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일째ㅡ로마 바티칸박물관 안에서...
외갓집 가는 길
푸른 들길 따라 걷는다
고개를 숙일까 말까 고민하는 벼들이 빼곡히 줄지어 있고
몇 평 될까 말까 한 텃밭이 보이면
수건을 머리에 쓰고 햇감자를 캐고 계신 외할머니가 보인다
할머니를 부르며 논길을 따라 뛰어가는데
대답하고는 힘겹게 땅을 딛고 일어서시는
할머니가 수건을 흔들며 뛰지 말아라하신다
외갓집 앞마당에 들어서면
텃밭에서 할머니가 방금 캔 감자를 한바구니 가지고
흙손을 마당 샘가에 닦으시며 안아 주신다
모시 옷 뒤에 소금 꽃이 잔뜩 피어 있는 할머니에게서
감자 꽃향기가 스멀스멀 풍겨온다
배고픈 걸 눈치 채신 할머니 감자 씻어 얼른 삶아주시고
툇마루에 앉아 설탕 찍어 한 입 베어 먹는
맛있는 사진이 아직 머릿속에 그대로 인데
눈을 감으면 머리 수건 풀며 함박웃음 짓는 할머니 모습과
옹골진 감자 속이 감쳐 보이며 군침이 돈다
호 불어주던 할머니의 숨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소금꽃: 땀을 많이 흘릴 때 옷이 젖어 그 겉면에 소금처럼 지는 얼룩이
옹골지다: 실속 있게 속이 꽉 차다
감쳐보이다: 조금 겹쳐 보이는
첫댓글 긴 여행인 것 같습니다. 여행 중에도 외갓집을 떠올릴 수 있는 시인의 감성이 아름답습니다.
바티칸 시국에 계신 것 같습니다. 티베레 강가를 거닐며 시심을 다스리는 시인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유럽은 제가 4년간 근무했던 곳이라 정이 가는 곳곳입니다. 건강에 유의하십시오.
네..댓글 감사합니다! 작년 여행 사진이구요!
이미 돌아왔습니다...아,.유럽에..다른 기억과 추억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관심과 걱정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