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 첨단 장비의 유혹은 한번씩은 거쳐가는 열병과도 같다.
가장 첫번째 부는 열병이 타고 있는 자전거 자체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다. 자신이 타고 있는 자전거 보다 더 좋은 자전거를 타면 운동량 역시 업그레이드 될 듯 한 느낌이 든다. 보통 100만원대의 중급 자전거에서 만족을 하게 되지만 조금 심한 경우 300만원대의 티타늄 바디를 가진 자전거를 구입하거나 '알렉스 몰튼' 같은 1천만원이 훌쩍 넘는 자전거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자전거에 투자를 하고 난뒤 하는 일은 각종 의류와 보호장구, 부품 등을 구입하는 일이다. 격렬한 운동을 위해서는 일단 입었을 때 편안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계속 흘러나오는 땀을 적절하게 외부로 배출 해 주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때문에 고어텍스 같은 고급 소재를 사용한 옷을 주로 입는다. 물론 가격은 비싸다. 점퍼 하나에 20만원이 훌쩍 넘어가고 웬만한 저지(Jersey)도 10만원대다.
헬멧도 구입해야 한다. '나는 자전거를 타면서 절대 넘어지지 않아'라는 사람도 불의의 사고로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최소한 머리라도 가려야 혹시 모를 불의의 사고에 대비할 수 있다(자전거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 거의 100%가 두부손상이다).
캣아이의 케이던스 속도계
자 이제 속도계를 구입할 시간이다. 속도계의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일단 유선과 무선이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유선속도계가 더 저렴하다.
무선의 경우 설치가 간편하지만 무선통신의 특성상 주파수 간섭이 있을 경우에 속도계가 엉망으로 작동한다.
자전거 속도계 시장의 50%는 캣아이(www.cateye.com)가 차지하고 있다. 캣아이는 자전거 속도계와 라이트만 전문적으로 만드는 회사다.
나 역시 캣아이의 '스트라타 케이던스'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케이던스는 페달의 회전수를 말하는 것으로 2개의 센서를 자전거에 장착해야 한다.
저렴한 유선모델을 구입했는데 자전거 프레임에 늘어선 선들이 좀 지저분해 보이기는 한다.
오늘 소개할 속도계는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GPS와 내비게이션, 후방 카메라, 심박계 등이 달린 최첨단의 '싸이클링 컴퓨터'다.
후방카메라, GPS, 파워미터 등 최첨단 기능이 내장된 세레벨럼의 속도계.
세레벨럼(www.cerevellum.com)은 새로운 형태의 자전거용 속도계를 내 놓았다. LCD를 내장한 헤드유닛을 별도로 구매하고 여러가지 모듈을 연결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모듈은 총 4가지다.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은 ▲속도계 ▲심박계 ▲후방카메라 ▲GPS ▲내비게이션 ▲운동량 분석기 등이다. 세레벨럼에 따르면 이런 기능들을 언제든지 모듈형태로 개발돼 추가가 가능하다고 한다.
헤드유닛은 간편하게 분리가 가능하다. 값비싼 기기인만큼 도난의 우려가 많은데 자전거에서 내릴때 헤드유닛을 빼서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다.
세레벨럼의 속도계. 후방 카메라를 통한 시야 확보가 가능한 제품이다.
GPS 데이터를 이용해 지도를 표시해준다. 내비게이션 기능이 탑재돼 대략 어느 지역을 달리고 있는지 확인하게 해준다.
왼쪽 위는 심박계다. 운동량을 속도나 거리, 자전거를 탄 시간 등으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분석해 알려준다.
재미있는 것은 실제 자전거 사용자들이 PDA 등을 이용해 내비게이션을 자전거에 장착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지도 데이터가 정밀해져 골목길까지도 표시해주는 경우가 많아 유용하다고 한다. 하지만 자전거 전용 도로 표시가 안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후방카메라 역시 유용하다. 도로에서 자전거를 탈 경우 차가 오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뒤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울을 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디자인과 뽀대의 문제로 거울을 달지 않는것이 대부분이다. 세레벨럼의 속도계는 후방 카메라를 통해 뒤쪽의 교통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게 해준다.
이외 심박계, 운동량 분석기 등 단순한 속도계가 아니라 완벽한 싸이클링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다.
가격은 비싼편이다. LCD가 내장된 헤드유닛의 가격만 299달러다. 모듈의 가격은 다양하다. 60달러부터 시작된다. GPS가 200달러 정도이고 심박계와 파워미터는 800달러에 달한다. 웬만한 자전거 한대 값이다.
헤드유닛에 총 4개의 모듈을 장착해 사용할 수 있다.
아직 세레벨럼은 제품 판매를 시작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관심을 갖는 사용자들은 많다. 풀 옵션으로 세레벨럼의 속도계를 구입할 경우 100만원이 훌쩍 넘어가겠지만 그래도 시장은 존재할 것으로 생각된다. 1천만원짜리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더러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