 빠져들 확률이 높지 않을까..
아무튼.. 중요한건 인생의 끝은 누구나 "죽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그 죽음에 한발씩 다가가고 있으며, 그것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불변의 진리인 것이다..
어떤 진보도 어떤 변화도 결국은 붕괴의 과정에 불과하다..
어쩌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 내 친구와 보충수업 3교시를 제끼고..
은행에 가서 이루마 공연 티켓 입금을 하고..
김밥이랑 오뎅국도 사먹으면서.. 이런 얘기를 했었다.
내가 먼저 물었다.
"꿈이 뭐지? 밤에 꾸는 꿈.. 프로이드 말처럼 또다른 자아가 활동하는건가.. 그건 너무 막연해. 어쩌면 꿈속의 내가 진짜 '나'인지도 몰라."
"뭐 이런 말도 있더라~ 지금 우리 인생이, 사실은 100년은 아주 짧은 시간에 불과한 세계에서 그냥 여행 온거라는..."
"그럼 내가 여기 왜 왔지?? 분명 뭔가 이 세계에 온 이유가 있었을텐데.."
"놀러 온거지 뭐.ㅎㅎ"
"그럼 놀면 되잖아. 왜 이렇게 하기 싫은 공부나 하고 살아야되는거야-_- 이 세계에 온 목적이 놀러 온거라면 말이지."
"그러게.ㅎㅎ"
"그래도 뭔가 이유가 있어서 이 세계에 온거라면.. 한번쯤 그냥 살아보고 가는것도 괜찮을지도 몰라^^"
이것이 내가 사는 첫번째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이유이다.
거리에서 나누어준 샘플 로션을 버리긴 아까워서 그냥 한번 써보는 것 처럼..
살아가는 별 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지금 죽어도 나에겐 여한이란 없으니..
그냥 별 다른 일 없이 그냥 이렇게 학교 갔다가..
학원 갔다가.. 집에 와서 컴퓨터하고... 이젠.. 또 수험생...
뭐 이런 생활이 내가 썩어가는 한 형태일지도 모른다.
어찌보면 참.. 허무하다.. 모든 것이...
카페 게시글
태엽감는 세계
허무하다...
오시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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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88
04.02.07 00:44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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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썩어가? 내 따블스폰지 케익은 분명 구름과자에 석어있겟지만.. 뭐든 변하지 않는건 없지만.. 좋은거또 있다고요~ 된장은 발효되고,김치는 맛나게 익어가고 거기서 거기지만서도.. 헤헤 ^^; (뭐~나는 그렇타!! 말이 쉽다고!!)
너무 과거를 보아도 안되고, 너무 미래를 보아도 안된다고.. 과거에 집착하면 그만큼 잃는 것이 많아질테고.. 너무 미래에 대한 걱정을 깊이하면, 결국 인간의 삶의 끝은 '죽음'이기 때문에.. 허무해진다는... (답이될수있겠네요,,,) 그래서.. 인간은 현재에 가장 최선을 다하여 살아야한다고..
생물학적인 측면으로 보자면 아무래도 붕괴되어간다고 말할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우리의 삶자체가 추구하는 형이상학적인 문제도 있는 것이자나요. 그런 부분에서는 꼭 눈에서 사라졌다고 해서 모든것이 붕괴되고 썩었다고 표현할수는 없을거 같아요^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조숙하시군요. 멋져요. 오시마상님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오시마상님은 여한이 없으시다 하시나, 님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리쉽게 죽을수는 없을것이외다. 이번년도 수능시험준비 열심히 하시길....-.-;
사는데 이유가 필요한가요? - _ - ....
확실히 좋은말 같네요.. 나름데로 이해도 가구요...
이 세상에 존재하며 무엇인가에 대해 슬퍼하고 기뻐할수 있다는 것..자신의 마음이 무엇에 대해 느낄수 있다는 것..그 자체가 제 삶의 가장 큰 축복이라 생각합니다..님의 글과 상관없는 얘기처럼 들리시겠지만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