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꽃(Flower) 이야기
<1> 망초와 나리
물망초(勿忘草) / 망초(개망초)
하늘나리 / 중나리 / 원추리(망우초<忘憂草>) / 참나리
봄철에 피는 야생화(野生花) 중에서 망초(亡草)는 가장 흔한 들꽃 중의 하나로 초가을까지 우리나라 들판을 수놓는다.
이 망초(亡草)와 비슷한 시기에 피는 야생화(野生花)로 쑥부쟁이, 벌개미취 등도 꽃 모양이 비슷해 혼동하기도 하지만 그중에서 망초가 가장 흔한 야생화일 것이다.
‘물망초 꿈꾸는~~~’ 가곡(歌曲)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물망초(勿忘草)와 이름이 유사하지만, 물망초는 ‘나를 잊지 마세요 (Forget me not)’라는 낭만적인 꽃말과 더불어 귀엽고 앙증맞은 꽃 모양으로 사랑을 받지만, 망초는 너무 흔한 꽃으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꽃이다. 개망초로 불리기도 하는 이 망초는 슬픈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1910년, 일제(日帝)에 의하여 을사늑약(乙巳勒約)이 강제로 체결되면서 대한제국(大韓帝國)은 외교권을 일본에 빼앗기는 비극을 맞게 되는데 우리나라에는 없던 귀화식물(歸化植物)인 이 꽃(풀)이 마침 그 시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갑자기 전국으로 번졌다고 한다.
아무 죄도 없는 이 꽃은 대한제국이 망할 때 번졌다고 해서 ‘망할 망(亡)’자를 넣어서 ‘망초(亡草)’, 또는 ‘망국초(亡國草)’로 불렸고 더 곤욕스러운 말인 ‘개망초’로까지 불리게 되었으니.... 꽃으로 보면 매우 억울할 일이겠다.
또, 일본사람들이 들어오며 함께 번졌다고 왜(倭) 풀, 모양이 계란플라이(Egg Fly) 모양과 흡사하다고 하여 계란 꽃으로도 불리는데 망초나 왜풀 보다는 ‘계란 꽃’이 한결 점잖고 예쁜 이름이다.
망초는 슬픈 이야기와 달리 봄철에 입맛을 돋우는 무침 나물로, 약용으로는 위염(胃染) 치료, 해독(解毒), 거풍(祛瘋), 류머티즘 통증 완화, 해열(解熱) 등에 두루두루 이용되는 좋은 약용식물이라고 한다.
옛날 중국 초(楚)나라 어느 산골에 가난하지만 금슬(琴瑟)좋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이 부부는 부지런하여 밭에는 항상 풀 한포기 없었고 가을이 되면 다른 집보다 더 많은 곡식을 거두어들였다.
어느 해 전쟁이 일어나 남편은 전쟁터로 나가자 아내 혼자 농사를 짓게 되었다. 남편 걱정에 좀처럼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잡초는 뽑아도 뽑아도 끝없이 돋아나고, 들려오는 소식은 전쟁에 져서 나라가 망할 것 같다는 소문으로 남편 걱정과 그리움이 결국 병이 되고 말았다.
남편이 돌아왔을 때 잡초가 무성한 밭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아내는 아픈 몸을 이끌고 밭에 나가 유난히도 많이 돋은 풀을 뽑아 밭둑으로 던지며 “이 망할 놈의 풀” 하고 푸념을 하다가 그만 지쳐 밭둑에 쓰러져 죽고 말았다고 한다.
남편은 전쟁이 끝나고 무사히 돌아왔는데 돌아와 보니 아내는 죽고 없고 밭에는 잡초만 무성했다.
슬픔과 원망이 쌓인 남편은 아내가 매던 밭에 나가 잡초를 뽑아 던지며 “이 개같이 망할 놈의 풀”이라 했다 하여 “개망초”라는 이름이 덧붙여졌다고 한다.
또, 일설에 초(楚)나라가 망할 때 이 잡초가 무성하여 “망초”라고 불리기 시작했다는 말도 있다.
--------------------
우리나라 여름철에 산야(山野)에 피는 꽃 중에서 나리꽃이 있다.
백합(百合/Lily)과에 속하는 나리는 색깔도 다양하고 크기도 다양한데, 비슷한 종류로 원추리도 있다.
나리꽃의 종류로는 꽃이 하늘을 쳐다보고 피는 하늘나리, 땅을 내려다보고 피는 땅나리, 잎겨드랑이에 갈색 주아(珠芽)가 달린 참나리, 그 밖에도 중나리, 솔나리, 말나리 등등 종류가 다양하다.
백합과에 속하는 원추리는 동북아가 원산인 다년초(多年草)로 훤초(萱草), 망우초(忘憂草), 의남화(宜男花), 모애초(母愛草), 익남초(益男草)라는 여러 가지 이름으로도 불린다. 예전에는 부녀자들이 거처하던 뒤뜰에 원추리(훤초/萱草)를 많이 심었는데 이로 인해 남의 어머니를 높여 부를 때 훤당(萱堂)이라고 하게 되었다. <萱-원추리 훤>
망우초(忘憂草)라 불리는 것은 원추리나물을 먹으면 의식이 몽롱해져서 근심(憂)까지 잊게(忘) 한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부녀자가 머리에 원추리 꽃을 꽂고 있으면 아들을 낳는다고 믿어 의남화(宜男花)라고도 불렀다.
이 말은 원추리 꽃봉오리가 아기의 고추를 닮았기 때문이라고.... 이 밖에도 원추리 꽃에는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물질이 들어있다 하여 황실에서는 꽃을 말려 베개 속을 채워 금침화(衾枕花)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
옛날에 한 형제가 부모를 모두 여의고 슬픔에 잠겨, 매일 눈물로 세월을 보냈는데 형은 슬픔을 잊기 위해 부모님의 무덤가에 원추리를 심었고 동생은 부모님을 잊지 않으려고 난초를 심었다.
세월이 흐른 후 형은 슬픔을 잊고 열심히 일했지만, 동생은 부모님을 향한 그리움으로 슬픔이 더해갔다. 돌아가신 부모도 안타까웠던지 동생의 꿈에 나타나 말했다.
‘슬픔을 잊을 줄도 알아야 한다.’
그 말씀에 따라 동생도 무덤가에 원추리를 심고 난 후, 슬픔을 잊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원추리를 망우초(忘憂草)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忘-잊을 망, 憂-근심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