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팬티는 '오마 샤리프'다
그녀가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 건조대에 널면서 말했다
"팬티가 예쁘고 귀엽네요"
내 속 옷을 남이 빤 것은 유사 이래로 처음이다
벽화를 오늘 중으로 끝내느라
한낮 폭염 속 더위에도 작업을 강행했더니
몸 전체가 타서 익어버렸다
작열하는 태양빛에 자외선 차단제도 소용이 없었다
몸에 수분이 모두 빠져나가 탈진 직전이다
작업하던 옷을 몽땅 세탁기에 던져 넣고
지하수로 샤워를 했다
땅속에서 올라온 물은 그야말로 냉동수 같았다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머리가 빙빙 돌 정도로 차가웠다
새 옷으로 갈아입고 누워 티브이를 켰다
이내 잠 속으로 빠져버렸다
`오마 샤리프가 마차를 타고 설원을 달린다
닥터 지바고의 명화 속에서 내가 오마 샤리프를 뒤쫓는 장면이다
웬 뜬금없는 설원인가
오마 샤리프의 마차 금괴 속에는 금이 아닌 팬티가 가득 들어 있었다
나는 금괴를 빼앗기 위해 맹추격 중이다
"그만 주무시고 시원한 냉콩국수 드세요"
외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빨래줄에는 오마 샤리프가 뽀송뽀송 잘 마르고 있었다
"팬티가 예쁘고 귀엽네요ᆢ"는
무슨 의미였을까
해가 수평선 너머로 붉게 빠져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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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오마 샤리프
자작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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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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