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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빛 속에서 남해바다를 안고 시원스러운 전망이 펼쳐지는 전남 여수 봉화산. 도심에서 가깝고 삼림욕장이 있어 인근 주민들이나 관광객이 편하게 찾는 산으로 정평이 나 있다. |
사람이 살다보면 작은 계기가 돼 인생관이 바뀌거나 생활 태도가 변하기도 하는데 필자가 산을 찾게 되고 산들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 내력은 우연한 기회다.
오래전부터 예술활동에 관심을 갖고서 문화인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해오던 터에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는 소양이나 취미를 이루는 계기로 종합예술의 접목을 위해 문학을 이해하면서 생활해왔던 것이다.
주말을 이용해 문학인 동호회원들과 어울려 유명한 문인 출생지나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을 찾아 정기적으로 순회하면서 배우는 동안 야외에서 자연의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가까운 산이나 섬도 찾게 됐고, 일상을 벗어나 자연을 대하는 기분이 딴 세상을 유람나온 듯 해 축복으로 다가왔다. 이왕 나선 김에 건강을 위해서라도 주말 등산이 어떻겠냐는 동호인들의 권유가 있어 주말을 이용해 정기적으로 등산기에 나섰다.
오동도, 동백꽃 만개·황톳길 웰빙 트레킹 코스 `인기` 봉화산, 6개 코스로 편백나무 등 조성… 편안한 숲길
그동안 가까운 야외로 다녀보니 도시생활에서 찌든 삶의 피로도 풀 수 있고, 머릿속에 쌓인 스트레스도 해소하는 데는 아무래도 자연과의 정기적인 만남이 좋을 것 같아 마음을 다 잡아 먹고 2012년 새해 목표로 등산을 통한 힐링하기로 결심했고 주말마다 산에 올랐다.
처음 한두 달 동안 등산은 필자가 산행초보임을 아는지라 지인들이 배려해줘서 쉬운 코스를 탔는데 본격적인 등산을 10회 정도 해보니 서서히 몸에 익숙해지면서, 자연 속에서 만나는 또 다른 일상들이 필자의 생활에 얼마나 비중이 있고, 소중한 시간인지를 알게 됐던 것이다.
그렇게 1년 이상을 등산해 자연과 동화되어가는 가운데 산행은 사람에게 정신과 육체적으로 건강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유익한 점이 많아 전국의 좋은 산과 산행정보를 혼자만 알고 있기보다는 타인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필자의 그 바람이 성취가 돼 지난해 3월 22일 `올망졸망 아름다운 섬, 밀려오는 파도 속에 넘실`대는 부산 가덕도 연대봉의 산행 이야기를 경북매일신문에 올렸는데, 그때부터 산행기를 연재하기 시작하여 꼭 1년이 됐고, 이번이 49회째를 맞는다.
산행기를 연재하는 동안 아직 전문 산악인이라 할 수 없지만 일반인들이 쉽게 다녀올 수 있고, 또는 조금 어려운 산행코스에는 충분히 안전할 수 있는 방도를 알려주면서 많은 사람들이 전국의 산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지도록 하기 위해 노력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한겨울 눈바람이 매섭던 날이나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무더운 더위 속에서도 독자들과의 약속이라 한 주도 빠짐없이 전국의 좋은 산들을 골라 산의 특색이나 등산코스, 그리고 명소들에 서려있는 사연들을 정성껏 올려 나름대로는 보람이 크다.
필자도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인지라 바쁜 일정 속에서도 주말에는 빠짐없이 등산을 하지만, 사시사철 좋은 컨디션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주말마다 등산을 빠짐없이 해왔고, 그 등산기를 신문에 연재하는 동안은 함부로 아플 수도 없는 상황이니 무사히 연재가 끝날 때까지는 좋은 컨디션이 유지되기를 내심 바랄뿐 다른 욕심은 없다.
이야기를 바꾸어, 이번 등산은 세계적 미항을 자랑하는 남도의 여수행이다. 여수는 바다가 있어 해변풍경이 아름다운 고장이지만 그에 걸맞게 바다에 접해 있는 산들도 하나같이 어울리는 곳이다.
예전처럼 일요일 새벽에 정해진 관광버스에 올라 잠시 시내를 빠져나오는 동안 준비해온 장비들을 챙기고서는 차가 고속도로에 진입한 후에 등산일정과 함께 자료를 꺼내든다.
필자는 등산을 갈 때마다 산에 대한 정보를 간단히 메모해두거나 인터넷 자료를 확인해 가지고 다니는데, 차안에서 여수의 자료를 자세히 읽어본다. 여수까지 가려면 대구에서 구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남해고속도로를 다시 갈아타고 전남 광양시로 가야하니 차안에서 보내는 시간도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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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도를 따라 가는 산행길 초입은 편안한 길이다. | 목적지까지 가는 시간 동안 등산 자료나 그 지역의 자료를 읽어보면 지루하지도 않고, 도착해서 산 타기나 그 지역의 특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유익하다. 자료를 펴내들고 여수를 생각하다보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도시에서 오동도이다.
도시지역에서 방파제로 연결된 그 유명한 오동도는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찾고 있는 국민관광지다. 섬 이름으로 봐서는 오동나무가 있음직하건만 오동도에는 동백나무로 유명한 곳이다. 3천여그루의 동백나무가 섬 전체를 이루고 있는데 3월이 동백꽃이 만개하는 시기다.
겨울부터 봄까지 동백나무가 발그레한 볼을 붉히는 오동도에는 2011년 여수시가 산책로에 깔려 있던 기존 콘크리트 구조물을 모두 걷어내고, 인공 황톳길로 이루어진 웰빙 트레킹 코스를 만들어놓았는데 그곳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
여수 오동도를 생각하고 또한 그 인근의 산을 등산하던 기억을 되살려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어느덧 차는 남해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광양시 외곽도로를 타고 여수시가지에 들어선다. 시가지를 이리저리 돌더니 등산로와 가까운 둔덕3거리에 도착했다.
이번 봉화산 등산은 거리가 짧은 코스다. 산행을 마치고 시내 관광지를 보는 것인데, 아무래도 등산하러왔으니 산행에 신경을 써야겠다. 여수에 섬들도 있고 이름 있는 산만 해도 31곳이 있지만 봉화산은 여수에서도 두 번째 높은 산이다.
봉화산이라는 이름에서 옛날에 봉화대가 있었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든지 알 수가 있다. 전국에 봉수산이란 산들은 많다. 거의가 적의 침입이 있을 때 봉수대에서 봉화를 올렸다하여 봉화산이라 호칭하고 있는데, 자료를 보니 전국에서 50여 곳이 나타난다.
그만큼 적들의 침입이 많았다는 증거다. 여수에서만 봉화산이 3개나 되는데, 이번 일정에 계획된 미평동의 봉화산(460m)외에 화양면의 봉화산(371m), 묘도동의 봉화산(246m)이 있다.
봉화산 등산코스는 6개 정도가 되지만 봉화산이 도심에 있기 때문에 거의가 미평동 삼림욕장에서 출발하게 되는데,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푯말 및 안내도도 잘 되어있는 편이다.
일행들은 둔덕3거리에서 산행을 시작해 봉화산에 올랐다가 호명고개를 해서 신덕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산행을 시작한다. 부근에 천명산과 호랑산도 있지만 다른 일정이 잡혀져 있어 봉화산이 주목적 산행지이다.
둔덕고개에서 길 없는 능선을 치고 오르니 임도길이 시작된다. 편안한 숲길엔 편백나무군락지로 있는데, 키 작은 편백나무가 조성된 숲길을 걸으니 등산하는 초임부터 기분이 좋다.
조금더 올라 산릉을 타고 비스듬히 올라가니 벌써부터 여수시가지와 앞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바닷가나 섬 가운데 있는 산을 오르면 전망이 좋아서 피곤하지가 않다. 비록 몸은 힘든다고 하더라도 좋은 경관을 보면서 걷노라면 기분이 상쾌해서 그런지 피로를 덜 느낀다.
그런 기분으로 산 능선을 타고서 한 시간 정도 걸어가니 봉화산이 눈앞에 있고 조금 더 멀리에 천성산이 서 있다. 이곳까지 오는 등산로는 처음엔 힘이 다소 들지만 오르면 오를수록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진다.
일행들과 함께 천천히 능선을 치고 올라 봉화산 정상에 도착했다. 아기자기한 느낌이 든다. 정상에 있는 봉화대 주변으로 돌탑이 쌓아져 있는데 누가 저 많은 돌탑을 정성스럽게 쌓아놓았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여수 시가지와 천성산을 비롯한 호랑산, 장군봉 등 산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바다와 섬들이 햇살을 받아 그림으로 비쳐나고 있으니 멋진 풍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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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자기한 산 밑 풍경들이 내려다보이는 정상. | 봉화산을 내려서서 호명고개를 지나니 능선이 이어진다. 능선을 타고서 가까이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면서 한 시간 남짓 걸으니 오천동 갈림길이 나타난다.
갈림길을 지나 10분간 직진을 하니 호명갈림길이 나타나고, 거기서 15분 남짓 걸어가면 소치갈림길이 나타나는데, 봉화산이 도심에 있는 산이라 인근지역의 주민이나 여수에 놀러온 관광객들이 접근하기 쉽게 요소요소마다 등산로가 잘 나있고 안내표지판도 잘 설치돼 있다.
봉화산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지점인 신덕동으로 내려가는 길은 산능선을 타고서 따라 내려서면 되는 쉬운 길이다. 일행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걸을 수 있는 힘이 안 드는 코스다. 다시 소치갈림길을 지나 15분 동안 내려가니 종착지인 신덕마을에 도착해 산행을 마무리했다.
이번 여수 봉화산 등산은 마치 봄철에 동네 뒷산에 소풍나온 듯이 아기자기한 산행을 했다. 그러면서 마음에 느껴지는 것은 산이 필자에게 행복을 가져준다는 고마움이다. 그 생각을 하니 얼마 전에 읽은 산악인 엄홍철 대장의 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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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산은 제 인생의 모든 것입니다. 산을 오르면서 삶의 갈 길을 정하고 실행하기 때문에 스승같은 존재이자, 늘 저를 거부하지 않고 품어주는 어머니 같은 존재이지요. 산악인으로 살아오면서 산으로부터 받은 큰 빚을 갚겠습니다.”
산악인들에겐 존경대상이고, 필자 같은 초보 등산인들이 우러러보는 엄홍철 대장은 1985년 9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8848m) 등반을 첫 시도해 실패하고 난 뒤에도 포기하지 않고, 14좌를 등산하는 등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6좌(공인 14좌+위성봉 2좌)를 등정한 인물이 아닌가.
산은 그렇다. 오르는 이가 전문가든 초보자든, 남녀노소나 빈부를 따지지 않는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평등이요, 끝없는 자유사상인 산의 존재감이다. 또한 자연에게 느끼는 편안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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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산위에서 내려다 본 바닷가 마을이 너무 평화롭고 아름답습니다.바다를 품고 있는 산에서만 느낄수 있는 풍경 같아요!꼭 한번 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