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강 심화 문제 ❷
[01~0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정한담과 최일귀 두 사람이 이때를 타서 천자께 여쭈오되,
“폐하 즉위하신 후에 은덕이 온 백성에게 미치고 위엄이 온 세상에 진동하여 열국 제신이 다 조공을 바치되, 오직 토번과 가달이 강포함만 믿고 천명을 거스르니, 신 등이 비록 재주 없사오나 남적을 항복 받아 충신으로 돌아오면 폐하의 위엄이 남방에 가득하고 소신의 공명은 후세에 전하리니, 엎드려 바라옵건대 폐하는 깊이 생각하옵소서.”
천자 매일 남적이 강성함을 근심하더니, 이 말을 듣고 대희 왈,
“경의 마음대로 기병하라.”
하시니라.
이때 유 주부 조회하고 나오다가 이 말을 듣고 천자 앞에 들어가 엎드려 주왈,
“듣사오니 폐하께옵서 남적을 치라 하시기로 기병하신단 말씀이 옳으니이까?”
천자 왈,
“한담의 말이 여차여차하기로 그런 일이 있노라.”
주부 여쭈오되,
“폐하, 어찌 망령되게 허락하였습니까? 왕실은 미약하고 외적은 강성하니, 이는 자는 범을 찌름과 같고 드는 토끼를 놓침이라. 한낱 새알이 천 근의 무게를 견디리까? 가련한 백성 목숨백리 사장(沙場) 외로운 혼이 되면 그것인들 아니 적악(積惡)이리오. 엎드려 바라옵건대 황상은 기병치 마옵소서.”
천자 그 말을 들으시고 여러 가지로 생각하던 차에, 한담과 일귀 일시에 합주하되,
“유심의 말을 듣사오니 죽여도 애석하지 않으니, 오국 간신과 같은 무리로소이다. 대국을 저버리고 도적놈만 칭찬하여 개미 무리를 대국에 비하고 한낱 새알을 폐하에게 비하니, 일대의 간신이요 만고의 역적이라. 신 등은 저어하건대 유심의 말이 가달을 못 치게 하니 가달과 동심하여 내응이 된 듯하니 유심의 목을 먼저 베고 가달을 치사이다.”
천자가 허락하니,
한림 학사 왕공렬이 유심 죽인단 말을 듣고 땅에 엎드려 주왈,
“주부 유심은 선황제 개국 공신 유기의 자손이라. 위인이 정직하고 일심이 충직하오니 남적을 치지 말자는 말이 사리에 당연하옵거늘, 그 말을 죄라 하와 충신을 죽이시면 태조 황제 사당 안에 유 상공을 배향하였으니 춘추로 제사 지낼 때에 무슨 면목으로 뵈오며, 유심을 죽이면 직간할 신하 없사올 것이니, 황상은 생각하와 죄를 용서하옵소서.”
천자 이 말 듣고 한담을 돌아보니, 한담이 여쭈오되,
“유심을 죄하실진대 만 번 죽여도 애석하지 않으나 공신의 후예이오니, 죄목대로 다 못하오나 정배나 하사이다.”
천자
“옳다.”
하시고,
“황성 밖에 멀리 유배 보내라.”
[중략 줄거리] 유심이 유배된 후, 아들 유충렬은 정한담의 박해로 고난을 겪다가 영웅적 능력을 갖추게 된다. 정 한담이 황제를 내쫓고 도성을 차지하자, 유충렬은 위기에 처한 천자를 구하고 대원수가 된다. 유충렬이 도성을 비운 사이, 천자는 다시 위기에 처하게 된다.
(나) 이때 대원수가 금산성에서 적 십만 병을 한칼에 무찌르고 바로 호산대에 득달하여 적병을 씨 없이 함몰코자 행하더니, 뜻밖에 월색이 희미하며 난데없는 빗방울이 원수 얼굴에 내리거늘, 원수 괴이히 여겨 말을 잠깐 머무르고 천기를 살펴보니, 도성에 살기 가득하고 천자의 자미성(紫微星)이 떨어져 번수 가에 비쳤거늘, 크게 놀라 발을 구르며 왈,
“이게 웬 변이냐?”
갑옷과 투구, 창검을 갖추고 천사마 위에 바삐 올라 산호 채찍을 높이 들어 채질하며 말에게 단단히 부탁하여 왈,
“천사마야, 너의 용맹 두었다가 이런 때에 아니 쓰고 어디 쓰리오. 지금 천자 도적에게 잡히어 목숨 이 경각에 달려 있는지라. 순식간에 득달하여 천자를 구원하라.”
천사마는 본디 천상에서 타고 온 비룡이라. 채질을 아니 하고 단단히 부탁하여 말해도, 비룡의 조화라 제 가는 대로 두어도 순식간에 몇 천 리를 갈 줄 모르는데, 하물며 제 임자 급한 말로 부탁하고 산호 채로 채질하니, 어찌 아니 급히 갈까. 눈 한 번 깜짝이며 황성 밖을 얼른 지나 번수 가에 다다르니,
이때 천자는 백사장에 엎어지고 한담은 칼을 들고 천자를 치려 하거늘, 원수 이때를 당하매 평생에 있는 기력과 일생에 지를 호통을 힘을 다해 지르고, 천사마도 평생 용맹을 이때에 다 부리고, 변화 좋은 장성검도 삼십삼천 어린 조화 이때에 다 부리니, 원수 닫는 앞에 귀신인들 아니 울며, 강산도 무너지고 하해도 뒤엎는 듯 혼백인들 아니 울리오. 온몸이 불빛 되어 벽력같이 소리하며 왈,
“이놈 정한담아, 우리 천자를 해치지 말고 내 칼을 받으라.”
하는 소리에 나는 짐승도 떨어지고 강신 하백(江神河伯)도 넋을 잃어 용납지 못하거늘, 정한담의 혼백 인들 아니 가며 간담인들 성할쏘냐. 호통 소리 지나는 곳에 두 눈이 캄캄하고 두 귀가 먹먹하여 탔던 말 둘러 타고 도망하여 가려다가, 형산마 거꾸러져 백사장에 떨어지니 창검을 갈라 들고 원수를 겨누거늘, 구만 청천 구름 속에 번개칼이 번쩍 하며 한담의 장창 대검이 부서지니, 원수 달려들어 한담의 목을 산 채로 잡아들고 말에서 내려 천자 앞에 엎드리니, 이때 천자 백사장에 엎어져서 반생반사 기절 하여 누워 있거늘, 원수 붙잡아 앉히고 정신을 진정한 후에 엎드려 주왈,
“소장이 도적을 함몰하고 한담을 사로잡아 말에 달고 왔나이다.”
- 작자 미상, ‘유충렬전’
01 (가)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문장의 호흡이 짧게 끊어지고 있다.
② 사건의 시간이 역전되어 전개되고 있다.
③ 서술자가 전해 들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④ 대화를 중심으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⑤ 인물의 내면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02 (나)에 서술된 내용을 바탕으로 <보기>의 구조도를 만들었다고 할 때, ㉠~㉤에 해당하는 내용을 잘못 말한 것은?
<보기>

① ㉠: 주인공이 위기의 조짐을 파악하는 장면을 제시함으로써 비범한 능력의 소지자임을 보이고 있다.
② ㉡: 서술자의 개입을 통해 ‘천사마’의 능력을 제시함으로써 신속한 공간 이동을 그럴듯하게 한다.
③ ㉢: 사건이 극적으로 해결되는 공간으로서 주인공의 무예가 출중함을 보여 주고 있다.
④ ㉣: 인물들의 행동을 급박하게 묘사함으로써 사건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⑤ ㉤: 천자의 내면 심리를 드러내어 주인공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도움자료
[2014 EBS 수능특강 A]
심화 문제 ❷ 01 ④ 02 ⑤
작자 미상, ‘유충렬전’
해제 : 이 작품은 ‘영웅의 일생’이라는 유형적 구조를 잘 유지한 작품으로서 거듭되는 위기와 그 극복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전개 하여 많은 인기를 얻은 군담 소설이다. (가)는 간신 정한담에 의해 유충렬의 아버지인 유심이 귀양을 가는 장면이고, (나)는 대원수가 된 유충렬이 정한담에게 죽임을 당할 처지에 있는 천자를 구하는 장면이다.
주제 : 난세를 구하는 유충렬의 영웅담
전체 줄거리 명나라 때에 충신이었던 유심은 자식이 없어 한탄 하다가 치성을 드리고 태몽을 꾼 뒤 아들을 낳아 이름을 충렬이 라 짓는다. 이때 정한담·최일귀 등이 토번과 가달의 침입에 대 한 유심의 태도를 문제 삼아 유심을 귀양 보내고 충렬 모자마저 살해하려 한다. 그러나 충렬은 천우신조로 정한담에게 벗어나 많은 고난을 겪다가 강희주를 만나 사위가 된다. 강희주는 유심을 구하려고 상소를 올렸으나 정한담의 공격을 받아 귀양을 가고, 강희주의 가족은 난을 피하여 흩어진다. 충렬은 부인과 이별하고 백용사의 노승을 만나 무예를 배우며 때를 기다린다. 이때 남적 이 명나라에 쳐들어오자 정한담은 자원 출전하지만 남적에게 곧 항복하고 오히려 남적의 선봉장이 되어 천자를 공격한다. 정한담에게 여러 번 패한 천자가 항복하려 할 즈음, 충렬이 등장하여 남적의 선봉 정문걸을 죽이고 천자를 구출한 후 정한담을 사로잡는 다. 그리고 황후·태후·태자를 구출하며, 유배지에서 고생하던 유심과 강희주를 구하고 어머니와 아내를 찾은 후, 높은 벼슬에 올라 부귀영화를 누린다.
01 서술상 특징 파악 답 ④
이 문제는 이 소설의 인물, 사건, 배경 등에 대한 서술의 특징을 이해하는지를 묻고 있다.
[정답이 정답인 이유]
실마리[답지] 대화를 중심으로 위기감 고조
(가)는 주인공 유충렬의 아버지인 유심이 간신 정한담과 최일귀 등의 모함에 의해 귀양을 가는 장면으로, 인물들 사이의 대화가 진행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가)에는 짧은 대화가 나오긴 하지만 하나의 문장이 길게 이어 지는 대목이 많기 때문에 문장의 호흡이 짧게 끊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② (가)는 유심이 모함에 의해 유배를 당하는 내용으로서 사건이 시간적 순서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③ (가)는 서술자가 전지적 시점에서 사건을 서술하고 있다. 따라 서 서술자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⑤ (가)는 인물 간의 대화가 주로 이어지고 있을 뿐, 인물의 내면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하는 대목은 찾을 수 없다.
교육과정연계
문학Ⅰ (1) 문학의 성격 (다) 문학의 갈래
① 문학 갈래의 개념과 그 특징을 이해한다.
문학Ⅱ (1) 문학의 위상 (가) 한국 문학의 범위와 역사
② 대표적인 작품을 통해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을 이해한다.
02 서사 구조에 대한 이해 답 ⑤
이 문제는 <보기>에 근거하여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정답이 정답인 이유]
실마리[지문] 천자 백사장에 엎어져서 반생반사 기절하여 누워 있거늘
(나)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천자는 번수 가에서 정한담에게 죽임 을 당할 위기에 빠지자 반생반사 기절하여 누워 있었다. 따라서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유충렬에게 감사하는 천자의 내면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는 ⑤의 내용은 ㉤을 적절하게 설명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나)의 첫 부분에서 주인공은 천기를 살펴서 도성에 살기가 가득하고 천자의 자미성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천자가 위기에 처해 있음을 짐작하고 있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주인공이 비범한 능력 을 소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② 서술자는 천사마의 능력에 대해 설명할 때, ‘천상에서 타고 온 비룡’, ‘순식간에 몇천 리를 갈 줄 모르는데’등과 같이 직접 작품 속에 개입을 함으로써 주인공이 번수 가에 신속하게 다다른 것이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고 있다.
③ 주인공은 번수 가에서 용맹스러운 천사마를 타고 변화 좋은 장 성검으로 비범한 무예 실력을 발휘하여 정한담을 사로잡는다. 이로 인해 천자는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고 사건은 극적으로 해결된다.
④ 주인공이 적대자인 정한담과 대결하는 장면에서, 서술자는 인물들이 말을 타고 달려가거나 창검을 겨누는 등의 행동을 급박하게 묘사함으로써 사건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교육과정연계
문학Ⅰ (2) 문학 활동 (가) 문학의 수용
② 섬세한 읽기를 바탕으로 작품을 다양한 맥락에서 이해하고 감상하며 평가 한다.
문학Ⅱ (2) 문학과 삶 (다) 문학과 문화
② 문학을 통하여 인간과 세계의 진실을 심미적으로 인식하고 표현하는 안목 을 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