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칼럼
Samsung Forever 삼성 퇴임임원 회보
2024 봄 Vol.120, 34~37p
2024년 3월 15일
풍수 명당 실리콘밸리 중심에 자리 잡은 애플 사옥
풍수기행(30)
내 인생 최고의 선물, 풍수와의 인연
글ㆍ사진 김정인 회원
지난 70년을 돌아보니 25년간 자라고 배웠고, 30년간 직장에서 일했다. 그 과정들이 재미나고 행복했다. 직장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인생을 살면서 풍수를 공부했는데, 이게 참으로 재미있었다. 풍수는 자연의 현상을 공부하는 것이요, 유익을 구하는 학문이다. 풍수를 공부하고 풍수 현장을 답사한 지 20년이 넘었다.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은 단연코 ‘풍수’다.
풍수와의 인연
풍수는 바람과 물의 작용이다. 풍수를 장풍득수라고 한다. 바람이 갈무리되고, 물을 만나는 곳을 찾아 삶의 터전을 잡아 왔다. 조선시대 서울은 철저한 계획도시였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면서 전국의 명당을 찾아 수도 서울 터를 잡았다. 가장 길지를 찾아 왕궁 터를 세웠고, 수도 밖으로는 100리 이내에서 왕릉 터를 잡았다. 그러니 수도 서울의 왕궁 터와 서울 밖의 왕릉 터만 들러보아도 쉽게 풍수적 길지에 대한 안목이 쉽게 생긴다.
조선시대 사대부가들이 살던 집터도 눈여겨볼 만하다. 수백 년이 흘러와도 그 터는 명당의 기운이 흐른다. 조선시대 사대부가들이 살던 곳에 기업들이 많이 들어섰고, 기업들은 그곳에서 크게 성공했다.
실리콘밸리의 풍수지리
내가 풍수에 크게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미국의 기업도시 실리콘밸리 산호세에 주재하면서부터다. 실리콘밸리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 도시이고, 샌프란시스코만이 내륙 깊숙이 들어오고 있어 천혜의 풍수적 환경을 갖추었다.
실리콘밸리는 인근 지역에 스탠퍼드 대학교와 UC 버클리 대학교가 있어 이곳에서 수많은 인재가 배출되었다. 이들이 나와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고, 여기서 개발된 기술이 세계적으로 퍼져갔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기업이 HP, 애플, 시스코, 구글 등 첨단 기술의 회사들이다. 실리콘밸리에 자리 잡은 주요 기업의 위치를 지도에 표시하고 방문해보며 달력을 만들었는데, 실리콘밸리 지도 달력은 매년 인기 있는 선물 품목이 되었다.
그리고 부자들이 사는 동네들을 살펴보니 부자들은 부자 동네에 모여 살고 있었다. 한국에 귀국하여 풍수지리를 공부해 보니 자연의 현상이 오묘하고 재미가 있었다. 풍수지리의 기본원리를 공부하고 국내와 해외를 여행해 보니 가는 곳마다 풍수 답사의 현장이었고 테마별로 풍수적 공통점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회사를 마친 후 대학원에 진학해 경영학의 입지론을 중심으로 풍수지리를 학문적으로 연구했다. 풍수 기본원리와 풍수 고전을 공부하고 있노라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를만큼 재미있었다. 그리고 재야의 풍수 전문가를 만나 풍수 이야기를 들었다.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았고 풍수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서울의 풍수 명당
서울은 태조 이성계가 수도 입지를 잡은 지 600년이 훨씬 넘었다. 처음에는 10만 도시로 계획했지만, 오늘날에는 천만 명의 도시로 성장하였다. 오랫동안 사람들이 살아와서 터의 이력이 생겼다. 가장 좋은 자리에 왕궁이 들어섰고, 그 주변에 사대부가들이 터를 잡고 살았다. 조선시대 귀족과 부자들이 모여 살던 곳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의 북촌이었다. 기업들이 태동하면서 터의 이력이 좋은 곳을 찾아서 기업 사옥을 세웠다. 명당에 자리 잡은 기업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였고, 명당 밖에 자리 잡은 기업들은 사라졌다. 서울 시내를 답사해 보면 터의 이력을 곳곳에 표시해 두었다. 그 이력을 보면 그 땅의 내력을 쉽게 알 수 있다.
해외의 풍수 현장
해외에 나갈 때면 도시마다 전망대가 있는 곳에 올라 전체의 국세를 살펴보았다. 왕궁 터, 시청 등 관공서, 위인들의 출생지와 무덤, 대학 캠퍼스, 부자 동네, 시장, 공동묘지 등은 풍수 답사의 필수 코스이다. 여기에 풍수의 기본 원리를 대입하여 보니 풍수 이론과 현장 사례가 매우 연관성이 높았다. 세계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풍수적 관점에서 도시와 마을, 유적지 등을 관찰해 보면 누구나 명당의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이 정착 생활을 시작하면서 어떤 곳에 자리 잡고 살아야 풍수해를 피하고 적으로부터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경험적으로 체득해 왔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자연환경과 기후가 다르지만, 터를 잡는 기술은 자연 현상에서 경험적으로 축적해 왔다. 나라마다 터를 잡는 원리가 있었고, 그러한 원리는 오랜 경험을 통하여 축적되어 왔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풍수와 떠날 수가 없다.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일터에 나가며,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 그 인생의 과정이 출생지이고, 주거지이고, 사업장이며, 죽으면 가는 곳이 묘지이다. 어떤 곳에서 태어나고 어떤 곳에서 살고, 어떤 곳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진다. 또한 조상을 어디에 모시느냐에 따라 그 후손의 삶이 달라진다.
100대 명당 답사
지난해부터 한 달에 두 번 전국의 100대 명당을 탐방하고 있다. 500여 곳의 후보지를 보고 나서 100대 명당을 선정할 예정이다. 재미난 것은 역사적 인물, 유명 인사들이 명당에서 태어났고, 명당 집에서 살았고, 죽어서도 명당에 모셔졌다. 그리고 그 후손들도 사회적 유명 인사가 되었다. 참으로 묘한 일들이다.
명당을 답사해 보면 주산의 기운을 받고, 주변 산이나 건물의 호위를 받는 안온한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국세가 포근하게 이루어졌고 전후좌우가 균형을 이루며 주변의 산들과 건물이 유정하다. 물길이 감싸주며 양명한 곳, 터의 이력이 좋은 곳이다.
역사의 현장 골목길 투어
그동안 30여 회에 걸쳐 명당의 현장을 찾아 풍수적 관점에서 조명해 보았다. 신라, 백제, 고려, 조선의 수도 입지와 왕궁, 왕릉, 기업의 터, 사대부가들의 동네와 집터, 대학 캠퍼스 등 현대에 이르기까지 풍수 현장을 답사하고 <풍수기행>을 연재해 왔다.
이제 <풍수기행>을 30회로 마무리하고 서울을 중심으로 골목길 투어를 하고자 한다. 전철 또는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으로 쉽게 갈 수 있는 곳을 직접 찾아가서 역사적, 지리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맛집 탐방도 겸하여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장소를 발굴할 예정이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남대문에서 시작해 덕수궁, 정동, 경희궁 일대를 지나 광화문, 경복궁에 이르는 골목길을 걸으면서 골목골목에 담긴 애환을 들춰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진 임금, 세종대왕이 태어난 인왕산 아래 서촌에서 시작해 윤동주 문학관이 있는 부암동까지, 서촌 지역도 기대가 되는 탐방 지역이다. 그 외에도 북촌 투어, 남산골 투어 등 서울 시내 골목 요소요소의 갤러리와 골목길을 걸어볼 예정이다. 걷기 운동은 건강 유지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루 1만 보 정도를 걸을 수 있는 거리,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는 골목길 투어는 또 다른 재미난 여정이 될 것이다.
BMW 골목길 투어 : 김정인 회원의 새 칼럼 <BMW 골목길 투어>가 여름호부터 연재됩니다. 골목길에서
찾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게재될 예정이니 회원 여러분의 애독을 부탁드립니다.
■ BMW를 아시나요?_독일의 자동차 회사 브랜드가 아닌 Bus, Metro, Walk를 지칭하는 말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의미입니다.
삼성 포에버 봄호 p34~37
풍수기행이 8년간 30회로 연재되면서 삼성성우회보 최다기고 기네스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