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신18장까지 주로 하나님께 대한 경배와 신앙에 관한 교훈을 준 모세는, 이제 19장부터 25장까지 백성들의 사회생활에 대한 교훈을 하고 있습니다. 본 장에서는 도피성에 대한 규례와 이웃과의 관계에 대한 율법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1. 도피성 제도
1) 도피성에 관한 규례
이미 선포된 율법의 규정에 의하면 레위 지파에게 할당된 48개의 성읍 중에서 6개를 구별해 도피성으로 설정하도록 했습니다(참조, 민35:6). 그런데 2절에서 모세는 세 개의 성읍만을 구별해 도피성으로 삼으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이미 세 성읍이 요단 강 동편에서 결정되었기 때문입니다(참조, 신4:43). 그러므로 나머지 세 성읍 만을 요단 강 건너 가나안 땅에다 구별해서 도피성으로 삼으라고 명령한 것입니다. 그 방법은 가나안 땅의 전체를 3구역으로 구분하고 도로를 닦은 후 도피성을 설치하여 살인자들이 도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나중에 철치된 도피성은 갈릴리 게데스와 세겜, 그리고 기럇 아르바 등이었습니다(참조, 수20:7).
도피성은 레위인에게 주어짐(민35:6)
2) 도피성 제도의 운용
도피성 제도는 살인자들이 살인당한 자의 가족들의 원한을 피해 도피하도록 만들어진 것입니다. 물론 고대의 로마나 그리이스 등 문명국들에도 도피성과 유사한 제도가 있었고, 우리 나라의 삼한 시대에도 이미 소도 제도 등이 있어서 죄인들이 피하게 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들은, 죄인들이 어떤 죄를 짓든지 상관없이 면죄를 보장하는 신성한 지역에 들어가기만 하면 보호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성경에서 말하는 도피성 제도는 그러한 제도가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벌목을 하다가 도끼가 빠져 사람을 죽게 한 경우 등 실수로 사람을 죽이게 되는 과실 치사를 범한 사람들만이 피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과실 치사로 죽음을 당한 자의 가족이나 친지들이 그 살인자를 죽이거나 상하게 함으로써 죄악의 악순환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a.죄악으로부터는 도피해야 함(창39:12)
b.멸망으로부터도 영적 도피를 해야 함(눅21:36)
3) 도피성 제도의 예외 규정
도피성에 들어가도 보호되지 않고 끌어내어져 죽음을 당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 범죄는 바로 과실 치사가 아닌 고의적인 살인죄였습니다. 의도적인 살인을 한 자에 대해서는 도피성에 도망갔다고 할지라도 보호되지 않았고, 그 살해당한 사람의 보수자에게 넘겨져서 죽음을 당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도피성 제도가 바로 정립됨으로써 이스라엘에 하나님의 공의가 바로 서도록 하였습니다.
a.부패로부터 도피함(벧후1:4)
b.큰 환난으로부터 도피함(계7:14)
2. 이웃에 관한 율법
I) 이웃의 경계표 이동을 금함
모세는 특히 가나안에 들어가서 그들이 겪어야 할 상황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 생활을 하면서 한번도 정착하여 땅을 소유한 적이 없었으므로, 가나안을 정복하고 정착한 후에는 생소한 토지 제도를 경험해야 했던 것입니다. 당시 고대 사회에서는 토지의 등기 제도가 발달하지 않았기에 경계석 혹은 지계석과 같은 것을 사용하여 땅의 소유 영역을 구분하였습니다(참조, 잠22:28). 그러므로 땅에 박힌 경계석이야말로 개인의 토지 소유 상황을 보여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옮기는 행위는 이웃의 소유 재산에 욕심을 내고 그것을 강탈하려는 생각이었으므로 모세는 그것을 금하는 것입니다.
a.자연적 지형이 경계 표시가 됨(수18:16)
b.경계의 확장은 하나님의 능력을 의미(출34:24)
2) 증인을 통한 재판 제도
재판 제도에 대하여 다시 언급하면서 모세는 최소한 2인 이상의 증인으로만 어떤 사건을 확증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것은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여 하나님의 공의를 드러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였습니다. 그리고 만약 증언 내용이 위증이었던 것이 밝혀지면 증인의 증언으로 형벌받은 자의 벌을 그 증인이 받도록 하였습니다. 특히 그 위증자의 재판은 중앙 재판소가 담당하여서 엄격하게 판결하였습니다. 이같이 이스라엘은 엄격한 증인 제도를 통하여 이스라엘의 재판 제도의 공정성을 유지하고 증인들이 위증을 하여 애매한 사람이 목숨을 잃지 않도록 해야 했습니다.
a.재판의 장소가 회막문(민27:2)
b.증인의 증언을 들은 후 재판관이 판결함(신17:9)
3) 인과 응보 형벌법
하나님의 율법은 생명은 생명으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손은 손으로, 발은 발로 그 범죄에 해당하는 형벌을 내리라는 인과 응보 형벌법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구약 성경 이외에도 함무라비 법전에 이러한 탈리오(Talio)법이 등장하고 있어서 진보 진영의 신학자들은 구약 율법의 동해보복법이 함무라비 법전에서 따온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는 세속의 여러 요소들을 말씀 속에 반영하실 수 있으시고 실제로 그렇게 하신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의도는 분명합니다. 이 동해보복법만 해도 함무라비 법전에 나타나는 것과는 다른 정신을 보여 줍니다.
그 법전의 법 정신은 어떤 범죄를 한 사람에게 동일한 해를 끼침으로써 해를 당한 사람과 형평을 이룬다는 차원입니다. 하지만 율법은 어떤 사람을 상하게 한 사람에 대해서 복수하려는 사람이 자신이 상한 것보다 더 많이 해를 끼칠 것을 방지하여 행한 만큼만 상하게 하라고 규정하는 것입니다. 이같이 법 정신에 있어서 명백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스라엘은 이러한 법 정신으로 범죄의 확산을 막으며 하나님의 공의를 드러내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했습니다.
a.옥에 가두는 형벌(마5:25)
b.몸의 일부를 절단하는 형벌(삿1:5-6)
결론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선민으로서 하나님께 예배하는 기본적인 의무 외에도 사회 생활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들은 도피성 제도를 통하여 억울하게 죽음당하는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이웃의 경계표를 옮기지 않고 위증을 하지 않아야 했습니다. 또한 동해 보복법을 통해 복수로 인한 화를 막는 일에 힘써야 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을 향한 신앙은 구체적으로 성도들의 삶 속에 나타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