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녹색평론 김종철 선생의 부고를 접했다. 아.... 이게 무슨 일인가. 일흔셋. 백세인생 운운하는 시대에 이 연세면 청춘이신데, 할 일 많은 이 땅과 사람들은 남겨두시고 그 먼 길을 왜 벌써 떠나가신다는 말인가.
가까이서 뵌 일은 손에 꼽을 정도이지만, 녹색평론 창간부터 지금까지 선생의 글과 말, 그리고 삶을 통해 전해 받은 가르침과 울림은 가없기에, 마치 스승을 잃은 듯 슬프고 서러운 마음 금할 길 없다.
김종철 선생과 녹색평론에게 극진하셨던 나희덕 시인은 이 황망함을 어찌 감당하고 계실까 싶었는데, 나 시인은 그간 편치 않으셨던지 수술을 받는 와중에 부고를 접하고 큰 슬픔에 잠기신 모양이다. ‘좋은 분들은 오래토록 건강하셨으면, 간절해지는 시절’이라는 말과 함께 시인의 쾌차를 기원해 볼 밖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안타까움만 더하였다.
남한사회 ‘교수집단’이라는 심란한 직업군에서 마치 연꽃처럼 기적마냥 피어나신 김종철 선생님. ‘알아버린 죄'를 그분만큼 절절하게 감당해 낼 수 있는 지식인이 이 시대에 과연 또 나타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내걸고 ‘사람다움’을 지켜낼 수 있는 지성을 내 생전에 다시 뵐 수 있을까.
어둑한 비가 길게 내리신다. 김종철 선생을 잃은 이들의 심정과 무엇이 다를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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