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빙수 시장의 꽃은 망고다. 멜론의 반격도 만만찮다. '빙수열전' 세 카페 이야기로 들어가 본다.
■열매가 맛있다
부산의 친환경 과일카페 '열매가 맛있다'가 부산 금정구 장전동에 처음 문을 연 것은 지난해 3월. 그리고 2호점(보수동점·2014년 1월 23일), 3호점(경성대점·3월 20일) 개점에 이르기까지 불과 1년의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열매가 맛있다'를 운영 중인 예비 사회적기업 '파머스페이스'의 서호정(33) 대표를 보수동점에서 만났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해 12월 SK행복나눔재단에서 주최한 사회적기업 콘테스트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재단은 파머스페이스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가장 잘 조화시킨 점을 인정해 '임팩트 투자 대상' 1호 기업으로도 선정해 투자와 함께 멘토링도 제공했고요."
`열매가 맛있다` 보수동점에서 근무 중인 체리 씨가 빙수 재료가 되는 멜론을 들고 사진 포즈를 취했다. 김경현 기자 view@
약간의 의문은 풀렸다. SK행복나눔재단의 파머스페이스에 대한 일부 투자가 진행된 것이었다. 경성대점 개점은 그렇게 이뤄진 것이었다. 사회적기업의 프랜차이즈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탐색한다는 차원에선 아주 귀중한 실험이 될 듯싶었다.
'열매가 맛있다'가 이만큼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눈꽃 멜론 빙수'가 있다. 그것도 국내산 소농가 멜론을 사용한 '산지 직송 착한 소비'라는 점이 남달랐다. 멜론 빙수는 지난해 부산대점에서 첫선을 보인 이래 올해까지도 그 열기가 지속되고 있다. 5월 들어서면서 평일에도 연일 품절이다. 많을 땐 하루 120개까지 판매하는 데도 말이다.
"지난해 7~9월 3개월간 매출을 기준으로 한다면 멜론 빙수 판매 비중이 70% 정도였습니다. 부산대 주변에도 망고 빙수, 눈꽃 빙수 등 다른 빙수점이 많이 들어서긴 했지만 저희들만의 특징이 있기 때문에 그다지 타격은 없습니다."
'눈꽃 멜론 빙수'를 시식했다. 냉장고에서 시원하게 보관 중인 멜론을 꺼내 한 통을 통째로 속을 파낸 뒤 다시 집어넣고 우유얼음과 팥을 더해 아이스크림을 얹었다. 멜론 자체도 맛있지만 빙수로 만들어져 색다른 맛이었다. 시원한 과일을 통째로 먹는 느낌이었다. 멜론 한 통을 먹고 났더니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게다가 이왕 먹는 빙수지만 '착한 소비'를 했다는 생각에 뿌듯함까지 전해졌다. 하지만 개당 1만 4천 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스럽진 않을까?
"순수 우리 멜론에다가 소농가 멜론을 사용하기 때문에 결코 비싸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사실상 맛있는 멜론을 구하는 게 열쇠입니다. 멜론의 경우, 현재 경남 창원 대산과 전남 곡성의 소농가로부터 공급받고 있는데 하우스 난방비 등 농가 부담도 적잖은 편입니다. 멜론도 우리가 직접 농가까지 가서 가져옵니다. 기본적으로 파머스페이스는 '농산물 유통의 거품을 빼자'는 취지에서 도매업자가 외면한 '못난이' 과일이나 소농가 과일에도 제값을 쳐주자는 것입니다."
한편 '열매가 맛있다' 3개 매장에선 취약계층도 고용하고 있다. 그로 인해 보수동점과 부산대점에선 필리핀 이주여성이, 경성대점엔 고령자 각각 1명씩이 취업 중이다. 또한 파머스페이스는 3인 가족의 일주일치 영양소가 든 종합과일꾸러미 세트, 선물용과 프리미엄 등 '네이처 박스'와 '열매 도시락'(과일)도 꾸준히 보급하고 있다.
※부산 금정구 금강로 260 2층(부산대점·070-4154-1042), 중구 대청로 63-1 2층(보수동점·051-231-4447), 남구 용소로 13번길 13 3층(경성대점·051-626-1042). 눈꽃 멜론 빙수 1만 4천 원, 눈꽃 열매 빙수 9천 원, 네이처박스 2만 5천~4만 원.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망고몬스터
지난 2월 8일 부산에선 처음으로 망고 빙수 전문점으로 문을 연 '망고몬스터'. 이정훈 대표는 망고의 매력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동남아 여행을 다녀온 이라면 망고라는 열대과일이 아주 친숙할 것입니다. 망고는 알려졌다시피 망고스틴, 체리모야와 함께 세계 3대 과일 중 하나로 손꼽히고, 비타민과 섬유질이 풍부하면서 특유의 달콤한 맛은 꽤 중독성 있게 다가올 것입니다."
'망고몬스터'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망고몬스터(망고 빙수). 생망고(필리핀산)를 갈아서 얼린 뒤 다시 대패처럼 깎은 망고 스노우, 우유와 젤라틴으로 만든 우유 푸딩, 역시 망고를 갈아 만든 수제 아이스크림, 망고 소스를 끼얹은 생망고 등을 함께 내놓았다. 생망고와 푸딩, 아이스크림을 별도로 즐기면서도 망고 빙수의 맛도 함께 즐기도록 고안했다. 다만, 빙수 하나에 생망고가 2개 정도가 들어갔다는 이 대표의 설명을 들으면서 데코레이션의 아쉬움은 남았다. 하지만 빙수 연구는 끊임 없이 계속됐다.
"7년 전부터 대만 현지를 왔다 갔다 하면서 배운 것을 응용해 봤습니다. 망고 얼음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만 이제는 망고 얼음뿐 아니라 딸기얼음, 녹차얼음, 우유얼음, 커피얼음까지 안되는 게 없습니다. 별도의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우리나라 대표 브랜드로 키워 나가고 싶습니다."
※부산 중구 창선로 42-1번길 2층. 와이즈파크몰 맞은편. 망고몬스터(망고 빙수) 1만 2천 원, 생딸기몬스터 9천 원, 우유크렌베리 및 녹차·커피몬스터 각각 8천 원. 오전 11시~오후 11시 영업. 051-231-3082.
■빙그루
㈜빙그루푸드(대표 이현우)가 운영 중인 '빙그루'는 대만식 슬라이스 빙수, 홍콩식 스무디, 일본식 소프트 아이스크림 그리고 한국 눈꽃 빙수(카페 매장만 판매)까지 아시아 4개국의 로드숍 디저트 메뉴를 한곳에 모은 게 특징. 지난해 11월 장전동에서 카페 '허니 빙그루'로 시작해, 올들어 2월에 '소프트 빙', 3월에 '망고 빙'을 잇따라 열고, 4월 부경대 빙그루(테이크아웃점) 직영점을 개점하면서 법인으로 전환했다. 현재 광안리 비치점, 김해 아이스퀘어 영화관점 등 6군데서 '숍 인 숍' 형태로 공사 중이다.
아시아의 로드숍 디저트를 한곳에 모아 보겠다는 '빙그루'가 선보인 '망고 베리 요거트' 테이크아웃 빙수. 김은영 선임기자
부경대 테이크아웃점에서 만난 김민현 빙그루 총괄 본부장은 "대만 현지인이 가맹을 직접 노크할 정도로 대만에서 즐기던 바로 그 맛"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생각하기 따라서는 대만식 망고얼음을 만들면서 베이스로 사용한 재료에 생망고(필리핀산) 외에 망고 퓨레 등이 첨가되면서 단맛이 강화됐는데 오히려 신선한 생과일 토핑의 담백함은 감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잠시, 부경대 테이크아웃점에서 머물렀지만 대학생 손님은 계속 줄을 이었다.
"생과일과 수제 아이스크림이 들어가는 대만식 슬라이스 빙수를 테이크아웃 형태로 판매하는 경우는 국내에선 보기 드문 편입니다. 플라워컵 빙수도 직접 고안했습니다. 빙그루는 커피가 주가 아닌, 디저트 문화의 판도를 바꾸면서 아시아 로드숍의 다양한 디저트를 한곳에 모으는 일을 해 보고 싶습니다."
※부산 남구 용소로 21(대연동). 부경대 정문 담벼락 옆길. 리얼 망고 빙수와 망고베리 요거트 빙수는 5천500원, 카카오 블랜딩 빙수 5천 원. 오전 11시~오후 10시 영업. 051-744-8084. 김은영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