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보다 심각하다더니 “나라부터 노후까지 전부 무너진다”… 5060 ‘발 동동’
권용희 기자님의 스토리
자영업자 폐업 속출, 5060세대 생계 ‘빨간불’
소상공인 부실률 역대 최고, 금융 부채 700조 돌파
“매달 300만 원씩 적자가 나는데, 가게뿐 아니라 집까지 날아갈까 두렵습니다.”
식당을 운영 중인 최모 씨는 “코로나 때 간신히 버티던 점주들도 더는 버틸 수 없어 폐업하고 있다”며 힘든 상황을 털어놨다.
이어 “배달앱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이 커진 데다, 물가 상승으로 원재료비 감당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IMF 때보다 심각… 벼랑 끝의 자영업자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자영업자 수는 불과 두 달 만에 20만 명 이상 줄어들며, IMF 외환위기 당시보다도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도 자영업자들은 원자재비(22.2%), 인건비(21.2%), 임차료(18.7%), 대출 상환(14.2%) 등을 주요 경영 부담으로 꼽았다.
응답자의 62.2%는 올해도 순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빵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버터부터 밀가루, 우유까지 안 오른 재료가 없다. 손님은 줄고, 매일이 생존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폐업이 더 쉬운 현실… 정책자금 부실률 ‘역대 최고’
자영업 위기는 통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자금 대출 부실률이 13.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상공인 정책자금 부실 금액은 1조127억 원에 달했다.
부실징후기업도 2022년 3만7355개사에서 2024년 14만5338개사로 2년 만에 4배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들은 이제 원리금 상환 압박에 직면했고, 높은 금리까지 더해지면서 버티지 못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끝나면서, 연쇄 폐업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50·60대 자영업자, 빚더미에 노후까지 위기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건 50·60대 자영업자들이다. 노후 대비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들은 오히려 빚더미에 올라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월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은 50·60대는 203만2393명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이들의 대출 규모는 무려 737조 원에 달했다. 특히 50·60대 대출자의 절반 이상(95만7971명)은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이 경제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운 연령대라는 점인데,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일어서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경기 침체로 인해 매출이 줄어들면서 대출 상환조차 어려워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65%로 2년 전보다 3배 이상 상승했다.
이 의원은 “경기 침체와 고물가, 고금리가 맞물리면서 특히 50·60대 자영업자의 위기가 심각하다”며 “자영업자 지원책과 금융 안전망 강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창업·폐업보다 일자리 대책이 먼저”
전문가들은 단순한 대출 지원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경제위기 때마다 정부가 창업을 장려하며 자영업자 수를 늘렸지만, 이제는 창업 지원보다 폐업 이후의 대책이 더 중요하다”며 “자영업자를 위한 일자리 연계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석병훈 교수는 “배달 로봇과 키오스크 도입이 확산되면서 자영업 시장 자체가 점점 축소되고 있다”며 “노년층 자영업자들이 다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일자리 대개혁’ 수준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00만 자영업자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