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호사를 누리다니.. 청주 시민들이 부럽습니다
이현숙 입력 2021. 07. 18. 20:30 댓글 111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시작하는 청주 아트 투어를 추천합니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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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 넓은 마당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고 전시 작품를 함께 볼 수 있다는건 기분좋은 행복이다. |
ⓒ 이현숙 |
숨 고르기가 필요한 때다. 팍팍한 일상에 느낌이 있는 시간이 언제였나. 마음을 채우고 자신을 살펴주는 일을 잠깐 잊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 지도상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는 교육의 도시로 알려진 청주.
수도권은 물론이고 전국 어디서든 교통과 지리적 접근성이 좋아서 하루쯤 후딱 달려가 볼 수 있는 예쁘고 단아한 도시, 이곳에서 무심한 듯 알찬 쉼과 여유로움이 가능하다. 지난 5월 중순, 청주를 방문했다.
한가한 평일, 미술관에서 사색에 잠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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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 옆으로 붙어있는 대형 맛집에서 띄엄띄엄 앉아서 누려보는 브런치 타임 또한 빠뜨릴수 없는 즐거움이다. |
ⓒ 이현숙 |
도시지만 시끌벅적하지 않아서 좋다. 한가한 한낮이라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귀하게 시간을 누려야 하지 않을까.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 과천, 덕수궁, 청주 이렇게 네 곳에 있다. 한때 연초제조창이었던 넓은 부지를 2018년 12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으로 오픈했다. 예전의 담배 공장이 그 모습을 뒤로하고 이렇게나 멋진 발상의 미술관으로 탈바꿈하다니 놀라울 수밖에. 국내 최초의 수장형 미술관이다.
내가 방문했던 당시, 총 5개 층으로 구성된 전시관을 보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했다. 물론 주말엔 현장에서 수시 입장도 가능하지만 인원 제한이 있었다. 지금도 사이트에서 전시 관람 예약을 하면 된다(링크).
여기선 기다리는 시간도 멋질 수 있다. 모던한 미술관 앞의 넓은 잔디 광장을 거닐거나 벤치에 앉아 바람과 햇살의 평온함을 즐기는 건 특별한 경험이다.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미술관은 재미있는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미술관 옆으로 이어진 건물에 핫한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있어서 잔디 광장을 내다보며 느긋하게 맛있는 시간도 가져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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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난 예술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 벅차오를 수 있다. |
ⓒ 이현숙 |
5개 층으로 이루어진 미술관은 관람객이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도록 공개하여 '개방'과 '소통'을 위한 '열린' 미술관을 지향한단다. 엄청난 예술 작품들을 충분히 둘러보고 나면 상상력을 자극받고 알 수 없는 위로와 풍성함으로 뿌듯해진다. 평일 한낮에 이런 호사를 누리다니... 도시 속에 이렇게 품격 있는 미술관을 품고 있는 청주 시민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이기도 하다(입장료가 무려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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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담뱃잎 보관창고였던 것이 시민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된 청주 동부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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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바로 옆쪽으로 나가면 1960~1970년대 한국 산업화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는 옛 청주 연초제조창의 담뱃잎 보관 창고였던 7개 동이 시민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되어 있다.
'동부창고'는 그 시절 청주와 그 인근에 사는 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져온 청주의 대표적 산업체였다. 이제는 근대문화유산으로서 보존 가치가 높은 건물로 시민들에게 열려 있는 문화공간이다.
그 뒤편의 미로처럼 경사진 골목으로 올라가면 드라마 촬영지로, SNS 명소로 이미 유명세를 치렀던 청주의 마지막 달동네 벽화마을인 수암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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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를 상징하는 예쁜 물길 무심천은 변함없이 늘 유유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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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함께 한 역사, 무심천과 상당산성
청주를 감싸고 있는 상당산성으로 가는 길에 도심을 동서로 구분하는 예쁜 물길 무심천에서 문득 브레이크를 밟는다. '마음을 비운다'는 뜻의 무심천은 봄이면 벚꽃이 눈부시고 시민들의 산책로이자 휴식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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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를 품고 있는 상당산성의 든든함과 당당함, 그리고 견고함. 한적하게 걷기코스로 그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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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를 품고 있는 상당산성 앞에 서면 길게 이어지는 성벽과 함께 계절의 푸르름에 가슴이 뻥 뚫린다. 백제시대 방어 시설로 처음 축성되어 조선 시대에 다시 개축된 상당산성이다.
산성마다 나름의 역사나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이 길은 과거 영호남에서 한양으로 올라가는 길목이었다고 한다. 그 견고한 성벽길을 걸어보자. 분명 도심 속의 산길인데도 확실히 도심을 벗어났다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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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고난 재능과 노력으로 예술로 승화된 운보 김기창 화백의 미술관은 자연 속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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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으로, 운보의 집
이제 나들이하듯 가까운 근교로 잠깐 나가 본다. 청주 시내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의 거리에 '운보의 집'이 있다. 동양화가 운보 김기창 화백은 어릴 적 장티푸스로 인한 고열로 청각을 상실했지만 타고난 재능과 노력으로 화가로서의 역량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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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마음의 고향을 떠올리는 운보의집, 미스터선샤인 촬영지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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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구 내수읍에 위치한 운보의 집은 김기창 화백 어머님의 고향이다. 마음의 고향 같은 이곳에 정착하여 노후를 보냈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작품 활동에 전념했던 곳이다. 전통 한옥으로 안채와 행랑채, 비단잉어가 노니는 연못에 정자와 돌담이 운치 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미국 대사관 건물이었던 곳이기도 했다.
산 아래 아내 우향 박래현 화가의 작품이 함께 전시된 운보미술관은 규모가 제법 크다. 미술관을 둘러싼 야외 정원의 조각 작품이나 수석은 자연 속에서 품격을 더한다.
100년 전의 옛 청주역에서 오래된 도시 청주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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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흑백필름이 돌아가듯 향수어린 옛 청주역사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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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청주에 청주역이 있었다. 청주시청 부근의 옛 청주역이 '옛 청주역사공원'으로 복원된 철도공원이다. 기차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설렘이 생긴다. 교육도시 청주답게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기차역으로 달려오는 풍경이 와락 연상된다.
아담한 역사(驛舍)가 마치 자그마한 옛날 국민학교를 떠올리게 한다. 민트 색감의 창틀이 옛 느낌을 더한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역 광장에 서니 추억의 흑백 필름이 휙휙 지나간다. 어쩐지 가슴 뭉클하는 순간이다.
고품격의 전시, JIKJI 고인쇄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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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의 도시 청주답게 조용히 고품격의 전시를 볼 수 있는 JIKJI 고인쇄 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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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 청주다. 예향(藝鄕)이라 할 만큼 문화자원이 풍부하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많다. 또한 20년 넘도록 비엔날레를 개최하고 있기도 하다. 숲으로 둘러싸인 고인쇄박물관을 빠뜨릴 수 없다.
청주는 1377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을 간행한 고장이다. 독일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78년이나 앞섰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기억해야 할 긍지다(2001년 9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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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유롭게 돌아보기 좋은 곳들이 곳곳에서 기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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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설명할 곳이 많이 남아있는 청주다. 미호천변의 성곽 정북동 토성은 요즘 일몰 시 멋진 실루엣 컷을 위해 사진가들이 찾아드는 장소다. 템플스테이와 석가모니 진신사리로 유명한 사찰 용화사, 역대 대통령들의 여름 휴가지이자 대청호반의 산책로 청남대...
어디 이뿐인가. 로하스 해피로드 대청호 오백리길,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 오창 호수공원, 세종대왕이 한글 창제 마무리와 안질 치료를 위해 머물렀다는 초정행궁(椒井行宮), 청주 역사의 산 증인 성안길과 중앙공원, 청주만의 맛집 삼겹살거리, 사람 냄새 물씬한 전통시장인 육거리 시장, 점점 핫해지는 감성 가득 운리단길... 곳곳이 '갬성(감성)' 넘치는 핫스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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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로 진입하는 길에 펼쳐지는 플라타나스 길. 오래전 부터 아름다운 길로 알려진 청주 가로수길은 많은 드라마를 통해서도 알려진 길이다. 초록이 무성한 지금 더욱 멋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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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두리번거리면 보물찾기처럼 다가갈 곳이 나타났다. 시종일관 흥미롭다. 마음도 말랑해지고 행복 지수도 높아진다. 기댈 곳 없어 혼자 우두커니 서성일 때 어쩌다 하루쯤 떠났다가 결핍을 채우고 흐뭇하게 돌아올 수 있다.
이곳 청주 출신 도종환 시인이 그의 시 '동행'에서 말했듯 '먼 길 가다 만난 나무처럼 / 지친 몸 기대게 해 줄 푸른 그늘 있다면' 그럴 때 떠올려 보는 곳, 맑은 고을 청주.
덧붙이는 글 | 브라보마이라이프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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