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가을 날씨답게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한데요 이제 단풍구경 갈 때가 되었죠?
윤> 가을은 확실하지만 아직 우리지역의 단풍소식은 없고 아마 빠르면 월말쯤이면 단풍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을에 단풍만 있는 것은 아니고 대구주변에는 창녕화왕산 우포늪 비슬산 등 은색물결 출렁이는 갈대밭이 아름다운 곳은 많습니다.
그 중에도 영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청도군에서 밀양으로 이어지는 신불산이 최고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밀양으로 한 번 가보겠습니다.
MC> 영남의 알프스 그렇게 좋다고는 하든데 언제 한 번 가 볼려나 그럼 밀양의 맛집부터 소개 해 주시죠?
윤> 밀양은 돼지국밥으로 유명한데 이 돼지국밥의 유래가 한국전쟁 당시 경상도 지방으로 피난 간 피난민들이 먹을 것이 부족하자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돼지 뼈를 이용해 설렁탕을 만들어 먹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고려시대 때 지배계층이 백성들에게 돼지고기와 개고기를 선사한 것을 백성들이 설렁탕 형식으로 뼈를 이용해 만들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대한민국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돼지국밥' 하면 으레 '부산'을 떠올리기 쉽지만 돼지국밥은 비단 부산뿐만 아니라 경남 내륙 각지에서 오래전부터 명맥을 이어온 음식이라는 것이 더욱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는 밀양, 하동 등지에서 돼지국밥을 몇 대째 이어 내려온다는 음식점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서 알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지리적, 생활 문화적으로 돼지국밥이 번성하기 좋은 여건이 여럿 갖춰져 있는 밀양을 '돼지국밥 발상지'라고 추측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밀양은 예로부터 밀양강을 중심으로 농경문화가 발달돼 농사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돼지를 키운 집이 많은데다, '영남대로'가 관통해 이곳을 오가는 사람도 많은 지역이었습니다.
여럿이 먹을 수 있고, 신속하게 말아내 상에 올릴 수 있는데다, 후루룩 빨리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해 영양적으로도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돼지국밥은 농사일에 지친 몸에 활기를 불어넣을 활력소로, 지나는 이들 허기를 달래줄 요깃거리로 손색없는 음식이되었습니다.
밀양 내 돼지국밥 식당은 제각각 특색이 있는데, 소뼈를 이용해 깔끔한 국물 맛을 내는 곳, 부추나 묵은지를 썰어 넣는 곳 등 다양합니다.
오늘 제가 소개하는 이 집은 밀양 전통시장 안에서도 골목길을 이리저리 헤집고 들어가야지만 찾을 수 있는데, 밀양 내 공무원은 물론, 역대 지역출신 유명인사 중거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집입니다.
돼지뼈 고아 낸 우윳빛 육수와 김치가 내는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어우러지며 맛을 돋우는 이 집은 부산 범일동이 친정인 사장님이 20여 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본래 시어머니가 40여 년 세월을 이어오던 것을 물려받았으니 따지고 보면 이어진 시간만 보면 60년 세월입니다.
이 집의 돼지국밥은 돼지 뼈와 머리고기를 사용해 우려낸 우윳빛 국물에 잘게 썬 묵은지와 알싸한 방아 잎을 넣어 먹는 독특한 레시피가 특징입니다.
단골 가운데 열에 아홉은 이 맛을 때문에 일부러 찾는 이들이 대부분이며 먼저 아무런 간이 되지 않은 국물을 한 술 떠 입에 넣어 보면, 처음에는 무미건조한 맛이지만, 끝에 가면 돼지 뼈를 고아 낸 육수가 가진 고소한 향미가 살짝 감돕니다.
돼지국밥에 든 머리고기는 뜨겁게 끓여 낸 육수에 미리 건져 식혀둔 것을 토렴해서 내는데, 머리고기가 대체로 한 번 식혀 굳은 것이라 부드럽게 씹히지만 껍데기가 함께 붙어 있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감돕니다.
고기는 마치 단단한 메밀묵을 먹는 느낌이고 껍데기는 부드럽게 구르는 식감이며 아주 쫄깃합니다.
그리고 국밥을 한번 휘저어 김치와 부추를 섞어 맛을 보면 이내 뽀얀 국물이 옅은 주황색 빛이 돌며 더욱 먹음직스런 색감을 내는데, 이때는 국물이 가진 고소한 향미와 김치가 내는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어우러지며 맛을 돋웁니다.
방아 잎은 잘게 채 썰어 따로 그릇에 담겨져 나오는데 식성에 따라 넣어 먹으면 됩니다.
처음 방아를 넣어 먹는 사람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한 두 숟갈 지나면 방아가 내는 독특한 향미가 입안에 스며들며 개운한 감칠맛이 더해집니다.
국밥에 방아를 많이 넣을수록 향긋한 방아향이 입에서뿐만 아니라 코로도 스며들어 청량감을 주고, 돼지 냄새에 대한 반감 등 이러저러한 이유로 돼지국밥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어쩌면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골집 055-354-7980
MC> 밀양 돼지국밥이 유명한건 알았는데 60년을 지켜온 맛이라니 궁금하네요 또 다른 집은?
윤> 밀양 시내를 빠져 나와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 마다 땀을 흘린다는 비석으로 유명한 그 공원 앞에 위치한 이 맛 집은, 한 일본인이 한국에 와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막걸리 기행을 하고 일본에 돌아가 100여 곳의 막걸리 집을 소개한 '막걸리 여행'이란 책도 내고, 그게 한 일본 TV에 소개가 되고 일본관광객이 찾아 올 정도로 유명한 집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집은 맛 집이기 보다는 밥풀이 동동 뜨는 동동주집으로 소개해야 맞을 듯합니다.
이 집의 동동주는 첫눈에 보아도 맑게 보입니다. 그리고 맛도 맑습니다.
맑은 맛의 비결이 따로 있는데 60여년전 시어머니 때부터 해 오든 비법으로 일반적으로는 술을 빚을 때 고두밥에 바로 누룩을 섞어 발효시키지만 그러나 이 집에서는 누룩을 어느 정도 발효시켜 누룩 찌꺼기를 걸러낸 물을 고두밥에 넣어 술을 빚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맛이 두껍거나 둔탁하지 않고 맑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집 동동주 맛에서 몇 가지가 더 느껴지는데 단맛이 감도는데 그것은 술을 빚을 때 질금(엿기름)을 넣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맛이 감돌았는데 달걀도 들어간다고 합니다.
달걀은 깨서 넣는 것이 아니라 술이 익어가는 독에 달걀을 통째로 넣는다고 하는데, 술과 달걀이 삼투압에 의해 무얼 주고받으며 독특한 맛을 내며, 술독에 들어갔다가 나온 '술맛 든 달걀'은 나중에 귀한 몸이 되어 단골도 때를 잘 맞추어야 맛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집의 청주는 술 익는 독에 용수(술을 거르는 용구)를 박아 그 안에 괴는 맑고 투명한 술을 걸러내는 것으로 그 맛은 동동주의 맛보다 더 맑고 투명합니다.
이 집의 안주로는 단연 논고동찜이 특이하고 맛납니다. 들깨를 넣어 걸쭉한 논고동찜은 고소하고 하얀색의 찜입니다.
그러니까 찜이지만 우리나라 찜의 고춧가루 범벅이 아닌 중국요리 비슷한 모양인데 콩나물 듬뿍 넣어 아삭거리는 맛과 짙은 방아향과 어울린 고사리 부추 느타리버섯 고추 연근 우엉 홍합 토란 새우 호박 등 갖은 재료의 배합과 청량고추의 매콤함이 맛은 탁월합니다.
물론 초고추장에 양파 당근 썰고 데친 버섯 찢어 넣고 무치는 매콤한 논고동 무침도 있습니다.
그리고 감자비빔국수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노릇노릇하여 갈색 빛이 감도는 감자 볶은 것과 비빔국수를 잘 어울리게 혼합해 삶은 부추 콩나물과 같이 비벼먹도록 개발한 메뉴로 초고추장의 새콤달콤함과 듬뿍 뿌린 깨소금의 고소함이 긴 여운을 남기는 맛입니다. 전원일기 055-352-7226
MC> 논고동 찜이나 감자비빔국수의 맛이 궁금한데 또 다른 맛 집이 있습니까?
윤> 밀양의 실제 한옥에서 즐기는 한정식입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똑같지만 그곳이 풍기는 멋과 맛은 다릅니다.
밀양도 마찬가지로 밀양 교동에 가면 밀성(密城) 손(孫)씨 집성촌이 있습니다.
이중 1000평이 넘는 99칸의 가장 큰 고택이 바로 '밀양 교동 손씨 고가(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161호)로 400년 전통에서 풍기는 고즈넉한 멋이 음식의 맛을 더하고 있습니다.
6년전 큰 사랑채에는 한정식 전문점 이라는 간판이 내 걸렸고 돌담길에 에워싸인 99칸의 한옥에서 이른바 '종갓집 맏며느리'의 손맛으로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걸게 차려진 한정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이 집에서 맛보는 음식 중 단연 으뜸은 '문어수란채국'입니다.
수란(水卵)은 달걀을 깨뜨려 끓는 물에 반숙으로 익힌 음식을 말합니다.
근데 '문어수란채국'은 낯 설은 이름에다 처음에 한 숟가락 떠서 먹었는데 시큼한 것이 도통 뭔 맛인지 모를 낯선 맛이지만 한 숟가락, 두 숟가락 떠보면 문어, 해삼, 쇠고기, 미나리 등이 잣 국물과 잘 어울려 오묘한 맛을 자아내는 것이 문어수란채국의 진면목을 맛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첫맛은 톡 쏘듯 설레고 끝 맛은 부드럽게 혀를 감싸는 것이 첫사랑 같은 느낌입니다.
광목천이 크게 휘둘려 있는 상에는 '문어수란채국' 외에도 구절판, 황태보풀이, 갈비찜, 떡갈비, 황태구이 등 10가지가 훨씬 넘는 음식이 올려져있고, 먼저 황태보풀이를 젓가락으로 찝어 입에 넣었는데 고소한 맛이 견과류 같기도 하고 육포같이 짭조름하며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게 술 생각이 절로 납니다.
유기에 담긴 밥 한 숟가락에 새콤달콤하면서 살결이 쫄깃한 황태구이 한 점, 농경사회에서 잔칫날 인기 음식이었던 갈비찜 한 점, 고추장에 잘도 볶아진 소고기 한 점, 여기에 갖가지 나물들, 묵은 김치, 전, 장아찌 등의 반찬도 그 뒤를 이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손이 가지 않은 음식이 없었습니다. 이 집의 한정식 맛은 자극적이지 않아 한 마디로 오장육부가 건강해지는 그런 맛입니다. 단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열두대문 055-353-6682
MC> 종가집의 비밀스런 그런 맛을 볼 수 있는 곳이군요 맛있게 먹고 영남의 알프스를 가 봐야 겠죠?
윤> 영남알프스는 전체면적이 약255㎢이며, 울산. 밀양. 양산. 청도. 경주에 걸쳐 있는 가지산(1,241m), 간월산(1,069m), 신불산(1,159m), 영축산(1,081m), 천황산(1,189m), 재약산(1,119m), 고헌산(1,034m)의 7개산을 지칭하며 운문산(1,195m), 문복산(1,015m)을 포함시키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 신불산, 가지산, 재약산(천황산포함), 운문산은 산림청이 선정한 남한 100대 명산에 속합니다.
가을이면 곳곳의 황금억새평원에 나부끼는 순백의 억새가 환상적이라 전국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강 이남에서는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영남알프스에는 1979년 자연공원법에 의하여 가지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공원이 있습니다.
그리고 영남알프스에는 통도사, 운문사, 석남사, 표충사 등의 문화 유적지 또한 즐비하고, 절경과 전설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영남알프스의 기암절벽들은 옛날에 화산활동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영남알프스에서 가지산에는 현재 7백60여 종의 식물과 우리나라 전체 조류 4백50여 종 가운데 1백여 종의 새가 살고 있어 자연이 만든 거대한 동ㆍ식물원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MC> 찾아가는 길은?
윤> 신 대구부산고속도로를 타고 청도IC나가시면 운문사를 통해 올라 가실 수 있고 밀양IC를 나가시면 석골사를 지나올라 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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