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통신 67 / 라이언 일병 구하기(2007/7/16 김한수)

[최형진]

10 여년 전에 개봉된 영화 가운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있습니다.
2차대전 당시 라이언 집안의 4형제 중 3형제가 전장에서 죽고 막내마저
사지에 빠져있어 미국정부는 그를 구하기 위하여 매우 위험한 작전을 수행하는 내용입니다.

오늘로 옥수수 밭 김매기 시작한지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꼬박 2 주일은 더 해야 일이 끝날 것 같습니다.
풀 속에 묻힌 옥수수 하나 하나를 깨끗하게 하는 것이 정말로
<옥수수 일병 구하기> 작전 같은 생각이 듭니다.
보통 직장인들은 nine to six 로 일을 하지만 나는 seven to seven 으로
밭에 매달려 있습니다.
힘은 들어도 내가 왜 이 짓을 하나 하는 회의를 느껴본 적은 없습니다.
농사를 이렇게 지어야 한다 저렇게 지어야 한다 이론도 있고 기술도 있지만
결국은 자기 여건에 맞는 최적의 조건을 찾아 내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런데 어떤 시도를 하였을때 결과를 보려면 수확할 때 까지 기다려야 하고
도중에 수정이 불가 하다는 것이 장애요인 입니다.
나는 농사를 지으면서 부딪치는 이런 저런 어려운 점을 수업료라고 생각합니다.
수업료를 내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고 배우려면 마땅한 댓가를 치루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입니다.
기업이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공정 개선을 위하여 R & D 비용을 투입 하듯이
나도 지금의 내 노력을 일종의 그런 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조금이라도 나은 결과를 얻어서 사랑에 속고 돈에 우는 신파극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밭에 쭈그리고 앉아 김을 매다 보면 개개 작물의 생육상태를 보게되어
어떻게 조치하여 주어야 겠다는 소득도 얻게되고 , 아침 산책 나온 손바닥 만한 두꺼비도 만나고 ,
호미질에 놀라 도망가는 땅강아지도 보게되고 , 풀잎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무당벌레도 보게 됩니다.
자연이나 사람이나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은 아름답게 보입니다.

나날이 키가 커가는 옥수수를 쳐다보면서 수확하여 어떻게 할 것 인가도 생각해 봅니다.
우리 식구 먹고 , 아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남는 것은 팔 작정입니다.
그러나 작년에 고추 팔았을때의 쓰라린 기억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하여
내가 어떻게 키웠는가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팔지 않을 작정입니다.
우리집이 도로에 붙어 있어 한때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팔 궁리도 해 보았지만
짧은 생각이었습니다.
내 옥수수는 재배과정이나 맛에서 분명히 차별화 되어 있습니다.
그 내력을 모르는 불특정 다수에게 <그냥 옥수수>로 취급 받는 것은 내가 못 참을 일입니다.
짝퉁도 괜찮다고 하는 사람에게 굳이 명품의 좋은점을 강조할 필요는 없는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