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해수癸亥水와 청풍서래淸風徐來
육십갑자는 갑자 을축으로 시작하여 임술 계해로 끝마친다. 납음으로 말하면 갑자을축은 해중금海中金이고, 임술계해는 대해수大海水이다. 육십갑자는 끝없이 순환한다. 육십갑자는 갑자에서 시작하지만, 갑자는 다시 계해를 이어받는다. 계해는 바로 갑자의 원천源泉이다. 어정자평御定子平 제2권 중에 일원확론日元確論은 육십갑자를 설명하고 있다. 그 마지막 계해는 아래와 같다.
1. 일원확론日元確論 중에 계해수癸亥水
계해라, 이 계해수癸亥水는 하늘과 동일한 색상이다. 산맥은 곤륜에서 나오고, 천기天氣는 건해방乾亥方에서 유통하니, 완연宛然히 계해수와 하늘은 일색一色이며, 이를 명명하여 운원지수運元之水라 말한다. 사람이 이 일진을 받으면, 원기만 보존된 채 기계機械는 생기生起하지 않는다. 게다가 나무가 있어서 청풍이 불어오니, 자기가 희황羲皇 이상 가는 사람이며, 부귀공명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그 다음일 뿐이다. 만일 좌우에 사해巳亥나 진유辰酉의 형충이 서로 섞여있거나, 거듭 광풍폭우와 같은 갑목甲木과 임수壬水가 서로 섞여있으면, 곧 마땅하지 못하다. 평온하게 회합하는 대운으로 나아감을 기뻐하고, 형충으로 파도를 일으키는 대운을 꺼린다.(癸亥 此水天一色也 脉出崑崙 氣通乾亥 宛然水與天一色 名曰運元之水 人領之 元氣葆涵 機械不生 再加有木 淸風徐來 自是羲皇以上之人 至於功名富貴 猶其次耳 若左右有巳亥辰酉刑沖相混 再有狂風暴雨之甲壬相雜 便不宜矣 喜行平穩會合運 忌刑沖作浪運)
2. 계해수에 대한 해설
“이 계해수癸亥水는 하늘과 동일한 색상이다.” 이는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의 시구詩句와 유사하다. “해질녘 노을과 외로운 따오기는 가지런히 날고, 가을 호수湖水와 먼 하늘은 한 빛깔이다.”(落霞與孤鶩齊飛 秋水共長天一色) 등왕각은 강서성江西省 남창南昌에 있다. 당태종 이세민의 막내 동생이 등왕이다.
“산맥은 곤륜에서 나온다.” 지리서에 “천하의 용맥龍脈은 곤륜에서 나왔다.”(天下龍脈出昆侖)라는 말이 있다. 이는 장강의 발원지를 곤륜산으로 보기 때문이다. 현대 세계인의 안목으로 보면 “천하의 용맥은 히말라야산맥에서 나왔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리고 히말라야 고원에는 수많은 호수가 있다. 이를 계해수로 볼 수도 있다.
“천기天氣는 건해방乾亥方에서 유통한다.” 방위를 통상 사방이라 말하고, 다시 간방間方 사유四維를 더하면 팔방이 되며, 십이지지로 방위에 대비하면 십이방이 되고, 여기에 다시 간방을 넣으면 이십사산二十四山 곧 24개 방위가 된다. 곧 북방은 임자계壬子癸이고, 동북방은 축간인丑艮寅이며, 동방은 갑묘을甲卯乙이고, 동남방은 진손사辰巽巳이며, 남방은 병오정丙午丁이고, 서남방은 미곤신未坤申이며, 서방은 경유신庚酉辛이고, 서북방은 술건해戌乾亥이다. 이를 의거하면 건해방은 서북방의 술건해 삼방 중에 건방乾方과 해방亥方만 취했음을 알 수 있다. 어째서 그러했을까? 건방의 건천乾天과 해방의 해수亥水에 뜻이 있기 때문이다. 술해戌亥를 천문天門이라 말한다. 건방을 포함하여 술건해 삼방도 또한 천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술해가 천문이 되는 근본 이유는 술방과 해방의 중심에 건천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때문에 천기는 건해방에서 유통한다고 말한 것이다.
“완연宛然히 계해수와 하늘은 일색一色이다.” 서북방의 건천을 유천幽天이라 말하기도 한다. 납음에 임술계해壬戌癸亥는 대해수大海水라 말한다. 육십갑자의 구경으로서의 계해는 대해수이지만, 갑자을축 해중금의 근원으로 보면 건천과 일색인 곤륜산 또는 히말라야산맥 중에 고원의 호수이다. 쉽게 말하면 백두산의 천지와 같다.
“이를 명명하여 운원지수運元之水라 말한다.” 천지天池가 곧 천하天河이다. 계해수가 천하이고, 천하는 건천에서 발원한다. 건천에서 나온 천하가 바로 운원지수이다.
주역에 “간艮은 동북의 괘이다. 만물이 끝을 맺는 곳이고 시작하는 곳이다. 이 때문에 말씀이 간방艮方에서 이루어진다고 한 것이다.”(艮東北之卦也 萬物之所成終 而所成始也 故曰成言乎艮) 주역은 동북 간방이 시작과 끝을 맺는 곳이라 말하지만, 육십갑자의 운원지수는 서북방 건천에서 발원한다. 운원지수란 명운의 원초元初의 수원水源이고, 곧 계해수이다.
“사람이 이를 받으면, 원기만 보존된 채 기계機械는 생기生起하지 않는다.” 갑자가 태극이라면 계해는 무극이다. 보葆는 간직하다는 뜻이 있고, 함涵은 내포하다는 뜻이 있다. 이에 보함葆涵을 간직한다고 번역했다. 기계機械는 기관機關으로 볼 수 있다.
적천수에 “곤원坤元이 천도天道와 덕을 합하여 기관이 닫히고 열린다.”(坤元合德機緘通)라는 글 중에 기관과 상통한다. 이 계해는 천도와 곤덕坤德이 합하여 열리고 닫히는 그 기관이 발동하기 이전이고, 갑자에 이르러 비로소 발동한다. 대해수로 말하면 일점의 바람도 없는 명경지수明鏡止水이고, 곧 해인海印이다.
“게다가 나무가 있어서 청풍이 불어온다.” 육십갑자 중에 물과 나무의 조합은 갑자가 있고, 을해 임인 계묘 등이 있다.
“계묘라, 이는 수풀 속에 윤천潤泉이다. 계수는 묘목에서 생기니, 한 점의 찌꺼기도 없을 뿐만 아니라, 더욱이 청풍이 천천히 불어오는 묘미가 있다. 사람이 이 계묘일을 얻으면 그 마음 바탕이 솔직하고 자상慈祥하며, 그 정과 회포가 소탈하여 거리낌이 없다. 응당 세간의 풍속을 좇아 보아서는 안 된다.”(癸卯 此林中潤泉也 癸生在卯 不惟無一點渣滓 且有清風徐來之妙 人領之 其心地坦白慈祥 其情懷瀟灑脫落 不當從流俗中觀)
계묘는 을해와 한 조합이고, 갑자는 임인과 한 조합이다. 계묘가 목생수木生水라면, 갑자는 수생목水生水이다. 게다가 나무가 있어서 청풍이 불어온다. 이 나무는 갑자의 갑목이고 청풍이다. 계해수에서 갑자가 일어난다.
“자기가 희황羲皇 이상 가는 사람이며, 부귀공명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그 다음일 뿐이다.” 희황은 복희씨이다. 최초 부귀공명을 향유한 사람이다. 복희씨 이상 가는 사람은 누구이냐? 바로 청풍서래淸風徐來이다. 어째서 천천히 불어오는 청풍이 희황보다 더 높은가? 기계의 생기, 곧 천도와 곤덕이 합한 작용이고, 바로 물격物格이기 때문이다.
“만일 좌우에 사해巳亥나 진유辰酉의 형충이 서로 섞여있거나, 거듭 광풍폭우와 같은 갑목甲木과 임수壬水가 서로 섞여있으면, 곧 마땅하지 못하다. 평온하게 회합하는 대운으로 나아감을 기뻐하고, 형충으로 파도를 일으키는 대운을 꺼린다.” 갑목을 광풍에 비유하고, 임수를 폭우에 비유했다. 어떤 본에는 진유辰酉가 없다. 이 계해수는 “임자라, 이 임자는 파도처럼 넘쳐흐르는 물이다.”(壬子 此波濤洋溢之水也)라고 하는 파란만장波瀾萬丈의 임자수壬子水와 대비된다.
3. 수목水木의 조합
이 글의 제명이 계해수癸亥水와 청풍서래淸風徐來이다. 청풍서래는 계묘와 계해의 장에 함께 나온다. 또한 계수 총론에도 풍래수면시風來水面時란 구절이 있다. 호수를 바라보면 마음이 즐겁다. 수상관水想觀이다. 수면水面의 최고경계는 명경지수明鏡止水이고, 지어지선至於至善이며, 다시 해인海印이다. 이 수면에서 맑은 바람이 천천히 불어온다. 바로 선정禪定의 산물産物 지혜이다.
2023년 9월 2일 길상묘덕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