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이 운영하는 여행정보사이트 ‘CNN고(GO)’가 ‘세계 7대 혐오 음식’을 선정했다.
CNN고(GO)는 기사에서 “소속 리포터들에 여행 중 겪은 가장 ‘도전적인’ 음식을 꼽아달라고 요청한 결과, 이들 요리가 선택됐다”며 일곱 가지 음식의 사진과 그에 대한 설명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1. 피단(皮蛋·삭힌 계란 또는 오리알), 중국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전채 요리 중 하나로 주로 절인 생강과 함께 제공된다. 그러나 다른 이들에게는 진흙에 몇 달씩 묻어둔 검은 달걀의 ‘향연’이 그다지 입맛을 돋우지 않을 것이다.
리포터 대니가 아시아 음식을 파는 텍사스의 한 슈퍼마켓에서 이 악명높은 음식물을 구입했다.
“끔찍했어요. 악마가 요리한 계란 같은 맛이 났어요. 뭐랄까 한때 계란이었던 뭔가랄까… (피단을 먹는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선택이었어요. 피단보다 끔찍한 음식은 못 봤어요.”
2. 타밀록(나무좀벌레 요리), 필리핀
필리핀인 리포터 셰빈은 “나무에 사는 벌레로 만드는 타밀록은 팔라완 지방에서 인기있는 요리예요. 맛이 좋고 식감(食感)은 굴과 비슷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타밀록을 식초와 라임, 소금을 섞어만든 소스에 찍어 먹을 것을 추천했다.
“그러나 벌레의 머리를 삼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머리 부분은 돌처럼 딱딱해요.”
3. 발효 튀김 칩,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발효 튀김 칩은 콩이나 두부를 만들 때 생기는 부산물을 발효시킨 뒤 튀겨서 만든다.
리포터 치우 황은 “발효한 콩에 튀김옷을 입혀 만든 템페는 쌉쌀하면서 바삭하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 장기로 만든 튀김 칩도 추천했다. “내장 칩이나 힘줄 칩은 바삭바삭하고요, 허파 칩은 간(肝)과 비슷한 맛이지만 덜 쓰고 탄력이 있어요.”
4. 개고기와 부산물, 한국
리포터 멜빈 프란시스키니는 지난 4월 부산에서 개고기를 먹은 경험담을 털어놨다.
“육질은 소고기와 비슷해요. 아주 괜찮았어요. 점심으로 먹었는데, 온종일 허기가 느껴지지 않더군요. 다만 양(위장)은 너무 끈적거려서 내 입맛엔 안 맞았어요. 하지만 탕(보신탕)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요리예요.”
5. 거미 튀김, 캄보디아
크메르루즈가 통치하던 1970년대 굶주린 캄보디아 국민은 대형 거미인 ‘타란툴라’를 먹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은 좋아서 먹는 간식으로 통한다.
리포터 리 에드워드 반 레어는 지난 3월 길거리에서 거미튀김을 사먹어봤다.
“솔직히 말하자면, 거미보다는 귀뚜라미가 더 맛있어요.”
6. 매미 볶음, 태국
태국 치앙마이에서는 길거리 상점에서 매미 볶음을 판다.
리포터 아담 램버트고윈은 “마을에서 큰 동물(소·돼지 등)은 특별한 경우에만 먹는다. 보통 때에는 곤충을 모아서 먹음으로써 단백질을 보충한다”고 말했다.
매미 볶음에 대해서는 “기름 향기를 뚫고 느껴지는 첫 맛은 땅콩 맛, 그다음에는 스테이크 향이 난다. 그리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7. 개구리 튀김, 필리핀
리포터 달카라니오는 “개구리는 치킨과 비슷한 맛”이라고 말했다. 개구리 흰 살의 육질은 닭고기와 거의 비슷하다는 설명.
매체는 기사에서 “리포터들에 여행 중 경험한 ‘가장 도전적인(challenging) 음식들’”이라는 조심스러운 표현을 썼지만, 제목은 ‘내가 먹어본 가장 역겨운(revolting) 음식은…’이었고, 선정한 요리 7종이 모두 아시아 음식이었다.
더욱이 첫 순서로는 중국의 ‘피단’(皮蛋·松花蛋·삭힌 오리알이나 계란)을 꼽아놨다. ‘악명높은’ 등의 표현과 함께 “끔찍했다. 악마가 요리한 계란 같은 맛”이라는 평가도 곁들였다.
매체는 이 밖에도 한국의 개고기 요리와 필리핀의 지렁이 수프, 개구리 튀김, 캄보디아의 거미튀김 등을 리스트에 올렸다.
중국인들은 당장 발끈하고 나섰다.
중국요식업계는 CNN 측에 항의 서한을 보내 “먹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평가하는 등 평가가 과학적 근거 없이 이뤄졌다”며 “다른 나라의 전통 음식에 대해 함부로 품평하는 것은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오만하고 무지한 처사”라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결국 기사를 썼던 기자는 중국 매체에 사과 서한을 보냈다. 그는 편지에서 “나 역시 중국 음식을 무척 좋아한다”며 “중국 음식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6일에는 CNN고에 해명 기사를 싣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분노는 식지 않고 있다.
중국 미니블로그 사이트인 웨이보(www.weibo.com)에서는 ‘가장 역겨운 서양 요리’라는 제목의 설문이 진행되고 있다.
이 설문의 선택지에 사용된 표현도 ‘피가 뚝뚝 떨어지는 덜 익힌 쇠고기’, ‘냄새 나는 치즈’, ‘질기고 노린내 나는 칠면조’, ‘토끼나 먹을 생(生)채소 샐러드’ 등 미국과 서양에 대한 분노가 그대로 담겨 있는 모습이다.
7일 오후 3시 현재 6만2000여명이 참가한 이 투표에서는 치즈가 42%로 1위를 기록 중이며, 덜 익힌 쇠고기(31%), 달팽이(20%), 칠면조(5%), 샐러드(2%)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악마의 정원에서 : 죄악과 매혹으로 가득 찬 금기 음식의 역사 (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