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좀 이상한가?
어제 내가 시카고 시청에 가서 써 먹은 영어를 번역한 것이다.
어머니가 1월 23일에 여동생과 함께 시민권 취득 시험을 보시는데, 갑자기 아버지 사망 진단서를 준비해
오라는 우편공지가 와서 어머니와 함께 시키고 시청에 가서 사망 진단서를 떼러 가야했다.
어머니는 시카고에 오래 사셨어도 혼자서 버스타고 전철타고 시내에 안 가보셨고,
관공서 일에 대해 잘 모르시기 때문에 미국 온지 두 달도 안된 나를 동반하고 간 것이다.
한국에서도 관공서 일을 싫어하고 잘 못했던 내가 영어도 못하면서 어머니를 모시고 그렇게 중요한 서류를
떼러간다니!
어쨌거나 영어 잘 못하는 두 한국인이 무작정 시카고 시청을 주소만 보고 지도를 보며 찾아나섰다.
가족관계라는 것이 참 묘해서 어머니와 전날 안 좋았는데도 어쨌거나 함께 다녔다.
가는 중에도 전날 이야기의 2탄도 틈틈히 해 가면서.....
전철 역에 내려보니 생각보다 시청이 가까왔다. 문을 들어서자,너무나 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미국 시카고 건물의 특징은 겉에선 안 넓어 보이는 데 들어가면 엄청나게 넓다!
우선 들어가서 가장 가까운 사무실에 들어가서 아무 직원에게 내가 먼저 물었다.
"We need the certificate of death..."
사실,사망 진단서라는 말도 몰라서 집에서 미리 사전을 보고 알아왔었다.
그 흑인여자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나는 거의 안들렸고 어머니는 반 정도는 알아들으신 것 같은데,
물어본 곳에서 좀 떨어져 있다는 것 외에는 확실히 위치를 알 수 없었다.
그곳을 나와 다시 홀 가운데 있는 안내 데스크에게 물었다.
"We need the certificate of death..."
그 안내원은 잠시 묘한 표정을 짓더니 역시 긴 영어 문장으로 한참을 설명했다.
이번에도 60% 정도 밖엔 이해 못했지만,죽 가다가 아랫 층으로 내려가라는 것은 확실했다.
약간 헤매고 나서 우린 원하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변호사에게 대행했으면 아주 비쌌을 사망진단서를 직접 간 덕분에 아주 싸게 해 올 수 있었다.
그리고, 덕분에 '89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망 장소 병원과 사인과 장례식장과 화장터에 대한 정보도
진단서를 통해 모두 알 수 있었다.
당시 나는 군대미필 문제로 출국하지 못했고, 어머니와 동생은 경황이 없었고 장례식 후에 화장터와 묘지에
가지 않았기에 아버지께서 어디에 묻히셨는지 등등의 정보를 우리 식구는 아무도 몰랐던 것이었는데,
13년만에 알게 된 것이다.
아버지가 화장되어 묻히셨을 묘지는 의외로 현재 내가 머물고 있는 어머니와 동생의 집에서 10분도 안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돌아가신 병원도 집에서 전철로 불과 몇 정거장 안되는 곳에 있었다.
오늘 그 병원의 모습을 전철 안에서 볼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왔는데, 갑자기 내가 시청에서 했던 영어와 묘한 표정을 짓던 그 안내원 생각이 나면서
성령의 감동으로 깨달아지는 것이 있었다.
맞다! 우린 사망진단서가 필요하다.
오늘 시청 가서 뗀 서류는 아버지의 것이었지만, 그 안내원이 내 영어를 듣기엔 어머니와 내가 자기 자신들의
사망 진단서를 떼어야 한다는 식으로 들렸을 수도 있다.
그래서, 묘한 표정을 지었을까? 멀쩡히 산 사람 둘이 와서 자기들 사망진단서가 필요하다니....
그러나,우 린 진실로 사망 진단서가 필요하다.
어머니도 나도 주 안에서 더 자아를 죽여야 한다. 그랬으면 서로의 갈등이 없었을 것이다.
우리 인간은 사실 모두 사망 진단서가 필요하다.
특히 사역자라면 자기가 확실히 죽었다는 사망 진단서가 필요하다.
그래야 원수와 사람과 세상의 정죄와 공격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
우리 믿는 자들의 사망 진단서는 무엇인가? 예수의 십자가이며 그가 묻히셨던 돌무덤이다.
그리고, 그 죽으심과 연합하는 증거인 성만찬과 침례이다.
흥미로운 것은 사망진단서를 떼는 이 부서 이름이 Vital Records였는데,
이는 인간의 모든 인생에 대한 기록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곳은 3가지 증명서, 즉 사망진단서와 아울러 출생신고서와 결혼신고서만을 발급하는 전담부서였다.
묘하지 않은가?
똑같은 곳에서 누구는 죽었다고 신고하고 누구는 태어났다고 신고하며 누구는 결혼한다고 신고한다.
우리는 이처럼 사망진단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예수의 부활로 인해 그 보혈로 인해 다시 거듭났다는 출생신고서와
예수 그리스도의 신부가 되어 천국에 간다는 결혼신고서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