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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장기기억강화로 시냅스 돌기가 생기다
초기 LTP(long term potentiation, 장기시냅스강화)는 칼슘 유입이 단기간의 단백질 인산화효소의 활성을 유도하고, 단백질의 인산화가 AMPA 수용체(α-amino-3-hydroxy-5-methylisoxazole-4-propionic acid receptor)의 활성과 세포막으로의 삽입을 중재하는 과정입니다. 후기 LTP는 초기 LTP에서 단백질 인산화효소가 지속적으로 작용해 세포외 신호전달 단백질의 활성을 유도하는 과정입니다.
초기 LTP는 NMDA 수용체(N-methyl-D-aspartate receptor)의 활성으로 칼슘이온 농도가 증가되며 AMPA 수용체의 전기전도도가 증가하는 현상이지요. 후기 LTP는 이온성수용체와 대사성 수용체에 모두 작용하여 단백질 키나아제를 활성화시킵니다. 단백질 키나아제에 의해 자극을 받은 세포외신호조절키나아제(ERK ; extracellular signal-regulated kinases)작용으로 신호단백질, 세포골격단백질, 핵단백질이 동작하여 유전자 전사인자를 자극합니다.
유전자 전사인자의 작동은 단백질합성을 촉진하여 신경세포막에 삽입되는 수용체 채널을 만들지요. 후기 LTP는 유전자와 관련되지요. 새로운 단백질이 만들어져 새로운 스파인 돌기가 생겨나는 겁니다. 그전까지 일어나는 초기 LTP는 후기 LTP를 위한 준비 과정으로 볼 수 있지요. 후기 LTP에서는 AMPA 수용체, NMDA 수용체, 대사성 글루탐산 수용체(mGluR ; metabolic glutamate receptor)가 등장합니다.
AMPA 수용체, NMDA 수용체 같은 이온채널성 수용체는 기억을 만들며 의식의 내용과 관계가 있습니다. 어떤 자극이 갑자기 들어오면 이온채널성 수용체가 작용하여 재빨리 반응하죠. 반면 대사성 글루탐산 수용체, 세로토닌 · 도파민 · 노르아드레날린의 대사성 수용체는 의식의 상태와 관계가 있습니다. 대사성 수용체의 작용은 천천히 일어나죠. 수 분에서 수십 분이 경과한 후 천천히 일어나면서 신경전달 물질의 작용이 증폭되죠. 그래서 시냅스후세포의 활성전위가 생성될 확률을 높여 신경자극에 대한 민감도가 증가하지요. 그래서 주로 대사성 수용체와 작용하는 신경물질인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을 신경조절물질이라 하지요.
NMDA 수용체에 글루탐산이 부착되어 이온채널이 열리면 칼슘이온이 들어가죠. 그러면 칼슘-칼모듈린이 생기며 아데닐레이트 사이클라제(AC)와 CaMK II가 작동합니다. 아데닐레이트 사이클라제는 AC cAMP CREB의 연쇄작용을 촉진하지요. 그다음에 등장하는 효소가 세포외신호조절키나아제(ERK)입니다. 키나아제는 단백질을 인산화하여 활성화시키는 효소이지요. ERK는 세포 밖에서 전달되는 신호를 받아 다른 단백질에 작용하는 효소입니다.
MAPK(mitogen-activated protein kinase)가 ERK의 한 종류이지요. MAPK는 ‘유사분열 촉진단백질 키나아제’라는 의미처럼 DNA 전사를 억제하는 핵단백질 CREB-2의 작용을 제거하죠. 전사억제 작용이 제거되면 유전자가 전사되어 단백질을 만들지요. 그래서 MAPK가 동작하면 드디어 단백질을 만드는 일이 시작됩니다. 합성된 단백질은 새로운 AMPA 수용체를 만들지요. 이처럼 기억을 추적하는 일은 단백질의 인산화를 추적하는 일이지요.
세포의 신호전달과정과 단백질합성의 구체적인 예가 바로 신경세포에서 기억을 만드는 과정이지요. 그래서 세포막의 수용체 단백질에 의한 세포 내부의 신호전달과 유전자 전사조절과정의 이해는 뇌과학에서 중요하지요. G-단백질수용체와 수용체 티로신키나아제의 활성화와 세포 내 신호전달과정을 살펴봅시다.
수용체단백질에 세포간 신호전달물질이 부착되면 수용체가 활성화되지요. 그러면 PI-3K(phosphatidylinositol 3-kinase), PKA(protein kinase A), PKC(protein kinase C), CaMK II, MAPK(mitogen-activated protein kinase), PKB(protein kinase B)가 작동합니다. 이들은 단백질을 활성하는 효소들이지요. 이 효소들은 모두 단백질에 인산기를 붙여주는 효소인 키나아제(kinase)이지요. 그리고 이 키나아제들이 작용하는 대상은 유전자조절단백질과 표적단백질이지요. 이처럼 기억의 근원을 추적하면 신경세포막의 수용체단백질을 만나고, 수용체단백질의 근원을 추적하면 유전자를 만나지요. 기억과 유전은 생명 현상의 상호연결된 두 주인공이지요.
에릭 캔들의 바다달팽이 실험으로 돌아가봅시다. 이번에는 바다달팽이의 꼬리를 초당 100회의 빠르기로 다섯 번 자극합니다. 그러면 감각뉴런에서 중계뉴런으로 세로토닌이 더 많이 분비되고, 중계뉴런의 대사성 수용체에 더 많은 세로토닌이 결합하여 더 많은 양의 cAMP가 생성되죠. 그렇게 만들어진 cAMP가 세포 안으로 확산되어가면서 PKA를 만나 PKA를 자극합니다.
많은 양의 cAMP가 생성되고 그 작용으로 활성화된 PKA 농도가 높아지면 PKA는 확산되어 핵 속으로 유입될 수 있지요. PKA는 조절 소단위와 촉매 소단위가 결합된 두 쌍의 소단위체(subunit)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조절 소단위에 cAMP가 붙으면 촉매 소단위가 분리되어 핵막에 있는 핵구멍복합체(nucleus pores complex)를 통해 PKA의 촉매소단위체가 핵 속으로 들어갑니다.
핵 속으로 들어간 PKA는 전사조절인자 CREB-1을 활성화시킵니다. PKA가 많아지면 또 다른 단백질 MAPK가 불려오는데, 이 MAPK는 전사조절인자 CREB-2에 작용합니다. 전사조절인자는 기능성 유전체학에서 중요한 단백질로, 유전자의 전사를 제어하는 DNA 가닥에 결합하는 단백질들이지요.
CREB-1과 CREB-2가 작용하는 메커니즘은 기억의 본질과 관련됩니다. CREB-1은 DNA 가닥을 읽어서 단백질을 합성할 때 전사인자로 작용하여 DNA 사슬에 존재하는 유전자를 RNA로 전사하는 것을 조절합니다. 평상시에는 CREB-2가 CREB-1이 동작하지 못하게끔 억제합니다. 그러다가 핵 속으로 들어간 MAPK에 의해 CREB-2가 탈억제되죠. 동시에 PKA가 CREB-1을 동작시킵니다. 자동차 운전에 비유하면, MAPK로 CREB-2라는 잠금장치의 잠금 상태를 해제한 후 PKA로 CREB-1이라는 자동차에 시동을 거는 거죠.
CREB-1에 인산기가 붙어 시동이 걸리면 꽉 잠겨 있던 DNA 두 가닥이 풀리면서 염기서열이 드러나고 전사(transcription)가 시작됩니다. 전사는 복제(replication)와 다르죠. 전사는 중요한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DNA 코드 일부만 복사하는 것이고, 복제는 세포분열처럼 DNA 코드 전체가 복사되는 겁니다.
만약 모든 정보가 다 기억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서로 관련없는 사소한 정보를 모두 기억하게 되면 그 공통 패턴을 찾기가 어렵게 되죠. 따라서 요점을 파악하기가 힘듭니다. 생존에 중요한 정보를 기억하고 주의를 분산시키는 정보는 무시해야 하죠. 그래서 중요하지 않은 정보는 차단하거나 무시하고, 중요한 정보는 선택하여 오랫동안 기억해야 하죠. 그 역할을 CREB-1과 CREB-2가 나눠 맡고 있습니다.
CREB-1은 DNA 코드를 풀어 장기기억이 만들어지도록 하고, CREB-2는 CREB-1가 중요하지 않은 기억에 활성화되지 않도록 억제하고 있어요. 그러다가 생존에 중요한 자극에 의해 CREB-2가 MAPK에 의해 제거되면, PKA가 작동하여 CREB-1가 재빨리 활성화되어 새로운 시냅스를 만드는 일이 시작되죠.
PKA와 CREB-1, MAPK와 CREB-2의 작용을 한마디로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장기기억의 문턱 값을 설정한다.” 이 작용은 구체적으로 물리적 반복으로 형성됩니다. “반복이 완벽함을 낳는다.” 에릭 캔들이 기억형성의 원리로 ‘반복’적 자극을 강조했지요. 기억만이 아니라 많은 생체 메커니즘은 확률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이 작용하고 많이 분비해야 핵 속으로 들어가서 작용할 단백질이 많아지지요. 핵 속에 들어가서도 100퍼센트 성공하지 않아요. 그래서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민감해진 부분을 물리적으로 반복해야 합니다.
그런데 반복하지 않아도 정보가 장기기억으로 저장될 때가 있어요. 감동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경험을 했을 때 그렇죠. 감동을 하게 되면 CREB-1을 막고 있던 CREB-2가 순간적으로 억제를 풉니다. 그 결과, 경험하는 순간에 사진을 찍듯이 그 장면 그대로 기억할 수 있지요. 그런 기억은 너무나 강렬하죠. 한 번 경험했을 뿐인데도 평생 기억에 남는 현상은 우리에게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려주지요.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막에서 본 별이 쏟아지던 밤하늘, 몽골 사막 한가운데서 만났던 검푸른 하늘, 그리고 알타이 산맥의 아찔할 정도로 투명했던 광경들은 한번 보아도 평생 잊히지 않지요. 이처럼 학습할 정보를 정서적 느낌으로 채색하면 의미가 오래 기억됩니다. 결국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감정이 풍부한 사람입니다. 기억과 감정은 해마와 변연계와 관련되며 기억의 내용적 측면과 감정적 측면을 각각 생성하지요. 따라서 기억과 감정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번에는 인간의 두 신경세포가 시냅스를 만드는 과정을 살펴봅시다. 시냅스전 신경원, 즉 감각뉴런이 자극을 받으면 글루탐산이 담긴 소포체가 시냅스전세포막쪽으로 이동해 세포막과 융합하여 소포체가 열리면서 글루탐산이 시냅스 간극으로 분비되어 나오죠. 그러면 글루탐산이 시냅스후신경원, 즉 중간뉴런 세포막에 삽입된 AMPA 수용체에 가서 결합합니다. 글루탐산은 대사성 수용체뿐 아니라 이온채널성 수용체에도 결합해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이죠.
그 결과 이온채널이 열려 세포 밖에 있던 나트륨이온(Na+)이 세포 안으로, 바닷물이 흘러들 듯이 쏟아져 들어 갑니다. 생명은 바다에서부터 진화되어 왔죠. 바닷물에는 소금인 염화나트륨이 녹아 있지요. 세포 안에서 염화나트륨의 형태가 아니라 나트륨이온과 염소이온으로 분해되어 지금도 우리 몸속에 남아서 신경세포의 활성전위를 생성하여 뇌를 작동시키고, 그 태고의 바다 이야기를 글로 쓰게 하는 겁니다.
시냅스후세포막에는 NMDA 수용체도 있어요. NMDA 수용체에도 글루탐산이 결합됩니다. 그러면 NMDA 수용체 안을 막고 있던 마그네슘이온이 떨어져 나가면서 NMDA 수용체가 활성화되죠. NMDA 수용체의 통로가 열리면 칼슘이온이 세포속으로 들어갑니다. 세포 속으로 칼슘이온이 들어가면 칼슘이온이 세포 속의 인산기와 결합하여 인산칼슘이 될 수 있어요. 인산칼슘은 뼈의 주성분이지요. 즉 칼슘이 인산기와 결합하면 세포가 뼛조각처럼 뻣뻣해져 활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되죠. 그래서 칼슘 이온이 세포 안으로 유입되어 단백질 활성화를 촉발한 후 곧장 세포질 속 칼슘 농도를 낮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칼슘을 회수하는 메커니즘이 작용합니다.
우선 세포막에 있는 칼슘이온 펌프가 작동하여 세포바깥쪽으로 칼슘이온을 퍼냅니다. 그리고 나트륨이 칼슘과 교환하여 세포 안으로 유입될 때 칼슘이 세포 밖으로 나가죠. 칼슘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면 ATP도 투입됩니다. ATP 한 분자가 들어가서 ADP로 바뀌면서 칼슘을 퍼내는 거죠. 소포체도 ATP 에너지를 사용하여 능동적으로 칼슘을 회수해요. 근육세포에서도 형질세망에서 칼슘이온을 신속히 회수하지요. 형질세망에서 가두었다 다시 근육이 움직일 때 칼슘이온을 확 내보내죠. 칼슘을 거두고 내보내는 일이 반복되면서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겁니다. 소포체로도 부족해서 미토콘드리아 내막에 있는 칼슘이온 펌프까지 돌아갑니다. 역시 ATP가 쓰이죠.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세포 안의 칼슘 농도를 10-7몰로 유지할 수 없으면 최후의 수단이 이용됩니다. 칼모듈린(calmodulin)이라는 단백질이 대기하고 있다가 칼슘이온을 확 잡아채서 결합해요. 세포 내 잔류 칼슘을 흡수하는 칼모듈린은 세포 안에 있지요.
칼모듈린이 칼슘과 결합해 칼슘-칼모듈린이 만들어지면 두 가지 현상이 일어납니다. 하나는 아데닐레이트 사이클라제(adenylyl cyclase), 즉 AC가 동작해 cAMP가 만들어집니다. cAMP가 PKA를 활성화시키고, PKA는 CREB-1을 움직이죠. 또 다른 현상은 칼슘-칼모듈린이 CaMK II를 동작시킵니다. CaMK II가 동작하면 MAPK가 활성화되어 CREB-1의 활성화를 막고 있던 CREB-2의 작용이 억제됩니다. 이 두 경로는 NMDA 수용체 통로로 칼슘이온이 확 들어오는 순간 시작되죠. 그리고 연쇄작용이 차례로 일어납니다. 연쇄작용의 끝은 뭐죠? CREB-1 활성화와 CREB-2 억제로 새로운 단백질이 생성되고 그 결과 새로운 장기기억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기억의 기원은 유전자와 만나게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CREB-1의 작용이 장기기억의 핵심이므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두 층의 인지질로 이루어진 막에 G-단백질 수용체가 삽입되어 있고, G-단백질 수용체로 신경전달물질이 부착됩니다. 이 신경전달물질은 글루탐산이 될 수도 있고, 세로토닌이 될 수도 있고, 도파민이 될 수도 있죠. 신경전달물질이 결합하면 G-단백질 수용체가 활성화됩니다. G-단백질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G-단백질 수용체에서 세포질 쪽으로 결합되어 있던 G-단백질 수용체의 소단위체 Gα, Gβ, Gγ에서 Gα가 분리되어 GTP와 결합하여 동작하기 시작합니다. ATP가 에너지를 공급해주는데, 감각작용에서도 GTP가 그 역할을 해요.
Gα가 GTP와 만나면 아데닐레이트 고리화 효소, 즉 AC를 활성화시켜 cAMP를 합성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cAMP는 PKA의 조절 소단위에 있는 구멍에 가서 붙어요. 그러면 PKA의 촉매 소단위가 분리되죠. 분리된 촉매 소단위는 핵공복합체를 통해 핵 속으로 들어갑니다. 핵 속의 DNA에 전사인자로 작용하는 CREB-1과 CREB-2 단백질이 있죠. PKA의 촉매 소단위가 CREB-1에 인산기를 붙입니다. 이렇게 인산화된 CREB-1은 전사조절인자가 되어 DNA의 유전암호 전사를 시작하게 합니다.
PKC가 활성화되면 MAPK도 작동을 시작합니다. MAPK는 핵 속으로 들어가서 CREB-1을 막고 있던 CREB-2의 작용을 억제합니다. PKA의 촉매 소단위에 의해 인산기가 붙고 CREB-2가 제거되어 활성화된 CREB-1은 드디어 전사인자가 되어 DNA의 유전자를 전사하기 시작합니다. CREB-1은 유전자 영역의 DNA를 핵 속에서 전사하여 RNA 가닥을 만들고, 이 RNA 가닥이 세포질에서 리보솜의 작용을 받아 아미노산 서열로 번역되지요.
그리고 이 아미노산 서열의 직선 구조가 삼차원적 구조를 형성한 것을 단백질이라 하는데, 그 단백질이 시냅스의 이온채널을 구성하여 장기기억을 만듭니다. 단백질은 생명 현상의 주역이지요. 기억이라는 생명 현상도 단백질의 작용입니다. DNA에서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생명 현상의 기본 작용이지요. 이 과정은 기억을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내용이므로 살펴보겠습니다.
DNA는 이중나선 형태로 두 가닥이 꼬인 후 단백질인 히스톤 복합체에 돌돌 감겨 있습니다. 히스톤 복합체가 떨어지기 전에는 DNA 두 가닥이 풀리지 않아요. 함부로 풀리지 않도록 유전암호가 보호됩니다. DNA 두 가닥 가운데 하나를 확대해보면, 뉴클레오티드(nucleotide)가 보입니다. 뉴클레오티드는 염기, 디옥시리보스(deoxyribose), 인산기로 구성된 화학물질입니다. 염기는 아데닌, 티민, 구아닌, 시토신으로 네 가지가 있죠.
디옥시리보스는 다섯 개의 탄소로 이루어진 당의 한 종류이지요. 뉴클레오티드의 인산기는 인접한 또 다른 뉴클레오티드의 당 부분과 인산디에스테르 결합(phosphodiester)으로 나란히 연결되어 DNA의 긴 사슬 한 가닥을 형성하죠. 뉴클레오티드의 염기는 다른 DNA 가닥의 뉴클레오티드 염기 부분과 수소결합을 이루고 있어요. 수소 결합을 이룬 염기 부분을 보면 신기하게도 아데닌은 티민, 구아닌은 시토신과만 짝을 짓습니다. 이런 염기들의 수소 결합에 의해 DNA는 이중나선 구조를 형성합니다.
DNA는 단백질이 아니고 뉴클레오티드로 구성된 핵산(nucleic acid)의 한 종류죠. 유전물질로 작용하는 고분자 유기화합물이에요. 리보핵산(RNA ; ribonucleic acid)도 마찬가지로 핵산 가운데 하나입니다. 핵산은 1869년 스위스의 생물학자 프리드리히 미셔(Friedrich Miescher)가 수술용 붕대에 묻어 있던 고름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다가 발견했다고 합니다. 발견 당시 세포의 핵 속에 있었다고 해서 핵산을 뉴클레인(nuclein)이라고 불렀습니다.
CBP(CREB binding protein)의 작용으로 히스톤 복합체의 아미노산이 아세틸기와 결합해 히스톤 복합체가 떨어져 나가면 DNA 이중나선이 풀리고 전사가 시작됩니다. DNA 이중나선에는 전사의 시작점 역할을 하는 프로모터(promoter)가 있죠. 이부분에 RNA 중합효소(RNA polymerase)가 전사인자를 연결고리로 하여 결합합니다. RNA 중합효소뿐만 아니라 또 다른 전사인자들이 프로모터로 이동해 전사인자와 결합하지요. 이렇게 만들어진 복합체만으로는 전사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프로모터 가까이에 인핸서(enhancer)라는 강화인자가 있어요. 이 인핸서에 활성을 일으키는 조절인자(regulator)가 붙어 DNA 이중나선이 휘어지면서 인핸서가 프로모터의 복합체에 가서 결합하죠. 그 결과 복합체의 전사인자들이 떨어지면서 RNA 중합효소가 자유롭게 되어 작동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헬리카제(helicase)라는 효소가 DNA 이중나선에 결합해 앞으로 움직이면서 수소 결합으로 연결된 DNA 두 가닥의 염기 사이를 끊어 이중나선을 두 가닥으로 풀어냅니다. 그 뒤를 RNA 중합효소가 따라가며 그대로 드러난 DNA의 유전정보를 복사해 나가죠. RNA 중합효소는 DNA를 구성하는 디옥시리보뉴클로에오티드(deoxyribonucleotide)를 주변에서 공급받아, 풀린 DNA 염기 배열과 같게 아데닌과 구아닌, 티민과 시토신의 짝을 맞춰 연결합니다. 유전자, 유전정보, 염기의 관계는 마치 매뉴얼과 매뉴얼을 설명하는 단어, 단어를 이루는 글자 같지요.
복사를 끝낸 DNA 두 가닥은 염기의 수소 결합에 의해 이중나선 형태로 다시 돌아가고, 복사된 아데닌과 구아닌, 티민과 시토신 짝은 한 가닥으로 연결되어 pre-RNA로 합성됩니다. 이후 pre RNA에서 RNA 중합효소 I에 의해 rRNA(ribosomal RNA), RNA 중합효소 II에 의해 mRNA, RNA 중합효소 III에 의해 tRNA가 만들어지죠.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려면 DNA의 유전정보가 핵에서 세포질로 이동해야 하는데 DNA가 핵 밖으로 움직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그 역할을 mRNA가 대신하죠. 그런데 DNA의 유전자 곳곳에는 단백질 합성에 무관한 유전정보가 있어요. 이 부분을 인트론(intron)이라고 합니다. 의미가 있는 유전정보가 담긴 부분은 엑손(exon)이라고 하죠. DNA에서 복사된 pre-RNA에도 엑손과 인트론이 있어요.
단백질을 합성하려면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야겠죠. pre-RNA의 인트론이 시작되는 부분과 끝나는 부분에 스플라이소좀(spliceosome)의 일부가 결합하여 잘라낼 부분을 표시하면 스플라이소좀의 나머지 부분들이 이동해 붙어서 인트론을 분리하여 제거합니다. pre-RNA 사이사이에 있던 불필요한 인트론이 제거되고 엑손만 연결되면 mRNA가 만들어지죠.
mRNA의 맨 앞은 선두 표지가 되는 캡 구조(cap structure), 맨 끝은 폴리-A 꼬리 구조(poly-A tail structure)로 되어 있습니다. 캡 구조는 구아노신이 변형되어 만들어진 메틸구아노신에 인산기 3개가 결합된 것이고, 폴리-A 꼬리 구조는 아데닌을 포함한 리보뉴클레오티드가 100개 이상 연결되어 생긴 것이죠. 이 구조까지 완성되어야 비로소 mRNA가 핵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엑스포틴(exportin)이라는 단백질이 결합하여 mRNA는 핵공복합체를 통과하고 핵 밖으로 나오게 되죠. 엑스포틴은 mRNA가 핵공복합체를 지날 때 분리됩니다. 핵 속에서 세포질로 나온 mRNA는 리보솜(ribosome)에 결합합니다.
리보솜은 핵 가운데 있는 인(nucleolus)에서 RNA가 전사되고 전사된 RNA에 단백질이 결합하여 합성되어 나온 것이죠. 특이하게도 이 리보솜은 다른 세포 소기관들과 달리 세포막으로 싸여 있지 않습니다. 핵 밖으로 나온 리보솜은 mRNA와 함께 단백질을 만드는 일에 참여해요. 리보솜의 rRNA가 효소로 작용하는 거죠. 효소로 작용하는 rRNA를 리보자임(ribozyme)이라고 하지요.
리보솜은 대단면체(large ribosome subunit)와 소단면체(small ribosome subunit)로 이루어져 있는데, mRNA는 이 가운데 소단면체로 가서 결합합니다. 그 위로 대단면체가 결합해서 오뚝이 같은 모습이지요. 그렇게 결합된 리보솜은 mRNA의 캡에서 폴리-A 꼬리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mRNA의 염기코드를 아미노산 서열로 바꾸지요. 이 과정을 번역이라 합니다. 단백질을 합성하려면 아미노산이 필요하다고 했죠? tRNA가 mRNA의 유전암호에 대응되는 아미노산을 찾아 아미노아실 tRNA 합성효소(aminoacyl-tRNA synthetase)로 연결하여 단백질 합성 공장인 리보솜으로 운반합니다.
아미노산은 세 개의 염기 배열로 암호화되어 있으며, 유전암호 코드의 유전암호표에 정리된 것처럼 종류에 따라 암호가 달라요. 유전암호 코드를 보면 맨 왼쪽 행의 첫 번째 염기, 맨 위 열의 두 번째 염기, 맨 오른쪽 행의 세 번째 염기가 합쳐져 각 아미노산의 유전암호가 지정되어 있죠. 여기서 U는 우라실, C는 시토신, A는 아데닌, G는 구아닌을 뜻합니다. DNA에서는 아데닌과 티민, 구아닌과 시토신이 짝을 맺죠? RNA에서는 티민 대신 우라실이 아데닌과 결합합니다. 그러니까 아데닌과 우라실, 구아닌과 시토신이 짝지어지는 거죠.
이렇게 지정된 스무 가지 아미노산의 유전암호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UUU 또는 UUC는 페닐알라닌(phenylalanine)에 지정된 유전암호입니다. 페닐알라닌은 Phe로 줄여 쓰거나 F로 표기하기도 하죠. 류신(leucine)를 지정하는 유전암호는 UUA, UUG, CUU, CUC, CUA, CUG 등 여섯 개나 됩니다. 류신은 Leu 또는 L로 나타내죠. 그다음에 유전암호 AUU, AUC, AUA는 이소류신(isoleucine)을 지정합니다. 이소류신은 류신과 화학 구성이 비슷한 구조이성체이며, 줄여서 IIe나 I로 표기하죠.
Met이나 M으로 표기하는 메티오딘(methionine)에 지정된 유전암호는 AUG 입니다. AUG가 바로 개시코돈(start codon)이지요. mRNA 가닥에 AUG가 나오면 리보솜이 아미노산으로 번역을 시작합니다. 개시코돈인 메티오딘의 유전암호는 AUG 하나뿐이지요. 발린(Val, V ; valine)을 지정하는 유전암호는 GUU, GUC, GUA, GUG 네 가지입니다.
세린(Ser, S ; serine)을 지정하는 유전암호는 UCU, UCC, UCA, UCG이며 CCU, CCC, CCA, CCG는 프롤린(Pro, P ; proline)을 지정합니다. ACU, ACC, ACA, ACG는 트레오닌(Thr, T ; threonine)을, GCU, GCC, GCA, GCG는 알라닌(Ala, A ; alanine)을, UAU와 UAC는 티로신(Tyr, T ; tyrosine)을 지정해요. UAA와 UAG는 종료코돈(stop codon)입니다. 리보솜이 mRNA의 유전정보를 아미노산으로 번역하다가 종료코돈을 만나면 중지하는 거죠.
히스티딘(His, H ; histidine)에 지정된 유전암호는 CAU, CAC이고 글루타민(Gln, Q ; glutamine)에는 CAA, CAG라는 유전암호가 지정되어 있죠. 아스파라긴(Asn, N ; asparagines)에는 AAU와 AAC, 리신(Lys, K ; lysine)에는 AAA와 AAG, 아스파르트산(Asp, D ; asparatic acid)에는 GAU와 GAC, 글루탐산(Glu, E ; glutamate acid)에는 GAA와 GAG가 지정되어 있습니다. 글루탐산은 신경전달물질로 쓰이는 중요한 아미노산이지요.
시스테인(Cys, C ; cysteine)은 UGU, UGC라는 유전암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시스테인 하면 황이 떠올라야 합니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사슬처럼 연결되어 만들어지죠. 한 아미노산의 카르복실기(carboxyl group)와 다른 아미노산의 아미노기(amino group)가 반응하여 화학 결합하는 겁니다. 이를 펩티드 결합(peptide bond)이라고 하죠. 공유 결합의 일종입니다. 펩티드 결합으로 아미노산 사슬을 이룬 단백질은 다시 수소 결합에 의해 입체적 구조를 형성합니다. 즉 공유 결합은 원자 사이에서, 수소 결합은 분자 사이에서 일어나죠.
수소 결합은 공유 결합에 비해 결합하는 힘이 20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온도가 높아지면 결합이 풀려버립니다. 수소 결합이 고온으로 변성되지 않으려면 강한 공유 결합으로 심을 박아줘야 합니다. 이때 나오는게 이황화결합(disulphide bond)이죠. 한 시스테인의 황과 다른 시스테인의 황이 공유 결합을 하는 겁니다.
종료코돈이 하나 더 있습니다. UGA죠. UAA, UAG까지 포함하여 종료코돈은 모두 세 가지예요. 그 다음에 트립토판(Trp, W ; tryptophan)은 유전암호 UGG로 지정됩니다. 트립토판이란 말을 들으면 기분의 변화가 느껴져야 합니다. 트립토판에서 세로토닌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CGU, CGC, CGA, CGG는 모두 아르기닌(Arg, R ; arginine)입니다. 세린이 다시 한번 나와요.
유전암호 AGU, AGC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UCU, UCC, UCA, UCG까지 포함해서 세린을 지정하는 유전암호는 모두 여섯 가지죠. 아르기닌을 지정하는 유전암호도 다시 한번 나옵니다. AGA, AGG이지요. 아르기닌을 지정하는 유전암호는 CGU, CGC, CGA, CGG까지 모두 여섯가지입니다. 마지막으로 글리신(Gly, G ; glycine)은 GGU, GGC, GGA, GGG로 네 가지 유전암호로 지정됩니다.
mRNA가 리보솜에 결합하면 단백질 공장 조립 라인의 컨베이어벨트가 작동합니다. tRNA가 마치 화물차처럼 rRNA의 유전암호에 대응하는 아미노산을 붙여 부지런히 리보솜으로 실어나르죠. 모든 유전자는 개시코돈 AUG로 시작됩니다. 유전암호 AUG로 지정된 아미노산은 메티오닌이죠. 메티오닌과 결합한 tRNA가 리보솜으로 이동하여 mRNA의 유전암호 UAC와 결합합니다. 이 결합은 펩티드 전이효소(peptide transferase)가 매개하죠. 메티오닌을 가지고 왔던 tRNA는 떨어져 나갑니다.
그러고 나서 리보솜이 미끄러져 mRNA의 다음 유전암호로 이동해요. AUG 다음에 GCU라는 유전암호가 이어져 있다고 합시다. GCU는 알라닌이죠. tRNA가 알라닌을 붙여 리보솜으로 갑니다. 그리고 mRNA의 GUC와 tRNA가 날라온 알라닌 CAG가 결합하고, 메티오닌을 가지고 왔던 tRNA는 떨어져 나갑니다. 리보솜이 다음 유전정보로 이동하고, tRNA가 유전정보에 맞는 아미노산을 붙여 mRNA에 결합하고, 펩티드 전이효소에 의해 아미노산 사슬이 차례로 이어지고, 제 역할을 끝낸 tRNA가 떨어져나가는 이 과정은 종료코돈 UAA나 UAG 또는 UGA가 결합될 때까지 반복됩니다.
완성된 아미노산 사슬이 리보솜 밖으로 나가려면 아미노산 사슬이 리보솜에서 떨어져 나가야 하죠. 이를 위해 방출인자(RF ; release factor)가 등장합니다. RF 역시 단백질이에요. RF가 mRNA 쪽으로 이동하여 종료코돈에 부착됩니다. RF는 화물을 싣지 않은 빈 화물차죠. 그러면 mRNA, RF 바로 앞에 있던 tRNA, 아미노산 사슬, 리보솜의 소단면체와 대단면체가 모두 분리됩니다.
번역이 종료되면 아미노산 사슬이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아미노산이 1차 구조로 연결되어 만들어진 사슬을 폴리펩티드(polypeptide)라고 합니다. 폴리펩티드가 삼차원 구조를 형성하면 단백질이 되지요.
그래서 생명 현상은 단백질의 입체 구조에서 나온다고 하지요. 가장 짧은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몇 개 정도 연결되어 있을까요? 대략 열 개 정도 됩니다. 도널드 보엣, 주디스 보엣, 샬럿 프랫이 쓴 《생화학 기초(Fundamentals of Biochemistry)》에는 특수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안정적인 형태로 접힐 수 있는 폴리펩타이드 체인을 위한 최소의 아미노산 수를 40개 정도로 추정하지요. 그리고 그 이하는 단백질이 아니라 단순히 펩타이드로 부른다고 기술하고 있지요. 대다수의 단백질은 100에서 1000개 사이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아미노산 1000개가 연결된 단백질이라면 3000개 염기로 구성되지요.
그리고 폴리펩티드는 나선형으로 감기거나 접혀져 안정된 상태가 됩니다. 구겨지다보면 어떤 부분은 나선형 계단처럼 오른쪽으로 돌면서 돌돌 말리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병풍처럼 접히면서 이어지기도 하죠. 앞의 것을 알파 헬릭스 구조(α-helix structure), 뒤의 것을 베타 시트 구조(β-sheet structure)라고 합니다. 이 두 구조를 가리켜 단백질의 2차 구조라고 하죠.
알파 헬릭스 구조, 베타 시트 구조 모두 폴리펩티드에서 시작됩니다. 폴리펩티드는 아미노산이 공유 결합에 의해 일차원적인 선으로 연결되어 만들어지죠. 각각의 아미노산은 아미노산 서열에서 단백질 입체구조 형성 과정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탄소 원자 C를 중심으로 세 가지 팔이 결합되어 있죠. 세 팔 가운데 하나는 아미노기(-NH3), 또 하나는 카르복실기(-COOH), 다른 하나는 R기(R group)입니다. 아미노기는 질소 원자 N에 수소 원자 H가 세 개 붙어서, 카르복실기는 탄소 원자 C에 산소 원자 O 그리고 수산기 OH가 붙어서 만들어지죠. 곁사슬이라고 하는 R기는 아미노산 20종 모두 다르게 생겼죠.
아미노산 서열에서 단백질 입체구조 형성 과정를 보면, N이 있는 아미노기에서 수소 원자 H와 C가 있는 아미노산 카르복실기에서 수산기(hydroxyl group OH)가 결합하여 N-C-C, N-C-C로 N-C-C 뼈대가 이어지죠? 이때 수소 원자 H와 수산기 OH가 결합하면서 탈수중합이 일어납니다. H2O 한 분자가 빠져나오면서 두 분자가 결합하지요. 또한 N-C-C 뼈대에서 가운데 C는 아미노산의 중심에 있는 탄소 원자예요. 중심에 있는 탄소 원자를 알파 탄소 원자(α-carbon atom)라고 하여 아미노기에 있는 베타 탄소 원자(β-corbon atom), 카르복실기에 있는 카르보닐 탄소 원자(carbonyl carbon atom)와 구분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폴리펩티드는 첫 번째 아미노산의 아미노기에 있는 수소 원자와 네 번째 아미노산의 카르복실기에 있는 산소 원자가 수소 결합을 하고, 이어지는 아미노산들도 수소 결합으로 연결되면서 오른쪽을 향해 올라가는 나선 계단 모양처럼 만들어지며 구겨집니다. 여기서 네 번째 아미노산의 카르복실기에 있는 산소원자는 탄소 원자와 이중결합으로 연결되어 있죠. 이것이 알파 헬릭스 구조입니다. 시냅스 막에 있는 이온채널 수용체가 바로 알파 헬릭스 구조의 대표적인 예이지요. 알파 헬릭스 구조가 세포막에서 일곱 번 접혀 생겨난 것이 이온채널 수용체입니다.
생명 현상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세포내 단백질의 상호작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 더 덧붙이면 수소 결합이라고 이야기 하겠습니다. 그만큼 수소 결합은 생명 현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DNA 이중나선도 수소 결합으로 만들어지고, 단백질의 입체 구조도 수소 결합으로 형성됩니다. 알파 헬릭스 그림에서 수소 결합으로 연결된 부분을 보세요.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 수소 원자와 질소 원자 사이에서 수소 결합이 일어나고 있죠. 산소와 질소, 두 원자는 전자를 잡아당기는 힘이 강합니다. 그래서 수소 원자를 잡아당겨 수소 원자의 전자를 공유하는 거죠. 그 결과 수소결합이 발생합니다.
폴리펩티드는 아미노산의 아미노기에 있는 H 그리고 인접한 아미노산의 카르복실기에 있는 탄소와 이중결합한 산소가 수소 결합하여 구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면 폴리펩티드 사슬이 확 휘고, 그 다음 폴리펩티드 사슬의 아미노산이 인접한 폴리펩티드 사슬 부분의 아미노산과 수소 결합하죠. 이런 현상은 아미노산 중앙에 있는 알파 탄소 원자 부분이 움직이면서 일어납니다.
단백질 베타 시트의 구조 그림에서 N-C-C, N-C-C 패턴이 보이죠. 아미노산이 펩티드 결합으로 연결된 양쪽 C와 N 부분은 결합 에너지가 커서 회전이 안 됩니다. 하지만 알파 탄소원자 부분, 즉 C-N과 C-C 결합 주위로는 회전이 가능해요. 그림을 보면, 폴리펩티드 사슬의 아미노산 방향이 계속 바뀌죠? 그러면서 아미노기의 H, 카르복실기의 O 사이에서 수소 결합이 계속 이어집니다.
이 과정을 3차원 공간으로 옮겨보세요. 마치 수소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아미노산 쌍들이 한 폭 한 폭 병풍처럼 접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긴 구조를 베타시트 구조라고 하죠. 더 정확히 말하면, 역평행 베타시트 구조(antiparallel beta sheet structure)입니다. 폴리펩티드는 차곡차곡 접혀가는게 아니라 결합하는 힘에 의해 3차원 공간에서 무질서하게 구겨지는데, 그러다 보면 역평행 베타시트와 달리 같은 방향으로 진행된 폴리펩티드 사슬 부분이 수소결합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구조를 평행 베타시트 구조(parallel beta sheet structure)라고 하죠. 평행 베타시트 구조에서는 두 폴리펩티드 사슬의 아미노산 방향이 같습니다.
단백질의 2차 구조에서 R기의 결합까지 더해지면 더욱더 많이 구겨집니다. 그러면 단백질의 구조가 한층 더 안정되죠. 이렇게 만들어진 구조를 단백질의 3차 구조라고 합니다. 또한 3차 구조의 독립된 폴리펩티드 소단위체끼리 결합하는 일도 일어나요. 이런 경우 3차 구조보다 안정성이 더 높죠. 이런 구조를 가리켜 단백질의 4차 구조라고 합니다.
폴리펩티드 사슬이 3차 구조로 구겨진 후에야 비로소 효소 기능이 나타나고, 4차 구조에 이르면 단백질의 고유한 기능이 생기죠. 이렇게 단백질은 아미노산 서열의 입체 구조에서 형성되어 만들어집니다. G-단백질 수용체는 알파, 베타, 감마의 소단위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ATP 합성효소 역시 독립된 F0, F1 소단위체로 구성되어 있죠. 리보솜도 소단위체 두 개로 독립되어 있다가 mRNA를 아미노산으로 번역할 때 결합해 한 덩어리로 작동해요.
근육을 움직이는 액틴과 미오신도 단백질이죠. 신경전달물질을 담은 소포체가 축삭 말단까지 이동하는 통로인 미세소관도 단백질의 소단위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미세소관을 비롯해 세포의 골격들인 액틴 섬유(actin filament), 중간섬유(intermediate filament) 모두 단백질의 소단위체로 구성되지요.
시냅스 돌기에서 DNA 전사로 단백질이 합성되어 또 다른 돌기가 생기는 것은 반복학습으로 새로운 기억이 형성될 때 신경자극을 받아 생길 수 있는 현상이지요. 새로 생겨난 돌기에서도 시냅스가 일어나죠. 결과적으로 시냅스의 수가 많아진 겁니다. 새로운 시냅스가 생겼어요. 기억의 신경회로망에서는 더 많은 전기, 화학작용이 일어나 그 결과 기억이 더 강화되고, 더 강화된 기억은 더 오랫동안 유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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