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작가가 토박이처럼 살고 있는 회기동은 경희대학교가 자리잡은 고황산 자락의 구 시가지로 좁은 골목이 구불구불 오르내리는 작은 동네지만, 근처에 고대, 외대, 시립대 등 전통 있는 종합대학교가 다섯이나 몰려있어 가히 캠퍼스 촌이다. 작가의 글 중 많은 작품이 이 동네 골목골목을 배경으로 하는데 어떤 여행기보다 흥미롭고 성찰의 깊이가 특출하다. 과장되지 않고 치장이 없는 문체가 그의 현재를 되비추고 있다. 욕심을 내려놓음으로써, 늙지 않고 더욱 순수하고 무구한 모습으로 익어가는 전형을 보여주는 작가다.
<저자 소개>
이부림李富林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숙명여자대학교 가정학과 재학 중 총학생 회장으로 활동하다. 졸업 후 숙대신보사 전임 기자, 아카데미하우스 하우스 마더, mbc 아나운서로 일하다. 결혼하여 전업주부로 육아에 전념하며 오십대에 수필을 공부하여 『문예사조』와 『현대문학』으로 등단하다. 숙대문인회와 현대문학수필작가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에세이스트작가회의에서 이사로 봉사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한국여성문학인회, 국제펜클럽 한국 본부 등에서 활동 중이다.
저서 | 『대문 안쪽』 , 『대문 바깥』, 공저 | 『혼자 피는 꽃』 『우리는 꽃갑이라네』 외 다수/ bulimy@hanmail.net
<본문 일부>
인생의 반은 고통 속에서 피어난다. 고통이나 상처, 부끄러움을 모두 드러내서 피운 글꽃의 열매를 맺고 싶다. 하지만 그야말로 쉽지 않다. 아니 쓸 수가 없다. ‘나’란 홀로가 아닌 누군가와 끊임없이 인연을 이어가는 연결체이기 때문이다. 나의 삶이란 곧 그동안 인연 맺은 모든 이와의 관계에 다름 아니고, 나의 이야기는 곧 그대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으니, 고통이나 상처는 묻어두고 결국 무난한 얘기만 늘어놓게 되더라.
<서평>
이부림 수필의 특징은 끊임없이 이동 중이라는 데 있다. 첫 수필집 제목이 『대문 안쪽』이었고 이번 수필집은 『대문 바깥』이다. 여기서 대문은 나와 타자, 나와 세계의 경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전자가 타인의 내면을 향한 진솔한 궁금증을 소재로 한다면, 후자는 타자를 향해 나아가는 적극적 움직임이며 동시에 자기 정체에 대한 쉼없는 질문으로 포착된다. 그는 길 위에 있고 여행 중이며 세계와 타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충만하다. 긍정적이며 활발한 움직임은 곧 시간에 대한 남다른 의식에서 출발한다. 가령 회갑은 ‘꽃갑’이고 고희에도 ‘여전히 여고생’이며 팔순의 ‘카공족’이다. 그에게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의 어떤 목표지점(죽음이라는)을 향해 가는 유한성이 아니라 그 유한성을 절묘하게 소거한, ‘지금 여기’의 사건이며 움직임이고 변화일 뿐이다. 다시 말하면 그는 철저하게 이 순간의 ‘현재’를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