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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걸은 구간(1구간〜13구간) | 167.6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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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걸은 구간 (14구간〜17구간) | 51.7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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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부춘-가탄 구간 지도>
제1일(2013년 10월 10일/목요일) : 14구간/원부춘-가탄 12.6km(6시간 30분)
10월 10일 이른 아침.
남부터미널 06:30 발 화개행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화개에 도착하니 09:55이다.
이번 5차 걷기엔 모두 5명이 참가했다. 지난번 4차 걷기엔 11명으로 대성황 이었는데 이번엔 대폭 줄어 홀가분(?)하게 걷게 되었다.
전례대로 일단 각자 무거운 배낭의 짐을 두개로 나누었다.
하나는 짊어지고 갈 배낭, 또 하나는 민박집에 맡길 옷가지 등이다.
화개택시로 먼저 3분 거리의 가탄 민박집에 짐을 옮겨놓고 다시 화개로 되돌아 와서 5명이 모두 함께 타고 원부춘으로 향한다. 원부춘 까지는 역 15분 거리에 요금은 16,000원을 지불하였다.
원부춘에 도착하니 10:29이다. 전에 끝낸 13구간 종점이자 14구간 시작지점이다.
▼원부춘 마을회관(노인정)
▼원부춘 출발(10:30)
출발부터 가파른 임도를 올라야 한다. 해발 250m에서 800m까지 4km를 곧장 오르는 길이라고 한다. 애고, 힘들겠다.
▼이런 길이 해발 1천 미터가 넘는 형제봉 활공장 아래까지 이어진다. 장장 4킬로미터. 2시간.
지통골. 만만찮은 오름길이다.
▼이화동산에서 30여 년을 보낸 우리가 퇴직하고 10년이 지난 지금 이번엔 지리산 심심산골 배나무골을 오를줄이야...
▼그만 주저앉고 만다. 쉬어가는 김에 간식이나 먹고 보자.
▼단풍이 곱게 물든 골짜기.
▼형제봉 임도 삼거리 도착(12:10).
이곳에서 활공장 가는 오르막을 버리고 왼쪽으로 둘레길이 이어진다.
▼지루했던 시멘트 포장 임도가 끝나고 비포장 임도가 잠시 나오며 정상에 휴식처가 나타난다.
간식을 먹으며 지친 몸을 잠시 쉰다. 이곳엔 화장실도 있다. 이 비포장 임도는 화개까지 내려가는 길이다. (12:20)
▼지금까지 올라온 길은 갑자기 내리막 숲길로 변한다. (12:40)
▼지도에 헬기장을 지나게 되어있는데 아무러 가도 보이질 않는다. 나중에 하늘호수카페에서 물어보니 지금은 폐쇄되었다고 한다.
짐작만으로 이 장소 인듯하다(12:50). 1960~1970년대 녹화조림을 하면서 조성한 헬기장으로 추측된다.
▼이런 산중에 갑자기 카페가 나타나다니! 아까 간판에서 봤던 '하늘호수 차밭' 카페다.(14:00)
▼잠시 산중 카페에 앉아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는 호사를 누려본다. 비는 내리고 분위기 한 번 죽여준다.
▼카페 뒤로 올라가보니 전망대가 나타나고 자그마한 연못이 꾸며져 있다. 이 연못이 이름하야 '하늘호수'
▼순박한 미소의 카페 여주인과 함께.
▼오미자차며 똘배차까지 얻어 마시고 자리를 일어섰다. 여주인은 우리가 멀어질때 까지 서서 배웅을 한다.(14:30)
먼저번에 걸었던 대축-원부춘 구간도 그렇고 이번 원부춘-가탄 구간도 힘들게 형제봉 능선을 넘어야 한다.
전국의 내노라 하는 웬만한 산은 다 넘어본 산행으로 다져진 우리도 이 길을 걸으며 한 마디씩 한다.
"이게 무슨 둘레길이야!. 산행이지"
"하동, 구례 구간은 섬진강 바람을 쐬며 걷는 평탄한 곳으로 길을 내야지, 도대체 누가 이런 길을 둘레길이라고 만들었어!"
그러나 다 이유가 있다. 이 구간엔 사유지가 많아서 길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애써 가꾼 산양삼이며 고사리 등 농작물을 무단 채취해 가는 인간들이 꼭 있게 마련이다. 그래도 이런 길 덕분에 지리산 심심산골 마을 한 번 가보지 언제 가보기나 하겠어?
나는 지금까지 지리산둘레길을 걸으며 이런 마을을 지날때 마다 가슴이 아리는 느낌을 받았다.
지리산 골짜기 마다 간직하고 있을 비극을.
밤에는 빨치산들이 쳐들어와 양식을 뺏기고, 살기위해 인공기를 흔들어야 했던 순박한 시골 사람들.
낮이면 토벌대가 찾아와 빨갱이들에게 양식을 내주고 부역했다고 억울하게 죽어가야 했던 그들.
죽어가는 그들은 '이념'이 뭔지를 알기나 했을까?
지나는 마을 골짜기 어디엔가 묻혀있을 원혼을 생각하며, 지금 마을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중촌마을(14:38)
▼도심마을 고개에 올라서니...
▼눈앞에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15:10)
▼지금까지 힘들게 산길을 걸어 올라온 둘레꾼들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왕의 녹차'로 불리는 하동의 야생 차밭이다. 이 길을 걸으면 온 몸이 상쾌해 진다.
▼정금마을(15:35). 석류가 주렁주렁.
▼대비마을(16:00)
삼신리의 침점과 함께 가락의 김수로왕과 관련이 있는 지명이다. 102년 수로왕과 함께 이곳에 수로왕비 허황옥이 머문 곳으로 7왕자의 성불을 기려 절을 지었다. 절이름이 천비사 혹은 대비사라하여 후에 그대로 대비가 마을이름이 되었다. 허황후가 배를 타고 도착한 대비포가 있다. 지금도 토기와편과 석축 등의 흔적이 남아 있다. 주민들은 대밤이라 부르기도 한다.
▼대비암
▼곳곳에 익은 밤이 떨여져 있다.
▼밤 줍는 재미 또한 이 구간이 주는 선물의 하나다.
▼백혜마을로 들어서고 있다.(16:40)
▼비가 더욱 세차게 내리는 가운데....
▼가탄마을 도착.(16:50)
선경과 같은 아름다운 여울이라는 가여울(가탄)이다. 지금도 주민들은 가여울·개롤이라 부른다. 신선이 살면서 아름다운 여울에 낚시대를 담궜다하여 가탄이 되었다 한다. 여기의 신선은 수옹으로 정여창 선생의 별호이고, 수옹이 낚시를 한 곳으로 명당이라 한다.
▼저녁 연기가 정겨운 마을.
▼드디어 오늘 묵을 '가여울 민박집' 도착(16:58)
▼아랫층 방 2개가 우리가 묵을 방. 윗층은 쥔장이 쓴다.
▼전화로 미리 주문한 '토종닭' 두 마리가 솥에서 끓고있다.
▼먹음직 스러운 토종닭으로 저녁 식사.
제14구간 원부춘-가탄 끝.
다음은 제15구간 가탄-송정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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