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거제학자 동록(東麓) 정혼성(鄭渾性)의 길광편우(吉光片羽)> 2018년.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
‘길광편우(吉光片羽)’는 잔존(殘存)하는 진귀한 문장이나 서화 따위의 문물(文物)을 일컫는데, 직역하면, ‘상서로운 빛이 한조각 깃털처럼 나부낀다.’는 뜻을 담고 있다. 거제인 김병욱(金秉旭) 선생께서 동록(東麓) 선생이 남긴 <길광편우> 친필 책을 보고 직접 글을 옮겨 적어 놓았다(東麓先生眞蹟). 동록(東麓) 정혼성(鄭渾性 1779~1843) 선생은 ‘일부분만 남은 진귀하고 짧은 문장’인 길광편우을 활용해 자신의 문장 실력을 두터이 하고, 제자들에게는 이를 통해 한문학의 기초를 다지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동록 선생 사후(死後) 86년이 지난 1929년(己巳年) 8월(음) 가을, 거제인 우강(愚岡) 김병욱(金秉旭) 선생이 낡은 동록 선생 책을 필사하였고, 2017년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가 다시 옮겨 놓는다. 동록의 길광편우는 대부분 짧은 단문(短文)인 칠언이구(七言二句)이나 일부 오언이구(五言二句)가 몇 페이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송시(宋詩) 당시(唐詩)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더불어 중국의 유명한 시인의 작품과, 우리나라 유명 시인은 물론 평범한 범부, 여성들의 시편(詩片)들이 골고루 수록되어 있다. 이에 이 중에서 일부를 번역해 길광편우의 정감 있는 구절(句節)을 음미하고 교훈적인 글귀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한양대 정민 교수가 길광편우(吉光片羽)에 대해 말하길, 한나라 무제(武帝) 때 서역에서 길광(吉光)의 털로 짠 갖옷을 바쳤다. 갖옷은 물에 여러 날 담가도 가라앉지 않았고, 불에 넣어도 타지 않는 신통한 물건이었다. 이 옷만 입으면 어떤 깊은 물도 문제없이 건너고, 불 속이라도 끄떡없이 견딜 수 있었다. 길광이 대체 뭘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길광은 신수(神獸), 또는 신마(神馬)의 이름으로 나온다. '해내십주기(海內十洲記)'에는 "길광의 갖옷은 황색인데, 신마의 종류"라 했다. 진(晋)나라 갈홍(葛洪)의 '포박자(抱朴子)'에도 "길광이란 짐승은 3000년을 산다"고 썼다. 글에서는 반드시 길광편우(吉光片羽)로만 쓴다. 편우는 한 조각이다. 길광의 가죽으로 짠 갖옷에서 떨어져 나온 한 조각을 말한다. 길광편우는 전체가 다 남아있지 않고 아주 일부분만 남은 진귀한 물건을 가리킬 때 쓰는 표현이다. 길광이란 짐승은 아무도 실물을 본 사람이 없다. 자투리 한 조각을 손에 들고, 이게 바로 그 갖옷의 일부분이라고 호들갑을 떨어본들, 갖옷의 효능은 상실한 지 오래다. 길광은 늘 한 조각으로만 남아있다. 막상 실물이 나온다 한들 별것 아니기 쉽다. 한편 이규경(李圭景)은 그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 길광을 아름다운 깃털을 지닌 새의 일종으로 보았다. 이와 비슷한 새에 숙상(鷫鹴)이란 것이 있다. 이 새도 봉황 같은 깃털을 지닌 데다 빛깔이 참으로 아름다워 이것으로 갖옷을 만든다고 했다. 또 금계(錦鷄)는 애계(崖鷄)라고도 하는데, 제 깃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온종일 물에 비춰 보다가 눈이 어찔해져서 빠져 죽기까지 한다는 새다. 자기도취가 몹시 심하다. 이 또한 글 속에 몇 줄 등장할 뿐 직접 본 사람은 없다. 길광은 신수(神獸)인가, 신조(神鳥)인가? 어차피 실체는 없다. 새든 말이든 따질 일이 못 된다. 사람들은 뭔가 굉장할 것 같은 한 조각만 달랑 들고, 있지도 않은 전체 상에 대한 환상을 키워나간다. 그것만 있으면 물도 불도 아무 겁날 것이 없을 것 같다. 문제는 길광은 편우(片羽)일 때만 길광이다. 어딘가 신비한 곳에 숨어있을 것 같기는 한데, 절대로 모습을 나타내는 법은 없다. 길광은 혹시 희망이란 짐승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동록(東麓)의 길광편우(吉光片羽) 진적(眞蹟) 단문(短文)>
● 토착인들은 호랑이를 막아보려고 문에다 글자를 붙이고, 물가의 집에는 고기를 잡으려고 나무에 등불을 매단다(土人防虎門書字 水屋又魚樹有燈) 만행주초의(晩行朱草衣)
● 조회를 마치고 질고에서 궁금포를 빌려 입고 때마다 선명한 간언의 글을 책에서 가려 뽑아적는다(朝罷宮袍多質庫 時淸諫紙盡抄書) 증모대어동인(贈某待御仝人)
● 모자에 가득한 황국화는 취한 나그네를 반기고, 한쪽 어깨에 얹힌 붉은 단풍잎은 나무꾼이 돌아옴을 알린다네(滿帽黃花逢醉客 一肩紅葉識歸樵) 왕풍정(王葑亭)
● 도를 닦는 마음은 고요하기가 산속에 옥을 숨긴 것과 같고, 시(詩) 읽는 맛은 맑은 물에 고기를 기르는 것과 같다(道心靜似山藏玉 詩味淸于水養魚) 포종(鮑鍾)
● 책장을 넘기며 자세히 보니 잊어 버렸던 일이 적혀있으니 지난 향기가 아니더라도 한가할 때 찾아가서 불을 지펴야겠다(翻書細檢遺忘事 撥火閒尋未過香)
● 언덕 위의 버드나무에 까마귀 우는데 멀리 석양은 밝고, 탑에 걸린 방울은 달에 응하며 맑은 밤을 기뻐하네(岸柳帝鴉明遠照 塔鈴和月語淸宵)
● 남쪽에는 우물이 있으니 여덟 군왕이 모이는데 북해에는 산이 없으니 부녀자의 근심일세(南朝有井君王八 北海無山婦女愁) 장표지(張臕脂)
● 푸른 오동잎 소리가 울려 가을이 문턱에 왔음을 알리니 붉은 연뿌리와 꽃향기도 나그네를 따라온다네(碧梧葉響秋將至 紅藕花香客正來) 이죽문(李竹門)
● 산의 기세에 밀물이 쫓아와 북편으로 밀려드는데 사람 마음은 기러기 같은지 오직 남쪽을 향해 날아가네(山勢趂潮多北向 人心如鴈只南飛)
● 깊은 사원에서 아리따운 나비가 말없이 앉아 있는 작은 정원의 여린 꽃을 주렴 걷고 바라본다(深院蝶嬌無語坐 小園花嫩卷簾看) 요신보기내(姚神甫寄內)
● 나아가 향로의 상을 올리니 신선 같은 관리라고 불렀다는데 멀리 붉은 구름을 바라보는 이가 성인임을 알겠네(許隨香案稱仙吏 望見紅雲識聖人) 니귀우기사(泥歸愚紀思)
● 부처의 안개가 모인 곳에 아아! 탑을 세웠는데 불어 온 숲속 바람에 꽃이 반이나 섞어있네(佛烟聚處都成塔 林風吹來半雜花) 김수문(金壽門)
● 마주 바라본 산들은 모두 나그네 길이니, 하루도 빠짐없이 돌아가지 못하는 자신에게 묻곤 한다(迎面有山皆客路 問心無日不家鄕) 소붕의여점(素鳳儀旅店)
● 물가에 있는 하늘의 과실은 쉬이 피고 지는데 아무리 집으로 가는 길이 막혀 있어도 꿈속에선 항상 통하누나(天果有涯行易盡 家雖無路夢常通) 여이암(呂栭岩)
● 아직 서푼 덜 하얗지만, 일월달 꽃의 문장을 준비해 보네(未添庚嶺三分白 預備章拿一月花) 대유유영설(戴喻諭咏雪)
● 가을에 생겨난 누런 단풍잎이 빗속에서 노래하니 사람이 시냇가 물 위의 누각에 서 있네(秋生黃葉聲中雨 人在淸溪水上樓) 룡공우향문소가(龍共友向門小佳)
● 벼슬을 그만둔 한가한 이들이 편히 모여 있는데 재주 많은 늙은이가 둘러 앉아 있으면 후배들이 싫어한다네(罷官便有閒人集 才老旋生後輩嫌) 이죽계감회(李竹溪感懷)
● 급히 번뇌를 늘어놓은 서신을 빈틈없이 봉하고, 낭송해 본 글귀를 읽으니 자꾸 부끄럽구나(急開煩惱緘封密 朗誦頻敎句讀羞) 득가서(得家書)
● 아녀자가 수심을 품고 한 곡조 부르는데 지조를 지키려는 초나라 비빈(妃嬪)들이 말없이 삼년을 보냈다하네(啇女啣愁歌一曲 楚妃無語過三年) 왕옥연영루(汪玉衍咏淚)
● 맑은 옷을 입은 옛 부처는 원래 꿈속의 모습 아닌데도 가을벌레가 실을 감고 부처에게 미소를 짓누나(淸依古佛原無夢 老笑秋虫尙有絲) 염계심과산암(染啓心過山菴)
● 오래 전에 내려준 궁궐의 관포 한 벌, 새로 쓴 귀중한 춘첩자(春帖子) 엷어라(舊賜宮袍聊一着 新須春帖嫩重書) 제석(除夕)
● 단번에 으뜸으로 용호방에 오르더니, 십 년 만에 몸이 봉황지에 도달하였네(一擧首登龍虎榜 十年身到鳳凰池) 장당향(張唐鄕) 송(宋)나라 이방(李昉)의 〈하여몽정(賀呂蒙正)〉 시(詩)
● 시비는 입을 많이 벌리는 데서 생기고 번뇌는 모두 우쭐대는 데서 생긴다(是非只爲多開口 煩惱皆因强出頭) 구두화구사견휴탁사(口頭伙句事見休庹汜)
● 자기 집 앞의 눈이나 쓸 것이지, 남의 집 기와 위의 서리 간섭 말라(自家掃去門前雪 莫管他家瓦上霜) 병견림광기(幷見林廣記)
● 눈물 자국이 사라지지 않아 햇볕에 쪼이면서 옛 서적을 거듭 펼쳐놓고 남몰래 본다네(殘淚未銷和影拭 舊書重展背人看) 김랑(金娘)
● 보기 드문 귀한 책을 거금을 들어 남모르게 구입해 수없이 썼는데 오래 된 벼루를 갈고 또 갈다보니 절구통처럼 되었네(異書戡后兼金重 古硯磨多似臼深) 심대성(沈大成)
● 파초의 심지가 후원 뒤 곁에서 온전히 감아 서있고 연꽃 열매는 때마다 집안 연못에서 여문다(蕉心苑後猶全捲 蓮子生時便到舍) 무명여자규사(無名女子閨詞)
● 들보에는 제비가 없어도 항시 진흙이 떨어지는데 전등각(傳燈閣)의 고불(古佛)엔 태양의 햇빛만 외롭구나(空樑無鷰泥常落 古佛傳燈影太孤) 소교반향(素校盘香)
● 그 옛날 읍참마속의 방법과 계략을 이야기하다가, 소를 타고 한서(漢書)를 읽으면서 돌아온다네(也堪斬馬談方畧 還足騎牛讀漢書) 영려(咏挔)
● 새 실(絲)을 사니 삼월이 강건하고 옛날 것과 아울러 불어오니 육조(六朝)와 비슷하네(新絲買得剛三月 舊兩吹來似六朝) 영류(咏柳)
● 물이 흐르는 논밭에는 용이 연이어 구르고, 바람이 나부끼는 궁중(宮中)의 의장(儀仗)에는 살구꽃이 날리네(水到公田龍脉轉 風翻仙仗杏花飛) 세적응제(細籍應製)
● 떠날려는 뜻을 감추어도 귀신같이 먼저 의심이 드는데, 주린 모습이 그윽해도 깃털을 닦지 않구나(奴藏去志神先阻 窵有飢容羽不脩) 만주상건극(滿州常建極)
● 대나무 사이 누대에는 작은 창이 삼면에만 있으나, 사람 드문 산속 나무는 사방의 이웃이라네(竹間樓小窓三面 山裏人稀樹四隣) 주시광도토(周時光道土)
● 군루의 거문고 소리가 바람결에 하늘의 소리처럼 들리고 향 주발에 재가 깊어지니 향 연기가 간드러지게 하늘거리네(壁琴風過聞天籟 香椀灰深裊篆烟)
● 빗물이 벽을 때리니 달팽이가 머물러 있고 가을 추수 후 남은 비린내에 개미가 군사를 일으킨다(雨中破壁蝸留篆 秋後餘腥蟻起兵)
● 분명히 물가 언덕에서 머물고 있는데 피고 지기 쉬운 버들개지가 나를 쫓아오네(留在分明臨水岸 開殘容易逐楊花) 은여매도화시(殷如梅桃花詩)
● 육시(六時)에는 다만 마름 바람 불어오는데 오월에 돌아와 보니 매화비가 개운하네(六時但有蘋風至 五月來看梅雨晴) 시적호심정시(施笛湖心亭詩)
● 스스로 물어보니 온통 은혜에 보답할 나그네이거늘, 손꼽아 헤아려보건대 누가 세상을 구할 인재가 되겠는가(問心都是酬恩客 屈指誰爲濟世才) 악상공(鄂相公)
● 높은 하늘(황제) 해가 가까워 아름다운 색채를 더하니 사방에 바람이 많이 불더라도 귀한 보물에 의지해 높이 떠있다네(九霄日近增華色 四野風多仗寶縄) 풍쟁(風箏)
● 마땅히 오늘 이 맛을 꼭 알아야 하니 당년에 미리 그 뿌리를 씹어 먹어야겠다(今日正宜知此味 當年曾自咬其根) 영래(咏莱)
● 응당 눈물이 지기(知己)의 얼굴에서 흐르니, 마주한 속인들에게 무안해짐을 알겠네(也應有淚流知己 只覺無顔對俗人) 정어어문하책시(程魚門下策詩)
● 재차 생명을 얻었으니 다른 이에게 물을 필요 없고 한창 때도 남만 못했음을 후에야 알았네(得原有命他休問 壯不如人後可知) 진잠매하제(陳岑梅下第)
● 문장을 두고 공히 하는 말이 본래 명성이 있었다하니 이에 요행을 논하는 사람 어이없으랴(共說文章原有價 若論僥僥豈無人) 소유수하제(素幽需下第)
● 처량한 아이의 모습에서 수심이 가득하여, 친한 벗의 서적 글을 읽어주기 두려워라(愁看童傼凄凉色 怕讀親朋慰籍書)
● 친한 벗이 길 떠나는 날 함께하며 한탄하는데, 향리에서 과거시험에 떨어진 명단을 먼저 전하네(親朋共悵登程日 鄕里先傳下第名) 왕국장(王菊庄)
● 시골 마을이 남쪽 물 건너 연이어 있어 고미(菰米)가 생각나는데 눈물방울은 봄바람 부니 살구꽃에 숨는구나(鄕連南渡思菰米 淚滴東風避杏花) 요무(姚武)
● 선박이 잠자던 해오라기에 부딪쳐 돛대가 흔들리고 등불이 가을모기를 인도해 장막에 날아든다(船衝宿鷺排檣起 燈引秋蚊入帳飛) 조인숙(趙仁叔)
● 대도(大道)는 마음을 닦은 후에 따라와 깨닫게 되는데 이 몸은 나의 일생을 그르쳤어라(大道得從心苑後 此身誤在我生前) 주도사학추(周道士鴬雛)
● 만 리 먼 대궐 앞에서 자신을 스스로 천거하더니 온갖 배관이 앉은 자리에서 그의 문장에 탄식했다네(萬里闕前修薦表 百官座上歎文章) 소매(素枚)
● 덧없는 인생처럼 누런 구름이 공허이 떠다니고, 고결한 선비들은 흰 눈이 내리니 노래 부르네(浮生虛逐黃雲度 高士羣歌白雪來) 답모우김진방(答慕友金震方)
● 진종일 고상한 향기가 화극(畵戟 창)에서 생겨나고 제때에 맞춘 그윽한 춤사위가 책상에 이르렀다(盡日天香生畵戟 有時窵舞到匡床) 동인제팔계당(仝人題八桂堂)
● 부뚜막의 거문고는 꼬리 부분이 이미 타버렸고, 높은 바람 거듭 불어오면 붉은 꽃이 떨어진다(琴爨已成焦尾斷 風高重轉落花紅) 헌윤사기시(献尹司氣詩)
● 익숙하게 쓴 글자는 작게 쓰기 어렵더니 무릎 꿇고 배운 글은 때때로 울리고나(書衝華慣字難小 學跪膝兆時有聲) 소교희장관시(素校戱長官詩)
● 홀로 된 걸상에 앉아 보니 도랑에 달빛 쏟아지고 처마 끝의 작은 등잔걸이에 바람 불어 흔드네(凡溝落月印孤榻 簷隙入風吹短檠) 낮은 촛대 척진로숙승은사시(戚振鷺宿承恩寺詩)
● 거울만이 당연히 수수한 모습을 기억해 줄뿐, 사람들은 처음부터 화장한 얼굴만을 믿는다네(鏡裡自應諳素貌 人間只解看紅粧) 송인람경(宋人覽鏡). 이산보(李山甫) 빈녀(貧女)
● 언뜻 보니 눈앞에 무언지 알지 못했는데 자세히 보니 우리 이웃 마을인줄 뚜렷이 알겠네(乍見不知誰覿面 細看眞覺我憐鄕) 고부인동제(高夫人同題)
● 가을 농부의 담담한 모습 같이 쇠약한 모습은 보이질 않지만, 아름다운 오강(吳江)에서 지은 시의 운율엔 패한 전쟁만 남아있네(秋容老圃無衰色 詩律吳江有敗兵) 전향수여윤공(錢香樹與尹公)
● 수많은 말이 길게 우는, 섣달을 바라보는 가을인데, 멀리 병졸이 보낸 한통의 서신이 초저녁에 이르렀네( 萬馬長嘶秋待臈 一封宵奏遠論兵) 고부양공(高父良公)
● 황조(黃祖)는 앵무객(鸚鵡客)처럼 영리하지 못했고, 지공(志公)은 뛰어난 기린아(麒麟兒)지만 편중되었다(黃祖不怜鸚鵡客 志公偏賞麒麟兒) 이산보(李山甫)
● 아직 눈이 쌓인 차가운 기와에는 원앙이 날아들지 않고, 눈병이 들어 비스듬하게 떠있는 초승달만 보아도 두려워한다네(待伴不禁鴛瓦冷 羞明常怯玉鉤斜) 송인영설(宋人咏雪)
● 만약 원로께서 재능을 아끼는 마음이 없었다면, 한가한 구름이 산봉우리에서 나와 다투듯 움직이리라(若非元老怜才意 爭動閒雲出峀心) 윤공(尹公)
● 이 곡조는 오직 하늘에서만 들을 수 있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세간에는 없다고 말하지 마시게(此曲只應天上有 斯人莫道世間無) 당구(唐句)
● 담장을 지나가니 물방울 새로 떨어지고 그윽이 잠자는 집에 차가운 구름 가리었네(過墙新水滴眠窵厭屋冷雲) 정증(定僧)
● 당나라 사직단(社稷壇)에서 나뭇가지에 걸린 꿈에서 깨어나 목메였다하고 한나라 문장은 오랜 세월 동안 남아 전한다네(一夢嗄回唐社稷 千秋留得漢文章) 팽희락영앵구(彭希洛咏鸚鴝)
● 지방수령은 병신 같은 아전 때문에 먼저 애태운다하고, 나이 들기 전에 먼저 늙으면 반늙은이라 부른다하네(將官當隱稱畸吏 未老先衰號半翁) 환계별서전아수(環溪別墅傳我需)
● 뉘가 누각 앞의 북소리 요란타하랴. 꽃 너머에서 거문고소리 들리누나(誰道樓前多鼓響 只聞花外有琴聲) 유래계증수원재(兪來溪贈隨園宰)
● 비 온 뒤 푸른 밭에는 밭가는 이 있고, 달 밝은 밤 꽃 핀 마을에 개 짖는 소리 들린다. (雨後有人耕綠野 月明無犬吠花村) 송인증읍재(宋人贈邑宰)
● 일곱 걸음 걷고 뉘가 재주를 겨루나? 육경(六經) 밖의 이 글에서 전한다(七步以來誰抗手 六經之外此傳書) 대사임문역루(戴思任文逆樓)
● 대나무 가지가 달빛 아래 바람에 흔들리는 그림자, 연잎의 이슬 향기는 꽃보다 더 향기롭네(竹枝風影更宜月 荷葉露香偏勝花) 장옥신만보(張宝臣晩步)
● 부슬비가 아니라 안개에 스스로 젖은 마름 물풀이 모두 향기롭지만 꽃만큼은 아니네(烟光自潤非閑雨 水藻俱香不獨花) 왕몽루곡원(王夢樓曲院)
● 향전(香篆)의 연기가 날아오다 처마 끝에서 끊어지고 물 흐른 흔적은 강기슭까지 미치다가 사라졌네(香篆舞來簷際斷 水痕圓到岸邊無) 방자운(方子雲)
● 꽃그늘이 스친 땅에서 향기를 맡고, 다리 그늘에는 일렁임 없는 물결이 가로지른다(花陰拂地香方覺 橋影橫波動卽無) 진고어(陳古漁)
● 시골 재주꾼이 지은 시를 읊으니 부끄러워하면서, 자신의 행실이 소장부라 생각지 말라(吟詩羞作野才子 行己莫爲小丈夫) 소매(小枚)
● 어찌 색(色)이 있다고 거짓 핑계를 대느냐. 너무나 분명하여 두려움에 초연하네(有色何曾相假借 不群仍恐太分明) 고부양공영백연(高父良公詠白燕)
● 지하에 또 고상한 선비를 더하였는데 생전에는 당연히 옛사람이 근본이었다(地下又添高士伴 生前原當古人看) 소매만시인진제금조운시(素枚輓詩人陳製錦組雲詩)
● 몸이 가난하다고 한가함이 쓸모없는 것이 아니고, 일이 많아 풀기 어렵더라도 생각을 바꾸면 정리가 된다(身非無用貧偏暇 事到難圗念轉平) 하사옹감의(何士顒感依)
● 가난은 남의 웃음거리가 되고 자신도 피곤하게 만들고, 늙어서 늘 다정하면 오래 살 징조라 한다(貧猶買笑爲身累 老尙多情或壽徵)
● 글을 읽으려고 때때로 책을 펼쳐놓고 시에서 모든 규칙을 뽑아 오랫동안 살펴본다(書因補讀隨時展 詩爲留剛盡數抄)
● 처음 만난 사람 알고 보니 구면이고, 전생을 살펴보니 나는 승려가 아닐세(初地相逢人似舊 前身安見我非僧) 악곡용안숙오림사(鄂公容安宿悟林寺)
● 솔 그림자가 둘로 갈라지고 반쪽짜리 창문에 달빛이 비추는데 온 세상에 서리 내리니 물 떨어지는 소리가 흩어져 들려온다(松影平分半窓月 漏聲散作滿城霜) 장공부(張孔夫)
● 언제부터 강 위에 밝은 달을 볼 수 없었는데 이는 오랜 옛날 적선(謫仙)이란 인간 때문이라네(何時江上無明月 千古人間有謫仙) 태백루장지수(太白樓張芝壽)
● 잠시나마 공무 여가 동안 옛 친구와 함께 감흥이 일어나 나를 새롭게 만들었다(聊以公餘偕舊友 湏知興到卽新吾) 자제산부주전인(自齊山泛舟全人)
● 바람 부니 꽃기운에 향기가 벼루에 묻어나고 달빛 소나무에 비추니 서늘함이 책에 스며드네(風吹花氣香掃硯 月過松心凉到書) 지정자여양(芝亭子汝驤)
● 강안(江岸)에 닿는 도엽도(桃葉渡) 길을 지나가면서, 국화꽃 필 때의 약속을 되새기며 돌아왔다(此去正過桃葉渡 歸來不負菊花期) 왕질주동인(往郅州仝人)
● 방하(榜下)로 급제했던 추억이 밀려오니 괜시리 눈물이 나려는데 조정의 횡수설거를 반쯤 알 것 같네(榜下憶來常欲泣 朝中說去半能知) 방근문(方近雯)
● 잠시 돈대에 올라가 청릉(靑陵)을 바라보는데 옛날에 어찌 딴살림 차린 첩을 두려 했더냐(試向靑陵坮上望 可曾飛上別家枝) 서태부인영접(徐太夫人咏蝶)
● 등불 같은 붉은 구름이 창해에 떠다니고 푸른빛 바닷물은 아름답게 펼쳐져 저 멀리 허공에 잠기었네(紅雲燈火浮滄海 碧水瑶弇浸遠空) 증자고상원상부사방(曾子固上元祥符寺訪)
● 근래의 불길한 꿈이 싫은데 밤마다 고향 집에 돌아간다네(近來翻厭夢 夜夜到家鄕) 진고어(陣古漁)
● 문 앞에 오랫동안 거마가 없었는데 갑자기 사람이 찾아와 토우목마(土牛木馬)를 보내왔네(門前久已無車馬 尙有人來送土牛) 유춘지입춘(劉春池立春)
● 백련꽃 만발한 연화세계(극락)인 이곳에, 바람이 사면에서 불어와 가운데에 누웠다. --이하 생략--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