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2
다니엘서 7장~12장
(다니 7,11)
그 뿔이 떠들어대는
거만한 말소리 때문에
나는 그 쪽을 보았다.
(다니 7,28)
이 일을 마음에 간직하였다.
(다니 8,5)
나는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묵상ㅡ
엄청난 환시의 연속이다.
쉽게 알아들을수 있는 언어가
아니라, 뿔, 숫양 숫염소, 녹주석,
청동, 독수리 등, 짐승들에 비유하여
말을 던진후, 그 해석을 장황하게
풀어놓았다. 뭔말인지는 알겠으나
말로 설명하긴 어려운 그런 느낌..
묵시론적 종말과도 연결되는 내용이라
더 그렇게 느껴지는거다.
오늘, 내 마음이 머무른 곳은,
'그 뿔이 떠들어 대는 거만한
말소리 때문에..'
라고 표기된 구절이다.
다니엘이 말소리가 나는 그쪽을
보았다고 한것 역시, 묵상 포인트다.
어딜가든 말이 문제다. 할말만 하고,
전달할 핵심만 말하고, 필요한 말만
하는 게 쉽지가 않다.
나라에서든, 사회에서든
교회공동체에서든
서로 불목하고 적개심을 품으며
갈등을 일으키는 주 원인은 말로 인한
오해와 사심, 욕심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어디선가 막 떠들어대고 비방하는
거만한 말소리가 들리면, 그쪽을
쳐다보며 동요되어 부정적인 기운을
주고 받게 되고, 누군가 진실 아닌
왜곡된 사실을 아무렇지않게 말하고
옮기면서 결국엔 말이 춤추는 형상을
만든다.
다니엘은 엄청난 내용의 환시를 보고
그것의 뜻을 전해받으며, 대천사의
방문도 받고, 감당하기 버거운 상태에
놓이지만, 그럴때마다 때를 기다리며
봉인해 두라는 주님의 명을 잘 지켜낸다.
'다니엘은 떠오르는 생각들로 몹시 놀라,
얼굴빛마저 달라졌지만 이 일을 마음에
간직했다.(다니 7,28)
또는 '나는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다니 8,5) 라고 말했다.
그도그럴것이 이 환시로부터 맞딱뜨리는
사람과 상황앞에서, 자칫 성급해져서
정해진 때가 아닌데도 앞서 말하고
행동하기가 쉬운데, 거만하게 떠들어대던
말던, 다니엘은 곰곰이 생각하며 마음에
간직했던 거다.
가브리엘천사의 방문을 받고, 엄청난
메시지를 전해들은 나자렛의 처녀
마리아가, 그것을 부모나 주변사람들에게
가서 말하지 않고 곰곰이 간직하였던
그 마음이었을 터다.
왜냐, 주님께서는 다니엘에게 몇번이나
거듭해서 언급하신 말씀이 있는데,
그뿔은 진리를 땅에
내동댕이 치면서도
하는 일마다 성공을
거두었다.
(다니 8,12)
그는 끔찍스러운 파괴를
자행하면서도 하는
일마다 성공을 거두리라.
(다니 8,24)
바로 이 구절이다.
거만하고 악해도 하는일마다 성공을
거둔다는것, 아주 위험한 상태다.
이렇게 살아도 승승장구하는 걸 보니,
내가 잘하고 있구나 하는 교만이
생길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이 역시 다 뜻이
있었고 당신 계획을 이루시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그는 진노의 때가 다하기까지
성공을 거두리니, 결정된 것이 다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다니 11,36-37)
주님께서 다 허락하신 일이라는 건데,
이러한 깊은 뜻 앞에서 성급하게
말을 하고 전달한다면, 어찌되겠는가.
그러니 다니엘이 침묵하면서 곰곰이
마음에 간직하였던 거다.
배울점이 많은 통독 범위였다.
다소 어려운 내용도 있지만,
알지도 못하면서 마치 하느님의 뜻을
다 아는것처럼, 하느님의 이름을
갖다붙이며, 거만하게 떠들어댔던
나의 결함과 허물들이 마구 비춰졌다.
생각없이 뱉은 말로 갈등이 생기고,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내 방식대로
상황을 통제하며, 남의 비밀 지켜주지
못할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너만 알고 있어. 너한테만 말하는거야
라고 단속시키며 했던 비밀을
남에게 발설하고 옮긴것을 어디선가
떠들어대는 소리로 들려올때
나는 또 얼마나 배신감을 느끼며
관계의 단절을 야기했을까.
그렇더라도 그건 내 비밀을,
아무 경계없이 드러내면서, 상대를
믿고 말한 나에게 탓이 있는건데,
철없을땐 그조차도 인식하지 못하고
상처받기를 자처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주님,
당신의 총애를 받고
신뢰를 한몸에 받던
다니엘에게, 당신의
때를 알고 기다리며,
앞서지말고 침묵하길
바라신 그 심정을
조금은 알것 같습니다.
교회에서 일하는 사람,
병자와 가난한 이들을
보살피며 기도하는 사람,
받은 달란트를 통해,
선교사의 길을 가는
사람, 치유자와
중재자로서의 소명을
사는 사람으로서,
또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다니엘과 같은
침묵할줄 알고,
어떤 일이든 누가
나에게 말을 했든
그 의미를 곰곰이
새기며 마음에
간직할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주소서.
하여 더 이상,
떠들어대는 거만한
말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지도 말고,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아는것이 제일인 양
함부로 거만하게
떠들어대는 악습을
행하지 않게 해주소서.
대천사가 다니엘의
입술에 손을 댔듯이,
저에게도 그렇게
해주시어, 무겁고
신중한 입술로
축복해주소서.
첫댓글 박지현 요셉피나님
좋은 글 고맙습니다
묵상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