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부부는
1966년 5월에 결혼했다.
햇수로
53년 하고도 반년이 넘었다.
짧은인생을 생각하면
정말 오랜기간이다.
3년전 결혼50주년,
금혼식을 기념해
나는
아내에게 세가지 선물을 했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흑장미 50송이,
나이많은 아내는
꽃다발을 받고 소녀처럼 기뻐했다.
다음은
아내가 좋아하는
우리가곡 이은상시,
박태준곡인 사우(思友-동무생각)를
첼로로 두번연주했다.
그리고
일본의 홋카이도로 기념여행을 갔었다.
지금 65세이상의
황혼이혼율은 36%,
이혼은 하지않았지만
별거중인 부부도 많고
졸혼(卒婚)상태도 많다고 한다.
이렇게
헤어진 부부중
남자의 경우 46%가
빈곤층으로 전락,
창문도 없는 쪽방에서
고달프게 살다
고독사한다.
그개서 우리부부는
53년의 결혼생활에 대해
늘 감사하고 있다.
지금도 우리부부는
건전하게,
건강하게,
창의적인 삶을 살고있다.
우리가
노력한 부분도 있겠지만
오히려
더 큰 섭리에 감사하고있다.
더 겸손한 자세로 살려고 노력한다.
어떤사람의 건강상태는
걷는모습에서
쉽게 알아볼수 있으며
특히
노인의경우는 더 그렇다.
허리를 펴고 힘차게 걷는가,
아니면
굽은등에 지팡이를 집거나
심한경우
유모차를 밀고걷는 할머니들도 많다.
건강한 노인보다는
아픈 노인들이 더 많은것같다.
성인남자의 경우
평균보행속도는
시속3킬로,
빠른사람이 3,5킬로다.
그런데 80대인
우리부부는 6킬로다.
반평생을
걷기운동을 꾸준히 했기 때문이다.
건장한 젊은이들도
우리부부의
빠른걸음을 따라오지 못한다.
물론 우리는
등도 굽지않았으며
지금도
주 5일이상
6킬로를 60분에 걷는다.
의사들의 권고대로
주당 300분이 기준이다.
다음이
몸의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해
걷기운동후에
꼭 스트레칭을 한다.
나이든 사람에게는
평지를
빠르게 걷는운동이 가장 적합한것같다
양의도,
한의도 평지걷기를 권하고있다.
걷기운동은
다리로 하는게 아니라
의지로 하는운동이다.
아주
심하지않다면
비가오나
눈이오나 걷는다.
무엇보다 나는
내 건강의 기초가
걷기운동에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걷는다.
우리같은
노부부의 생활이
건전한것은
그 바탕에
건강이 있기때문이다.
살아보면 알겠지만
노후생활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돈이 아니라 바로 건강이다.
그렇다면 우리부부는
어떻게
53년의 결혼생활을
건전하게 유지할수 있었을까.
우리자신은 물론,
다른분들에게
소중한 참고가 되기위해서라도
그 원인들을
분석해 보는것이
바람직 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선 지금의
우리의 생활환경을 살펴보면,
우리는
자기집(아파트)에서 살고있으며,
경제적으로는 완전독립이다.
노인이된후
거처와 돈에서
독립하는것은 아주 중요하다.
그게
삶의질을 결정한다.
두사람 모두
노인들의 대표적인 지병인
고혈압,
관절염, 당뇨가 없다.
나는 1967년
운전면허를 취득,
52년간 운전하고있으며
아내는 1974년에 취득,
45년간
운전하고있는 베테랑들이다.
2년전
8번째로 바꾼
새차를 가지고있다.
아내는 수시로,
나는
주 1회정도 운전을 하고있다.
지금 우리부부는
인간생활의 기본이 되는
의, 식, 주에서
큰 불편없이 대단히
독립적 으로 살고있다.
(노후의 경제적 독립을 위해서는
수입의 30%를
지속적으로 저축하면 된다.)
특히
우리부부는
내가
식도락을 즐기기 때문에
맛집을 찾아
외식하는 즐거움을 가지고있다.
노후생활에서 외식은
생활의 큰 활력소가 된다.
일년에 한번
해외여행도 다니고 있다.
젊었을때는
아프리카까지 갔지만
지금은
가까운곳을 주로 다닌다.
그러나
우리부부가
53년 이라는 긴세월
결혼생활을
원만하게 유지하고 있는것은
눈에
보이지않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그게
두사람이 함께 가지고있는
가치관이다.
가치관 (價値觀)
인간이
삶이나 어떤 대상에 대해서
무엇이 좋고, 옳고,
바람직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관점
우리부부가 가지고있는
가치관을
상징적으로 설명할수있다.
'우리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곳이
세 곳이다.
책방,
문방구,
그리고 빵집이다.'
우리집에서
가장 많은물건은 책이다.
아내도 나도
각각
천오백권이 넘는 책을
가지고있으며
지금도
가장 많이 사 들이는것이
책이다.
뿐만아니라
아내는 일주일에 하루는
도시락을
싸 가지고 도서관에 간다.
하루종일
책을읽고 공부한다.
나역시 하루도
책을읽지않는 날이없으며
매일
국어사전을 뒤진다.
책을 사랑하고
공부를
즐기는 가치관에서
우리는
완전히 일치하고있다.
사실
학교에 다닐때보다
노년인 지금
더 많은공부를 하는 셈이다.
아내는 미술사를,
나는 문화사를
평생학문으로 공부하고있다.
다음이
창의적인 생활이다.
아내는 화가이며
수채화전문이지만
유화, 아크릴화도 그리며
국전 구상부문
입선의 경력도 가지고있다.
그림은
최고의 창의성을 요구하는
분야다.
아내는
평생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우리집의 거실은
아내의 아뜰리에가 되어
온갖
화구와 책들로 꽉 차있다.
아내를 보면서 느끼는것은
여자들의 노후에서
그림그리기는
정말
유익한 일상이라고 생각한다.
삶의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창의적인 작업이 글쓰기다
나는
일주일에 한편씩
글을써서
내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입력할때는
자판을 쓰지만
원고는
종이에 볼펜으로 쓴다.
창작이기 때문이다.
글을쓰기위한
자료수집,
정리,
풀로트세우기등은
정말 힘든 작업들이다.
아내의
그림그리기나
나의 글쓰기는
모두가
정신을 젊게하는 두뇌작업이다.
마음이 젊으면
몸도 젊어진다.
창의적인 생활에서도
우리는
가치관을 공유하는 셈이며
이는
결혼생활에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두사람 모두에게
문방구가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연이긴 하지만
아내와 나는
다같이
빵을 아주 좋아한다.
오래전
빠리의 17구 빌리에의
중산층 프랑스인 가정에서
장기민박을 했을때
우리는
중학교교사인 마담에게
아침은 바케뜨를
먹게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담은
매일 퇴근길에
서로다른
바게뜨를 사 왔으며
우리는
서로 모양과 맛이
다른
바게뜨를 원도없이 먹었다.
그때
비로서 서울에서는
빠리바게뜨를
먹을수 없다는점을 깨달았다.
빠리에서
서울김치를 먹을수 없는것과
같은 이치다.
서울의 바게뜨는
한국식바게뜨일 뿐이다.
우리부부가
가장좋아하는 빵은 깜파뉴다.
프랑스인들이 모여사는
서레마을까지
가서 사다먹곤 했다.
그런데 얼마전
가까운곳에
큰 빵집이 문을 열었고
구경삼아 들렸다가
깜파뉴가 있는것을 발견,
설레는
마음으로 사다 먹어보니
합격점이다.
이제부터는
마음놓고 먹고싶은대로
깜파뉴를
먹게되어 정말 기쁘다.
아내는
내가 만드는
피타빵샌드위치를 아주 즐긴다.
함께
빵식을 즐긴다는건
동호인 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 우연에 감사한다.
우리부부는
50대에서 60대 사이에
집중적으로 해외여행을 했다.
정말
많은곳을 가 봤고
여행형태도 다양했다.
그중
빠리 프랑스인 가정에서의
장기체류와
렌트카로
영국을 일주한
자동차 여행이 기억에 남는다.
구소련 여행도
인상적인 여행이었다.
그런데
우리부부가
다시 가고싶은 곳은 사막이다.
타는듯한
열기속의 모래와 바위산이 있는
대표적인 곳이
시나이반도의 끝없이 펼쳐진 광야다.
우리부부는
이 광야에 여러번 갔었으며
직접
걸어보기도 했다.
광야에는
눈에 보이는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마음의 눈을 열면
전혀
다른것들이 보인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은 사막의 종교다.
눈에는
보이지않지만,
그곳에서만 볼수있는
인간의 근본적인것들,
우리는
그것들을 보고 느끼는 가치관을 공유하고있다.
이 가치관이야말로
우리부부를 연결해주는
가장
큰 고리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사이를 연결해주는
가장 튼튼한 줄은
그래서
가치관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생활은 가는실들이 꼬여 밧줄이 되는것이다.
ㅡ 임어당.
by/yoro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