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에도 4장부터 시작된 거룩한 성도로서 살아야 할 삶의 지침이 계속 이어집니다. 1~4절을 보겠습니다.
1 자녀이신 여러분, 주 안에서 여러분의 부모에게 복종하십시오. 이것이 옳은 일입니다.
2 "네 부모를 공경하여라" 한 계명은 약속이 딸려 있는 첫째 계명입니다.
3 "네가 잘 되고, 땅에서 오래 살 것이다" 한 약속입니다.
4 또 아버지이신 여러분, 여러분의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주님의 훈련과 훈계로 기르십시오.
가정 안에서 부모와 자식이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실제적인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부모에게 순종하고 공경하라는 말씀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편적으로 이어지는 교훈입니다. 그런데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는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자녀의 입장이나 심정을 헤아리지 않고 권위로 누르려고 하는 사람들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았기에, 사도 바울 못지않게 깨어있는 저자가 이런 지침을 내려준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람의 인격은 언제 어디서나, 무조건, 동등하게 고귀하다는 것이 현대 지구마을 사람들의 합의사항입니다. 부모와 자식도 서 있는 위치가 다르고 질서가 다른 것이지 인격은 동등합니다. 교사와 학생의 인격이 동등하고, 대통령과 소시민의 인격이 동등합니다. 에베소서의 저자가 현대인들이 공유하는 이런 인식에까지 도달하기는 어려웠겠지만, 자식을 권위로 누르려고만 하지 말고 충분한 사랑과 대화로 양육하라는 말씀이 되겠습니다. 신앙적으로나 인격적으로나 정말 바울 못지않게 성숙한 분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비판적으로 보아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마지막 문장은 어머니에 대한 언급이 없고 아버지만 거론합니다. 이것 역시 가부장적인 옛 시대의 흔적이니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공히 주는 말씀으로 받아들이면 되겠습니다. 이어지는 본문 5~9절을 보겠습니다.
5 종이신 여러분, 여러분이 그리스도께 복종하는 것같이, 육신의 주인들에게 두려움과 떨림과 성실한 마음으로 복종하십시오.
6 사람을 기쁘게 하는 자들처럼 눈가림으로 하지 말고, 그리스도의 종들과 같이, 진심으로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십시오.
7 사람에게가 아니라 주님께 하듯이, 기쁜 마음으로 섬기십시오.
8 선한 일을 하는 사람은, 그가 종이든지 자유인이든지, 저마다 주께로부터 상급을 받게 됨을 여러분은 알아 두십시오.
9 주인이신 여러분, 종들에게 이와 같이 대하고, 그들을 위협하지 마십시오. 그들의 주님이시요 여러분의 주님이신 분이 하늘에 계시다는 것과, 주께서는 사람을 차별해서 대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여러분은 알아 두십시오.
당시의 체제와 계급문화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내적으로는 동등한 인격체로 대할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본문에는 믿음의 전신갑주를 입으라는 말씀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진리로 허리를 동이고, 정의의 가슴막이를 하고, 발로는 평화의 복음을 전할 채비를 하고, 믿음의 방패를 손에 들랍니다. 또한 구원의 투구와 성령의 칼, 곧 하나님의 말씀을 갖고 늘 성령 안에서 기도하랍니다. 어두움의 세력과 맞서 싸우는 빛의 자녀요 전사로서 늘 깨어 있으라는 권면이 되겠습니다. 이어지는 본문은 작별인사입니다. 21~24절을 보겠습니다.
21 사랑하는 형제요 주 안에서 진실한 일꾼인 두기고가, 내가 지내는 형편과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그 밖의 모든 것을 여러분에게 알릴 것입니다.
22 우리의 사정을 알리고, 또 여러분의 마음을 위로하게 하려고, 나는 그를 여러분에게 보냅니다.
23 아버지 하나님과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도들에게 평화를 내려 주시고, 믿음과 더불어 사랑을 베풀어 주시기를 빕니다.
24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변함없이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은혜가 있기를 빕니다.
역시 에베소 교회라든지 교인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냥 예수 그리스도를 변함없이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은혜가 있기를 바란다는 인사가 전부입니다.
두기고라는 사람이 바울의 이름으로 된 이 편지를 들고 소아시아 지방의 여러 교회를 순회하면서 예배 때마다 편지를 읽어준 것 같습니다. 어쩌면 교회마다 일정 기간씩 머물면서 이 편지를 필사본으로 남길 수 있도록 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 편지를 들고 소아시아 지방의 교회를 순방하는 이 두기고라는 사람이 에베소서의 실제 저자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