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김치 담그다/김필로
비싼 열무 한 단에 얼갈이 한 단
따라오는 부재료들도 신이 났습니다
연하디연한 줄기에 아기 무까지
손질하고 소금에 절입니다
열무 30단 머리에 이고 장에 간
엄마 기다리는 소년도 생각하며
풀 쓰고 고추 갈고 할 일이 솔찮습니다
알맞게 숨이 죽었을 때
맑은 물로 풋내를 씻어내고 알록달록 젓갈 냄새 풍기며 꼼꼼하게 단장합니다
큰 그릇 작은 그릇에 따라
보내질 곳이 다릅니다
묵은지처럼 속 깊은 사람에게
여리디여린 한 여자에게
손끝으로 버무린 마음 담아냅니다
저녁 식단은 당연히 된장찌개 그리고 보리밥입니다
뒷정리로 피곤할 때
진주를 낳고 있는 빗방울이 창틀에서 피아노를 칩니다
첫댓글 담는 모습 상상만해도 양념냄새 솔솔 풍깁니다~ 아주 맛있을것 같아요~~
끝행이 참 좋아요
요지음은 열무보다 상추가 더 제 철이지요
올해들어 처음으로 담아봤어요.
상추는 당연 맛있고
우리집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사철 채소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