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회]평정산 연화동의 요괴
팔계는 곧 직탈을 추켜올리고 쇠갈퀴를 쥐고
기세좋게 산으로 들어갓다.
오공이 이것을 보고 까르르 웃어대자 삼장이 성을 내며 물었다.
"이 고약한 우너숭이 놈아! 넌 동생들을 사랑하지는 못하고
언제나 시기심만 품고 있구나. 대단한 체 하ㅗㄱ
팔계를 그럴싸하게 얼려 순찰을 보내 놓고는 웃어대다니
이게 무슨 망측한 짓이란 말이냐?"
"팔계를 보낸 것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웃는 데는 까닭이 있습니다.
저 놈은 순찰을 돌거나 요괴의 정황을 알아보는 따위는
아예 하지 않을 겁니다.
어디가서 숨어있다가 거짓말로
우릴 속일 작정이나 할 것입니다."
"어떻게 그걸 알수가 있느냐?"
"여하간 저놈은 그럴 것입니다.
믿기지 않으시면 제가 따라가 보지요.
우선은 그가 요괴 잡는 것을 돕고
또 그에게 부처를 배알할 정성이 있는가를
알아보겠습니다."
"그래가! 그렇지만 제발 팔계를 놀리지는 말아라."
오공은 고개 아래까지 쫒아가서 몸을 번뜩여 작은 각다귀로 변했다.
오공은 부웅 날아 팔례의 귀뒤 갈기털 밑에 가서 앉앗다.
그러나 팔계는 걷는데만 열중하고 있었기에
자기 몸에 오공이 붙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칠팔리를 간 팔계는 쇠갈퀴를 집어던지고 훽 삼장쪽을
돌아다보고 욕을 퍼부었다.
"저 테테한 중! 심술꾸러기 필마온! 무골충 사화상!
저희들은 모두 편안하게 앉아 쉬고 나만 이렇게 부려먹지!
서로 힘을 합해서 경을 구해 정과를 얻겠다면서 그래,
나만 순찰을 시켜? 흥! 흥! 산속에 괴물이 있는 걸 알고
모두 겁을 먹고 숨어서 길을 반도 못갔는데 나더러 찾아보라구!
바보 팔계는 요행을 바라며 다시 쇠갈퀴를 줏어둘고 걷기 시작했다.
얼마를 가지 움푹 패인 곳에 붉은 풀이 우거져 있었다.
팔계는 그곳으로 기어 들어가서 쇠갈퀴를 내려놓고 드러누워
크게 기지개를 켰다.
"아! 아! 기분좋구나!
필마온이라해도 나처럼 마음내키는 대로 하지는 못할테지."
오공은 그의 귀 뒤에 붙어 그 말을
한마디도 빼지 안혹 다 들었다.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부웅 날아서 딱따구리로 변했다.
오공이 변한 딱따구리는 크지고 작지도 않고
저울에 달면 두 세냥쯤 됨직했다
검붉은 부리에 검은 다리를 가진 딱따구리는 사뿐히 내려앉아
자고 있는 팔계의 입술을 콕콕 쪼아댔다.
퍌계는 소리를 지르면서 화다다닥 일어났다.
"나한테 쪼이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라"
"도깨비다! 도깨비다! 나를 창으로 찌르고 달아났다.
아이아파! 아이아파!.."
팔계가 한참 요란을 떨다가 손으로
입 언저리를 만지니 붉은 피가 묻어났다.
"에크 큰일이야!
경사가 난것도 아닌데 입에 붉은 색칠을 했어."
팔계는 피묻은 손을 보면서 궁시렁거리며 사방을 둘러 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동정이 없다.
"요괴도 없는데 무엇이 나를 찔렀을까?"
그러다가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니
딱다구리 한마리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망할 것이! 필마온이라면 몰라도 네까짓놈까지 날 업신여겨
바보로 취급할 작정이냐? 을! 알았다!
내가 사람인줄 모르고 내 입을 고목인줄로만 알았구나!"
팔계는 또다시 옆을 나자빠졌다.
오공이 또 날아와서 귀뒤를 쪼았다.
팔계는 소리를 버럭 지르며 일어났다.
"이 고약한 것이! 왜? 나를 못살게 굴어!!
저놈의 둥지가 요 근처에 있는 모양이다.
내가 제 알이나 새끼를 빼앗을까봐 이렇게 괴롭히는지 모르겠군
으으응! 자기는 다 틀렸다."
팔계는 쇠갈퀴를 메고 비탈길을 내려가
다시 길을 찾아 걷기 시작했다.
오공은 자지러 질듯이 웃었다.
"이 못난것이.
그 큰눈을 훤하게 뜨고서도 이 형을 못알아봐?"
"바보녀석 돌은 말도 못하고
잡례도 할 수 없는데 바보놈 미쳤군 미쳤어."
팔계는 그 돌을 오공과 삼장 오정이라 생각하고 돌아가서
핑계를 대며 할말을 꾸며가며 연습을 하는 중이었다."
"내가 돌아가서 스승님에게 인사를 한다.
괴물이 있더냐고 물으면 있었다고 대답한다.
산세가 어떻더냐고 묻는 말에 내가 만약 진흙으로
되있거나 주석으로 되어있습니다.
구리를 부어 만든 것입니다.
밀가루를 쪄서 만든 것입니다.
종이로 바른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대답을 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날 바보니 병신이니
깔보는 터에 더욱 병신 취급을 하겠지!
그러니 그저 돌로된 산이라고 대답해야되.
동굴이 있더냐고 물으면 역시 돌동굴이 있더라고 말하고
동굴문이 어떻더냐고 물으면 큰 철못을 박은 문이라고 대답하지
으음! 이 정도면 잘 꾸민 말이러갸!
헤헤헤!
저 필마온이란 놈을 멋지게 잘 속여주자.."
팔계는 쇠갈퀴를 질질 끌면서 오던길을 되돌아 갔지만
오공이 귀 뒤에 올라앉아 하는 짓을 보고 들은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오공은 팔계가 삼장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것을 아록 먼저 날아가서
본래 모습으로 변해서 삼장에게 인사를 했다.
"돌아왔느냐? 그런데 팔계는 왜 안오느냐?"
"팔계놈이 저기서 거짓말을 꾸미고 있습니다.
이제 곧 올것입니다."
"그는 두 귀가 눈을 덮고 있는 우둔한 사람인데
어떻게 거짓말을 꾸밀수가 있느냐?
네가 무슨 도깨비 같은 수작을 꾸며 팔계를 모함하는 것이겠다."
"스승님, 왜 그렇게 팔계를 감싸십니까?
실제로 팔계는 거짓말을 꾸몄습니다."
오공은 팔계가 풀속에 들어가서 자려던 일부터
네모난 바윗돌을 향해 하던 꾸민 거짓말 연습 내용까지 모두 말했다.
얼마후 팔계가 자신이 꾸민 거짓말을 잊지 않으려고 머리를 숙이고
입으로 그 말을 되풀이 외면서 돌아왔다. 오공이 물었다.
"여! 바보야! 뭘 그렇게 중얼거리는 거냐?"
오공이 쏘아 붙이자 팔계는 사방을 두리번 거리더니
삼장 앞에 와서 무릎을 끓었다.
"다녀왔습니다."
"그래 팔계야, 수고 많이 했다."
삼장이 잡아 일으키며 위로를 했다.
"길 걷기와 산에 오르기가 세상에서 제일 힘이 듭니다."
"괴물은 있더냐?"
"예, 예! 있구 말구요."
"그것들이 너를 어떻게 취급하더냐?"
"절 보구 선조님이니 외조부니 하면서 국과 음식을 대접합디다.
그러고는 기를 들고 북을 치면서
우리를 전송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오공이 참을 수가 없어서 입을 열었다.
"풀숲에서 자다가 잠꼬대로 한 말이겠지?"
"내가 잤는지 안잤는지 어떻게 알어?"
오공이 바짝 다가가 팔계의 멱살을 잡았다.
"이리와 내가 묻겠다."
"왜 이래? 궁금한게 있으면 물을 일이지
멱살은 왜 잡고 이래?"
"어떤 산이더냐?"
"돌로된 산이었어"
"어떤 동굴이더냐?"
"돌로된 동굴이었어."
"문은 어떤 문이고?"
대못을 친 철문이었어."
"동굴속은 얼마나 깊고?"
"그곳이 세층이었어."
"아,아! 말아지 않아도 좋아.
그 다음은 내가 다 알고 있다.
스승님이 믿지 않을 테니까. 내가 대신 말할까?"
"큰 소리 치지마 가보지도 않은 주제에
뭘 안다고 대신 말한데?"
"문에 대못을 몇개 쳤느냐고 물으면
그건 미쳐 헤아리지 못했다고 말하자...
팔계는 황급히 땅바닥에 무릎을 끓었다.
오공이 내쏘았다.
"돌을 향해 깍듯이 절을 하고는
그걸 우리 세사람이라 치고는
자문자답했지?
이제 네가 꾸민 거짓말은
다 들어났으니 네입으로 모두 실토하는 게 어때?"
저 필마온이란 놈을 속여주자...어떠냐? 그대로지?"
"엉! 형! 내가 산을 둘러부러 간뒤에
형은 나를 따라와서 내가 한 말을
낱낱이 엿들었구나?"
"이 바보야! 모두가 죽느냐 하느냐 하는 판에
산은 살펴보지고 않고 잠이나 자다니?
딱다구리 에게 쫓기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자고 있을게 아니냐?
눈을 뜨자마자 이런 먹히지도 않을 거짓말을 꾸미지.
그래 너 때문에 대사를 그르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해봤냐?
자 인쪽으로 모가지를 쯕 빼라.
앞으로 다시는 그런짓 못하도록
교훈을 주기 위해 다섯대만 치마."
"형! 여의봉은 무거워도 슬쩍 스치기만 해도
가죽과 살이 떨어져 나가는데
다섯대씩이나 맞으면 나는 죽고 말거야. 이번만은 용서해줘!
형! 앞으로 절대 거짓말 않하겠어."
"에엣! 세대가 뭐야! 그 절반만 맞아도 난 죽고 말거야!"
팔계는 삼장에게 매달려 오공을 말려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이번엔 삼장도 팔계를 꾸짖었다.
"오공이 너를 거짓말쟁이라 해도 나는 그 말을 믿지를 않았다.
그러니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넌 백대를 맞아도 할말이 없는 게야."
지금부터 산을 넘으려면 사람이 부족하다.
오공아! 지금은 우선 용서해주고 산을 넘은 다음 치는게 좋겠구나."
팔계는 과연 산을 넘은 다음 오공의 여의봉을 다섯대 맞을 것인지
함한 평정산을 요괴를 만나지 안혹 무사히 넘을 것이지...
다음편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