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가 밀려오는데 : AI 시대, 학교는?
“오늘날의 학교는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들이,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발전을 학교 교육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되던 문장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학교의 모습은 어떨까요? 학교는 사회의 변화에 올라타고 있을까요? 아니면 여전히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을까요? 미래를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학교는 어떤 도움을 주고 있을까요? 학교의 역할은 적절하고 충분한 것일까요?
그리고 우리 학교는? 나는 교장으로서 내 역할은?
연수의 마지막 날입니다. 마지막 강의는 AI 시대의 학교 교육환경 변화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구글의 크롬북 개발에 참여했다는 강사는 매년 새로운 일에 도전해 왔고, 지금은 10년 넘게 교육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교육과 관련된 강연도 많이 다닌다고 합니다.
3일 동안 비슷한 주제의 강의를 계속 들으면서 내 마음은 오히려 점점 더 불투명해지고 답답해졌습니다. 명쾌한 답을 얻기보다는 새로운 질문들이 계속 쌓여 갔습니다. 거대한 변화가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는데, 나는 그 한가운데 앉아서 다가오는 쓰나미를 보지 못한 채 앞마당에 피어 있는 예쁜 꽃과 나비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 생각이 들자 마음속 불안감은 점점 커져 갔습니다.
AI는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생성형 AI 시대가 시작되면서 그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습니다. 이제는 복잡한 컴퓨터 언어를 알지 못해도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로 AI에 명령을 내리고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누구나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AI와 대화를 잘하면 됩니다.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떤 프롬프트를 입력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엄청난 변화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음은 에이전트 AI 시대입니다. AI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여러 단계를 계획하고 실행하며 일을 완성해 나가는 것입니다. AI가 하나의 도구를 넘어 사람의 일을 대신 수행하는 대리자가 되는 셈입니다.
그리고 피지컬 AI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로봇의 세상입니다. 작년과 올해의 로봇 움직임만 비교해 보아도 그 발전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춤을 추는 모습은 훨씬 자연스러워졌고, 달리는 자세도 안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내년에는 또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요?
강의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개발하고 있는 로봇 기술도 소개되었습니다. 사람의 손처럼 다섯 개의 손가락이 아니더라도 기존의 3개의 손가락이 이제 네 개의 손가락이 되어 정교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손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제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공장에서 일하는 모습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직은 사람이 더 빠르고 능숙하게 처리하는 일이 많지만, 로봇은 사람이 쉬거나 잠드는 시간에도 계속 일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로봇이 맡게 될 일은 더욱 많아질 것입니다.
이미 일부 산업 현장에서는 자동화와 로봇이 사람의 업무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피지컬 AI가 본격적으로 발전하면 사람의 일자리와 역할에도 커다란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그리고 강의에서는 마지막 단계인 AGI와 ASI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습니다.
AGI는 인간처럼 다양한 영역의 문제를 폭넓게 해결할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을 말합니다. 지금의 AI도 특정 분야에서는 인간을 능가하는 능력을 보여주지만, 인간처럼 여러 상황을 이해하고 새로운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능력을 완전히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ASI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전반적으로 뛰어넘는 초인공지능을 의미합니다. AI가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개선하며 더욱 강력한 지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가 언제 도래할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이미 그 문턱에 도달했다는 사람도 있고,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AI가 사람에게 커다란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있습니다. AI의 위험성을 우려하며 연구에서 물러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소개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새롭고 신기했던 이야기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사무직의 일은 이제 AI가 완벽하게 대신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막연한 미래의 예측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 문서를 작성하고, 자료를 분석하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일까지 AI가 빠르게 인간의 영역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우리는 분명 거대한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 학교에는 여러 대의 전자칠판과 태블릿이 있습니다. 다양한 AI 디지털 교육 소프트웨어도 구독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은 수업에 AI를 활용하고 있고,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우리 학교도 시대의 변화를 잘 따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일까요?
전자칠판을 설치하고, 태블릿을 보급하고, AI 프로그램을 구독하는 것이 미래 교육을 준비하는 일의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도구를 통해 아이들에게 어떤 배움을 제공하고, 어떤 능력을 길러 주고 있는가 하는 점일 것입니다.
이미 AI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숙이 학교 안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학생들은 과제를 해결할 때 AI의 도움을 받고, 교사들은 수업을 준비하면서 AI를 활용합니다. 고등학생의 100%가 AI를 활용해 과제를 한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갈 몇 년 후에는 세상의 모습이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요?
아무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학교는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연수를 받으면서 명쾌한 답을 기대했지만,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지고 마음은 답답해져 왔습니다.
나는 그동안 우리 아이들이 아름다운 초록의 학교에서 봄날의 햇살처럼 밝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랐습니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선생님들과 따뜻한 관계를 맺으며,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행복한 추억을 쌓아 가기를 바랐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으로 성장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보여주게 될까요?
우리가 가르치고 있는 것들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서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까요?
우리 학교의 교육 비전은 ‘미래를 향한 창을 열고 마을을 품는 따뜻한 학교’입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미래를 향한 창을 활짝 열고, 두려움 없이 새로운 세상과 마주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정작 그 창을 열어 주어야 할 나는 미래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요?
급격한 변화가 있을 미래입니다.
2학기 교육과정 반성회에서는 AI에 대해 선생님들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어야겠습니다.
새로운 변화를 함께 이해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준비가 무엇인지 고민해야겠습니다.
어떤 기자재가 더 필요한지, AI 기반 교육 소프트웨어는 어느 수준까지 준비해야 하는지, 교실에서 아이들이 AI를 어느 정도까지 활용하도록 해야 하는지 함께 기준을 정해야겠습니다.
무엇보다 AI를 활용하는 목적부터 분명히 해야겠습니다.
AI가 아이들의 배움을 돕는 도구가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AI가 만들어 준 정답을 빠르게 찾아내는 아이보다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답을 의심하고, 친구들과 생각을 나누며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할 것입니다.
함께 배우고 고민해야겠습니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교육철학을 공유하며, 우리 학교가 나아갈 방향을 찾아야겠습니다.
방향이 분명해야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교실에서 나온 지 몇 년이 지나고 나니 가끔 보결수업에 들어가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시간이 반갑기도 하지만,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수업을 이끌어 가기가 어렵다는 생각도 듭니다.
앞으로 변화가 더욱 빨라지면 교실에서 수업하는 일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AI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아이들은 교사보다 더 많은 정보를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AI의 도움을 받아 만든 과제는 이전보다 훨씬 완성도가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과제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만큼 아이들의 생각하는 힘도 깊어지고 있을까요?
AI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힘은 여전히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교장인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3일간의 연수가 끝났습니다.
많은 것을 배웠지만 명쾌한 답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많은 질문을 안고 돌아갑니다.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선생님들과 함께 고민하며, 우리 학교에 맞는 길을 찾아가야겠습니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변화도 바라보아야겠지만, 앞마당에 피어 있는 꽃과 나비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런 학교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생각이 많아집니다.
감사합니다. 2026.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