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수행이야기]〈75〉법대로 살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출발
승려들의 명리(名利)와 결사 운동
禪사상 확립 종단단초 마련한 정혜결사
선교일치 돈오점수 바탕 불교 쇄신운동
고려 시대에 여러 차례 결사가 추진되었다. 결사 운동은 당시 불법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승려들이 부처님 법대로 살지 못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판적 견지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대각국사 의천의 결사도 있지만, 고려 시대 대표적인 결사로는 세 가지인데, 백련ㆍ정혜ㆍ수정 결사이다.
먼저 1129년, 진억(津億)의 수정결사(水精結社)이다. 진억은 자은종 승려로서 혜덕 왕사(韶顯) 문하에 출가해 대선에도 합격했던 인물이다. 지리산 오대사(五台寺)를 수리하여 이곳에 머물면서 “출가인의 본분이 수행에 있는데, 요즘 승려들은 명리(名利)에만 치중한다”라고 한탄하면서 결사할 것을 다짐하였다.
진억은 중국 여산 혜원(334~416)의 백련(白蓮) 결사와 성상(959~1020)의 정행(淨行) 결사를 본받아 수행운동을 전개하였다. 스님은 <점찰업보경>에 의해 선악 업보를 살피는 참회와 더불어 서방정토 왕생의 염불결사를 조직하였다. 당시 결사를 위해 도량에 모인 참가자가 3000여명이 넘었다고 하니, 꽤 성황리에 추진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은 보조 지눌(1158~1210)의 정혜(定慧) 결사이다. 지눌이 불교를 일신하고자 했던 고려 시대 대표적인 결사 운동이다. 당시 교종 승려들이 무신 정권 세력에 이용당하기도 하고, 승려들의 타락된 모습을 보면서 지눌은 도반 십여명과 함께 결사를 약속하였다.
지눌은 이통현 장자의 <화엄경론>을 읽고 두 번째 깨달음을 얻은 뒤, 팔공산 은해사 거조암에서 도반들과 정혜 결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시국선언문과 같은 <권수정혜결사문>을 발표하고, 선교일치와 돈오점수를 바탕으로 불교 쇄신운동에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1200년 지눌은 송광산 길상사로 옮겨가 본격적으로 결사 운동을 전개하였다. 이 길상사는 훗날 수선사라 개명하였고, 산 이름도 송광산에서 조계산으로 바꾸었다. 이 정혜 결사는 현 조계종의 선사상 확립과 종단의 단초를 마련하였다고 볼 수 있다.
마침 이 정혜결사에 천태종 승려 원묘(圓妙) 요세(了世)도 참여하였다. 요세(1163~1245)는 12세에 출가해 여러 사찰에서 수행 정진했는데, 28세 무렵 고봉사에서 개최한 법회에 참석하였다가 법회 분위기에서 승려들의 세속적 명예나 재산에 탐닉하는 모습을 보고 실망하여 도반들과 결사하기로 약속하였다.
한편 요세는 지눌의 결사운동에도 동참하였다. 당시 지눌은 요세에게 서찰을 보내 함께 정진할 것을 권했던 것이다. 요세는 영명 연수(904~976)가 쓴 “천태의 묘해(妙解)에 의지하지 않고는 수행의 120가지 병(病)을 벗어날 수 없다”는 내용에 감득하고, 법화 사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게다가 경전과 계율을 중시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참선 수행만으로 이루어진 정혜 결사에 회의적이었다. 이에 스님은 모든 사람이 참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중생들의 근기에 맞는 새로운 결사가 필요함을 느끼고 백련 결사를 결성하였다.
요세는 전라도 강진 만덕산에서 천태 사상을 기반으로 참회(법화삼매참)와 정토 신앙(정토구생)을 수행법으로 제시했다. 요세의 백련 결사는 사회 지도층이나 부유층만이 아닌 농민과 천민을 포함한 일반 백성을 대상으로 삼았다. 요세는 철저하게 무소유 정신을 일관하며 발우와 승복뿐이었고, 시주로 들어온 보시물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와 같이 고려 시대 세 결사의 공통점은 승풍 진작과 새로운 승가 구현이다. 지눌이 현 조계종의 근간인 선사상을 정립한 것도 한몫하지만, 무엇보다도 부패한 승가를 붓다 정신으로 돌리고자 결사를 통해 청정 승가를 꿈꾸었다는 점이다.
소납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현 조계종은 깊은 수렁에 빠진 느낌이다. 며칠이 멀다하고 터져 나오는 종단의 비보가 우울하게 만든다. 고려 때처럼 결사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지금이 아닐까?!
정운스님… 서울 성심사에서 명우스님을 은사로 출가, 운문사승가대학 졸업, 동국대 선학과서 박사학위 취득. 저서 <동아시아 선의 르네상스를 찾아서> <경전숲길> 등 10여권. 현 조계종 교수아사리ㆍ동국대 선학과 강사.
[출처 :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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