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색 메타세콰이어의 향연.
가을이면 많은 여행객들이 바라는 풍경이 아닐까 싶다.
충청도 옥천 안남면에는 메타세콰이어가 빼곡히 들어선 곳이 자리잡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이를 찾아 초가을에 찾아가봤다.
도착한 곳은 옥천 화인삼림욕장.
아직 푸른 빛이 감도는 메타세콰이어가 빼곡히 들어선 곳.
일출시기부터 일몰까지 운영되는 이 곳은 정홍용이라는 개인이 40여년전 고향에 임야를 매입해
주말에 홀로 나무를 심고 가꾸어 온 숲을
지난 2013년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산림욕장으로 개장하기에 이르렀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나름 넓은 주차장도 겸비하고 있어 주차도 수월했다.
한산한 방문객들로 하여금
느긋하고 한적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게 만드는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T I P 화인산림욕장
충청북도 옥천군 안남면 안남로 151-66
전화 0507-1318-0318
메일 hongyl@hotmail.com
지난해에는 무료였으나 올해부터는 개인당 3천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어
이를 산림보존에 사용하고 있다고.
단체 8인이나 중고등학생은 2천원, 미취학 아동과 옥천 안남면 시민들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무려 반려견도 입장이 가능하다는 후문.
화인 산림욕장은 '치유의 숲'이라고 불리며 인공시설이 거의 가미되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데크도 벤치도 없어 쉬고 싶으면 돌이나 바위에 앉아 쉬어가야 한다.
계단이 없고 경사로로만 조성되어 있어
그 풍경이 유독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이 곳의 식재 수종은 다양하다.
메타세콰이어를 비롯해 니끼다송, 낙엽송, 잣나무, 두충나무, 적송, 참나무
구상나무, 편백나무, 삼나무 등...
식재나무 수만 해도 10만여 그루에 다다른다고.
또한 피톤치드가 대량 발생되는 나무가 식재되어 있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향긋하고 신선한 공기가 코 끝에 스민다.
코로나로인해 마스크로 차폐되어있어 지쳐있던 코와 폐가
한껏 정화되는 기분이다.
화인 산림욕장은 그 규모가 작지 않다.
개인이 운영한다고 해서 작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산책로 총 길이는 4000m,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1481m나 된다.
설겅설겅 쉽게 보고 갔다가는 다리가 무척 아프고 목도 마르니
물과 간식, 등산 장비는 어느정도 챙겨가는 것이 좋다.
산책길을 오르다보면 메타세콰이어가 빼곡하게 들어서있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메타세콰이아 나무는 편백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침엽수다.
피톤치드를 대량 방출하며 성장속도가 매우 빨라 높고 곧게 자라는 것이 특징이다.
매년 여름마다 푸른 빛을 내는 나뭇잎은
매년 11월 낙엽철에 황금색 낙엽으로 변모하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정화되는 것은 코와 폐 뿐만이 아니다.
아이와 함께 조잘대며 오르다보니
두 눈 가득 푸른 빛으로 물든다.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선사하는 신비로운 풍경은
영화 속 풍경을 상상하게 만든다.
이 곳에서 영화 한편 찍는다면,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낼 수 있겠지.
마치 반지의 제왕같은 판타지 영화나 리틀 포레스트같은 드라마까지.
자연을 위주로 담아낸 영화들의 몇몇 씬들이 눈 앞에 실제로 펼쳐지는 것만 같다.
산책길이라고 되어있지만 생각보다 등산하는 기분이 든다.
정상까지 해발 370미터로 낮지 않다.
슬리퍼 같은걸 신고 간다면 낭패를 볼 수 도 있으니 주의하자.
검푸른 숲 사이로 힘을내 걷다보면
메타세콰이어 주변 곳곳에 보기 힘든 야생화들이 눈 아래를 장식하고 있다.
잠깐 쉬어가며 아이와 함께 이 꽃은 무슨 꽃일까,
이 식물은 무얼까 하면서 자연학습의 장을 열어보는 것도 나름 쏠쏠한 재미다.
알싸한 향이 나서 후추와 닮아있는 산초도 열매를 맺고 있다.
하나 조심스럽게 뜯어 손으로 매만지면
알싸한- 독특한 향기가 손으로 퍼진다.
산초의 알싸한 향은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며 숲 곳곳에 남아있는 모기를 퇴치해주는 효과도 발휘해준다.
<화인 산림욕장에서 자라고 있는 이름모를 버섯들>
한가지 아쉬운건, 방문객들이 이 곳을 방문하면서
쓰고왔던 마스크가 곳곳에 버려져있는 모습이 관찰된다는 것이다.
가져온 쓰레기는 다시 가져가는, 기본적인 매너는 꼭 지켜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오르다보면 어느덧 메타세콰이어 군락은 사라지고 소나무들을 만나게 된다.
이쯤되면 거의 정상에 다다랐다는 뜻.
험난하고 거칠어보이는 바위를 종종걸음으로 조심히 지나면
우거진 숲 사이로 옥천 안남면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노랗게 물들어가는 옥천의 비옥한 논과
단층작용으로 형성된 옥천의 협곡들...
옥천은 단층작용으로 인한 굴곡 많은 산과 협곡이 무수한 편이라 (옥천 단층)
개발이 어렵고 더디어 자연 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지역이 많다.
<옥천 안터마을의 반딧불이들>
또한 반딧불이 등 청정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생물들이 대거 살아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화인 산림욕장의 소나무와 어우러진 옥천 안남면의 풍경>
콧 속 가득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와 함께
가을가을한 옥천의 풍경을 바위 의자에 앉아서 보다보면
자연과 동화된 듯한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정상이 150m밖에 남지 않았다는 표지석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다보면
1980년에 만들어진 표지석이 바닥에 박혀있는 것을 관찰할 수도 있다.
오래된 산과 숲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
정상으로 오르다보면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흐드러진 나무들 사이로 이 곳이 길인지 아닌지 헷갈리기 쉬운데
해가 늬엿늬엿 지기 시작하면 어두워져서 앞을 분간하기가 더 쉽지 않다.
정상을 밟은건지 만건지 헷갈리는 차에
더 어두워지면 위험해질까봐 다시 내려가는 것을 선택한다.
흐드러진 메타세콰이어가 주는 풍경으로 인해
내려가는 길에도 속도감이 더 붙는다.
어딘지 모르게 피곤해보이는 남편과 아이.
너무 무리해서 오른건가? 싶어
"괜찮아?"라고 묻는다.
"응! 괜찮아!"
남편과 아이는 오랜만에 상쾌한 공기를 마셔서
한껏 기분이 좋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사람 인적이 드문 숲에서 마스크를 벗고
찰칵! 사진을 남겨본다.
비교적 인적이 드물어
관광지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찍은 귀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곳.
인공을 벗어나 자연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더불어 피톤치드와 향긋한 꽃 향기까지 코와 폐 속 한 가득 담고 올 수 있는 곳.
이 곳은 옥천 화인산림욕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