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믹서기가 살아온 일생
- Osterizer mixser, made in U.S.A
이 믹서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제작되어 화물선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왔고 서울 서대문구의 어느 미제물건 가게에 진열되었다가 1972년 28세 한아무개라는 여자에게 구매되었다. 그 당시 28세 한아무개는 큰 돈을 주고 그 믹서기를 마련하고 한참동안 긴축하며 살았다.
한아무개의 집에 온 믹서기는 김치를 할 때 양파를 갈았으며, 때로는 토마토를 갈기도 했고 드물게 우유와 협업하여 딸기를 갈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그 믹서기가 제일 자주 한 일은 그 많던 제사 때마다 빈대떡을 만들기 위해 녹두를 갈았던 것이다
멈출 때까지 한 번도 고장난 적이 없었고, 날카로운 칼날로 주인의 손을 상하게 한 적이 없었다. 일을 마치면 소중히 씻겨져 귀하게 대접받으며 찬장 가장 중심에 놓여 몸을 쉬었으며 그 결과 장수할 수 있었다.
2021년 나박김치를 하기위해 양파를 갈다가 전선의 접촉불량으로 작동을 멈췄으며 수리비용이 신제품 구매비용을 상회하여 '고장났다'는 최종 판정을 받았다. 이 믹서기가 평생 일한 공을 기려 한아무개의 딸 최아무개가 그려서 기록하여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