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6. 14
누리호 발사에 359개 우주개발 기업 미래 달렸다
일본이 우주산업을 키우기 위해 대표주자로 내세운 회사는 미쓰비시중공업이다. 외국인에게 거의 공개하지 않는 일본의 기간 로켓인 H-2A 로켓을 제작하는 나고야(名古屋) 로켓공장을 여러 번 방문한 적이 있다. H는 수소를 지칭하는 영문 알파벳으로 로켓의 연료로 액체수소를 쓴다는 뜻이다. 액체수소는 조금만 잘못 다루면 폭발하기 쉬운 고난도의 기술이고 우주선진국들만이 사용하고 있는 반면에 한국은 러시아와 미국의 스페이스X와 같은 케로신, 즉 등유를 연료로 쓰는 로켓을 사용하고 있다. 케로신을 연료로 사용해도 로켓의 힘, 추진력을 내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일본 로켓 공장을 방문했던 당시 미쓰비시의 아사다 쇼이치로(淺田正一郞) 로켓부장에게 “어떤 과정을 거쳐 국가 주도의 우주산업을 미쓰비시 같은 민간기업이 주도하게 되었는가”라고 물은 적이 있다. 우주개발은 초기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기에 우주선진국 모두가 국가주도로 우주개발이 이루어졌고 실패한 경우도 많았으나 국가주도였기 때문에 예산이 지속해서 투입돼 우주기술의 기반을 구축한다. 로켓의 기술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확인되면 우주개발을 산업화해 돈을 버는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국가주도의 우주개발을 민간분야에 이전시켜 돈을 벌게 하는 것이다.
프랑스에 700억원 내고 발사하기도
▲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1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를 시도한다. 항공우주연구원은 최근 ‘한국형 발사체 2차 발사 계획’에서 1·2·3단 엔진 조립 등을 모두 마쳤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미쓰비시에 우주개발을 맡기면서 인공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1년에 최소 3개 발사하되 그중 2건은 정부가 수주를 내고 나머지 1건은 돈을 받고 외국의 인공위성을 대리 발사해 주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붙였다. 그래서 2012년 아리랑 3호 인공위성은 발사비용 경쟁자였던 러시아보다 무려 120억원 싼 덤핑 가격으로 일본 로켓에 실려 지구 저궤도에 투입되게 된 것이다.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돈을 받고 외국의 인공위성을 대리 발사해준 사례다. 위성 발사에 든 우리 돈이 고스란히 일본 내에 떨어진다.
자체 로켓을 보유한 일본은 기상위성, 군사용 첩보위성, GPS 위성, 소혹성 탐사위성 등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자국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기에 한국처럼 기상위성을 프랑스의 아리안 로켓에 실어 쏘아 올리고 700여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자체 로켓이 없는 한국의 서글픈 현실이다. 그래서 우주산업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
우주산업은 지난 60년 동안 3단계에 걸쳐 성장했다. 첫 번째 단계는 소련의 스푸트니크 로켓의 발사 성공을 계기로 미·소가 우주개발을 다투어 경쟁하는 냉전 시대의 산물이었다.
두 번째는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계기로 우주개발의 목적이 다양해지기 시작한 시기였다. 세 번째 단계는 방송위성·통신위성·기상위성·항법위성 등 실용위성 서비스가 일상생활은 물론 국가 사회적 중요 인프라로 활용된 시기를 말한다. 미래의 우주개발은 민간기업이 우주개발에 진입하는 등 우주의 ‘상업화’가 더 빠르게 진전될 것이고, 우주탐사와 우주자원 확보 등 우주개발을 통한 경제적 이득과 국가 이익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질 것이다.
선진국들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전 세계의 우주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2020년 우주산업 규모는 전년 대비 4.4% 증가한 4470억 달러로, 약 530조원이다. 2020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약 4390억 달러로 약 520조원임을 고려하면 우주산업의 규모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성장 가능성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민간 부문의 우주개발이 증가하고 있고 우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금융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우주개발을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미래 국가 성장의 핵심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과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은 가장 앞장서서 미래의 국가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우주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중국·일본·영국·호주도 우주 관련 예산을 증액하고 우주산업 육성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미래에 유망한 우주산업 분야로는 초소형 위성과 위성에서 생산되는 수많은 위성 빅데이터 서비스, 그리고 초소형 위성 발사를 위한 비즈니스가 유망하다. 스페이스X(SpaceX), 블루오리진(Blue Origin) 등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오늘날 우주시장을 선도하는 세계적 우주기업으로 성장했다. 『우주기술 산업편람』에 따르면, 전 세계 우주기업의 가치 총액은 4조 달러를 돌파했고, 2030년에는 10조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우주 개발은 전 산업에 대해 광범위한 개발·생산 파급효과를 미쳐 위성을 통한 방송·통신 산업의 경우 TV·핸드폰·반도체·위성수신용 기기, GPS 수신기의 개발 및 생산으로 새로운 산업이 창출된다.
국내 우주개발 기업 90%가 중소기업
한국은 15일 2차 발사가 예정된 순국산 로켓 누리호의 개발과정에서 우주산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누리호 로켓의 엔진조립과 핵심 구성품인 터보 펌프 제작, 엔진시험 설비를 맡았고 현대중공업은 러시아와 협력한 누리호 발사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누리호 발사를 위한 제2 발사대를 건설했다. 현대로템도 추진기관 시험설비 구축에 참여했고 위성보호 덮개인 페어링은 한국화이바가 만들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3단 로켓인 누리호 로켓의 총조립을 맡았고 현재 차세대 중형위성 2호 개발을 주도하며 민간 위성개발의 시대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소형 인공위성은 세트렉아이가 수출도 해왔는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인수해 소형 인공위성 시대가 오고 있는 만큼 이 분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우주산업은 전반적으로 영세기업이 대다수인 형편이다.
우주선진국들의 발 빠른 움직임에 비해 한국의 우주개발은 조직과 인력·예산 측면에서 우주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부족하다. 국내 우주산업 규모는 2020년 기준 3조2610억 원으로 세계 우주산업의 1% 규모에 불과하다. 국내 우주산업의 시장구조는 매우 취약하며, 연구개발(R&D) 중심의 시장구조로 업체 간의 시장경쟁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주개발 기업은 총 359개로, 이중 중소기업이 321개(89.4%)이고 연 매출 10억원 미만 기업이 227개(63.2%)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김경민 /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중앙일보
정지궤도 도달하고 한국형 GPS 확보해야
열악한 우주산업의 역량을 키우려면 두 가지 조건을 정비해야 한다. 첫째 약 3톤 이상의 인공위성을 고도 3만6000㎞의 정지궤도에 쏘아 올릴 수 있는 국산 로켓을 하루빨리 개발해야 모든 인공위성을 우리의 힘으로 발사할 수 있다. 그러면 동남아 등 외국의 인공위성을 돈을 받고 쏘아 올리는 우주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 주도의 우주개발은 당분간 유지하되 민간기업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우주개발의 로드맵을 통해 미래에는 수익창출이 가능하겠구나”라는 신뢰를 보여주어야 한다. 기업은 기업 나름대로 폭넓은 투자와 인재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 다만 한국형 우주산업의 핵심은 다른 우주 선진국들이 했던 것보다는 더 빨리 민간 분야가 주도할 수 있도록 우주산업의 환경을 마련해줘야 우주산업의 미래가 있다.
두 번째는 2035년 운용계획인 한국형 위성항법 시스템인 KPS(Korea Positioning System)를 2030년으로 앞당겨 완성해야 국방 및 자율차·드론 등 4차 산업혁명과 국가 인프라가 구축돼 우주산업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위성항법 시스템 관련 국내산업 규모는 약 50조원, 아시아태평양 시장 규모는 약 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 번째는 초소형 인공위성을 약 2000개 쏘아 올려 초고속 위성인터넷 시스템을 구축해 6세대 통신이 가능한 저궤도 초고속 위성 인터넷을 구축해야 한다. 모건스탠리가 예측하는 2040년 우주산업 규모는 1조1000억 달러다. 이 중 우주 인터넷 시장이 50% 이상인 약 5820억 달러로 평가되고 있다.
우주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지도자의 꿈과 이상이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기에 대통령이 관심을 가져야 반드시 성장할 수 있는 대통령 프로젝트임을 유념하여 후손들을 위해 탄탄한 기초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