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반갑습니다.
먼저 답변이 늦어 죄송합니다.
사실 책을 쓸 때 제가 많이 고민한 내용이라 금방 답변드릴 수 있는 내용이었는데도,
점심, 저녁으로 강의가 있다 보니 빠른 답변이 되지 못한 점 깊이 양해 부탁드립니다.
질문에 답변드리자면,
96다25463판결에 대해서는 님과 같이 이해하고 있는 학자분들도 계십니다. 대표적인 분이 김형배 교수님이셨는데, 최근 제 책의 각주내용에서 소개하고 있는 바와 같이 견해를 바꾸셨습니다(과거 7판 이전 판과 비교해 보시면 아실 것입니다).
결국 96다25463 판결에 대한 대체적인 견해는 당해 판례사안은 유동집합동산에 대한 양도담보가 설정된 경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입니다.
아래에서 대표적인 판례평석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김재협, ‘집합동산양도담보와 과실수취권’, 법조 제46권 3호 p.162~164의 내용입니다. 그 외에도 양창수, ‘내용이 변동하는 집합적 동산의 양도담보와 그 산출물에 대한 효력’, 저스티스 제30권 1호, p.107~122도 동일한 입장입니다.
96다25463 판결에서는 제1심에서부터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원고와 위 송무남 사이의 양도담보계약이 특정한 동산의 양도담보인 것을 당연한 전제로 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전제 아래 최초 양도담보의 목적물인 모돈으로부터 태어난 새끼돼지 즉 천연과실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귀속하는가에 대한 판단만을 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이 양돈업자가 하나의 돈사에서 다량으로 사육, 번식, 판매 등을 계속하는 돼지들을 담보목적물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원인 등에 의하여 그 목적물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당연히 처음의 목적물은 사라지고, 다시 같거나 비슷한 종류의 목적물이 보충되는 일이 끊임없이 계속되어지는 등 그 목적물의 증감, 변동이 당연히 예상되는 것이다. 또, 처음 양도담보의 목적물로 된 돼지와 그 후에 여러가지 원인으로 보충된 돼지가 같은 돈사에서 같은 조건 하에 서로 섞여서 사육될 것은 당연히 예상되는 바이므로, 그들을 구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당사자도 그러한 구별의 필요성은 전혀 느끼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는 위와 같이 장래를 향하여 끊임없이 증감변동하는 목적물을 담보로 이용하는 경우이므로 전통적인 양도담보와는 다른 관점에서 그 실제적인 현상과 문제점 등을 검토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올바로 파악하고 해석하여야 하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에 우선 문제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 전통적인 양도담보와 같이 해석한다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초기의 양도담보의 목적물은 소멸하게 되어 초기의 위 양도담보는 아무런 실익이 없는 빈껍데기로 전락하게 되고 마는데, 그러한 결과는 계약당사자 모두가 바라지도 예상하지도 아니한 것이라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즉 이 사건 양도담보의 경우에 당사자가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위 양돈장에서 사육하고 있거나 사육하게 될 현재와 장래의 모든 돼지를 양도담보의 목적물로 한다는 취지를 명백하게 밝히지는 않았으나, 위에서 본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위 양도담보계약설정시 그 담보목적물이 된 돼지는 당시 위 양돈장에 존재하는 종돈, 모돈, 자돈 등 돼지의 종류를 구별하지 않은 모든 종류의 돼지였다고 보여지며, 위 돼지 사육의 성격상 그 사육되는 돼지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처분, 사망, 구입, 새끼의 출산 등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당연히 변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었고, 그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재나 장래에 위 양돈장에서 사육되고 있거나 사육될 모든 돼지는 사육되기 시작한 시기나 원인 여하를 묻지 않고 당연히 양도담보의 목적물로 할 의도였다고 보는 것이 계약당사자의 의사에 합치되며, 단지 위 담보권설정계약당시 위 양돈장에 존재하던 모돈, 종돈, 자돈의 수를 세어 둔 것은 그 전체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여 그에 걸맞는 채권채무관계를 유지하려는 것일 뿐이지, 그것으로 당연히 위 담보권설정계약당시에 존재하는 돼지에 대해서만 양도담보의 목적물로 하고, 그 처분이나 사망 등으로 인하여 몇 년 후에는 양도담보목적물이 자연히 소멸할 것을 예상한 일시적인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어쨌든 위 사건에 대하여는 원심이나 대법원이 모두 이른바 집합동산의 양도담보에 대한 검토를 간과한 채 사건을 해결하려고 한 데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다만, 원심은 이사건 양도담보계약이 그와 같은 집합동산의 양도담보라는 점을 염두에 둔 듯 보이기는 하나 이를 정면으로 설시하지 않음으로써 이사건 양도담보를 전통적인 특정물의 양도담보의 경우로 파악하였다고 밖에 볼 수 없고, 그 결과 특정물의 양도담보에 있어서의 담보목적물의 사용수익권의 귀속과 그에 따른 천연과실의 귀속에 대한 판단을 그르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