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풍광도 구경하고 거기에 입 맛에 딱 맞는 음식이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해남 땅끝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길에 눈에 확 들어오는 간판이 있었다. 바로 '전라도 가정식 백반집'이다. 전라도식이라, 과연 어떤 맛일까.
'산해진미'는 아니지만 차려져 나온 10여 가지의 반찬들이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청청해역 해남 땅끝 앞 바다에서 막 잡아온 싱싱한 수산물, 신토불이 무공해 농수산물에 정성어린 손 맛을 더한 깔끔한 밑반찬들이다.
싱싱한 달래 간장무침에 김을 찍어먹는 맛도 그만이다.
그리고 밥과 국.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국은 언뜻 '매생이 국' 같았는데 그 것도 아닌듯 싶다. 식당 주인이 미처 물어보기도 전에 설명을 해준다.
이 곳 해남에서만 먹을 수 있는 '김국'이라고 한다. 마른 김이 아닌, 해남 앞바다에서 바로 채취한 싱싱한 '생김'으로 만들어 낸 국이라는 얘기다. 그러고 보니 고소한 향과 함께 입 안을 착 감아도는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바다에서 막 건져올린 시원한 '김국'…고소한 향이 일품
해남 앞바다에서 금방 건져올린 생김으로 만든 "김국"
김국은 1월~3월이 제철이다. 바다에서 갓 건져낸 생김을 물에 일어서 불순물을 제거한 뒤, 간을 하고 숭숭 썬 파를 얹어주면 시원한 김국이 완성된다고 했다.
김은 예부터 서해안이 특산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 지역 김은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개펄에서 말목을 박아 기르는 이른바 '재래식' 김이다. 김에는 비타민 A와 C가 풍부하게 들어있고, 칼슘, 철, 인 등의 무기질의 함량이 높아 겨울철 비타민과 무기질의 공급원으로 중요한 구실을 한다. 특히 겨울에 채취한 김은 단백질 함량이 높아 맛도 좋고 품질도 우수하다.
토하젓이 입맛을 돋운다.
김은 또한 인체의 면역기능을 높이고 콜레스테롤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성분이 있어 고혈압,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에도 탁월하다. 동맥경화나 고혈압, 갑상선이 부은 사람은 구운 김을 하루에 대여섯 장씩 물과 함께 먹으면 좋다고 한다.
김을 '겨울바다의 불로초'라 부르는 것이 괜한 말이 아닌 것이다.
식당 외관 벽이 멋스럽다. 땅끝마을 전라도 가정식 백반집 전경.
이 집의 자랑은 김국 뿐이 아니다. 김국에 이어 오래된 묵은지 맛이 또 한번 입안을 감칠나게 한다. 봄을 알리는 '달래무침 간장'에 김을 찍어먹는 맛도 그만이다. 이 외에 매생이국과 갈치조림, 김치찌게도 맛깔스럽다.
한 손님은 "어릴 적 할머니께서 차려주신 소담스런 밥상, 정과 온기가 입안에 넘쳐나고 순박한 인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시골스런 맛이라고 하면 제대로 된 표현일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