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하시 아저씨의 감동적 세션을 뒤로 하고 '오늘이야말로'하면서 GDC 두번째 키노트인 닌텐도의 대표이사 이와타 사토루 아저씨의 키노트를 듣기 위해 그랜드볼륨으로 향했다. 어제의 소문 탓인지 이른 시간부터 어제보다도 많은 것 같은 사람들이 그랜드볼륨을 가득 채웠지만.. 들어갈때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말은..닌텐도 키노트에는 경품은 없다는 말이었다. T.T
그래도 시작한 닌텐도 키노트, 이와타씨는 약간은 서툴지만 매우 또렸하여 오히려 알아듣기 쉬운 간결한 영어를 구사하였다. 키노트의 제목은 "The Heart of the Gamer." 그는 자신의 명함을 들어보이며 "지금 이 명함속에 자신은 닌텐도의 대표이사라고 적혀있지만 내 머리속에 자신의 개발자이며, 내 가슴 속은 게이머가 있다" 라고 키노트를 시작하였다. 처음으로 그는 지난 20년간 게임계에서 안 바뀐 것들에 대해 언급했는데 그것은 게임에 대한 감정, 도전과 보상, 아이디어의 중요성,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그리고 지적재산권의 가치라고 했으며 닌텐도는 그들이 창조해 낸 캐릭터들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반대로 변하고 있는 것들도 있는데 시장은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게임은 장소와 계층을 가리지 않고 퍼지고 있고 게임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과 복잡도는 더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게임의 정의가 세분화되고 진보를 정의하는 비전이 세분화되고 게이머라고 하는 정의 역시 캐주얼, 혹은 하드코어, 혹은 그 밖에 또 다른 정의로 세분화 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미래의 게임은 보다 넓은 계층에 어필할 수 있어야 하며, 소프트웨어는 표준적이고 혁신적이며 직관적이고 상호작용적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답으로 나온 것이 바로 닌텐도DS라 했다.
닌텐도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전 게임들, 즉 젤다나 마리오 등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면서 전혀 새로운 '재미'를 만들기 위한 여정에 나설것이라고 했다. 세계 처음으로 젤다 차기작의 화면도 공개 되었는데 약간은 실사풍이어서 내가 기대했던 젤다와는 조금 달랐다.
NDS를 통한 새로운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 한 가장 중요한 내용이 WiFi지원에 무선통신을 이용한 즐거움 대한 내용이었으며 이의 시연을 위해 키노트 중에 즉석으로 지원자를 받아 마리오카트 대회를 했다. 혹시 저기 나가면 DS라도 주나..했으나 그런 일은 없었다;; 여하간 NDS는 조만간 무료의 WiFi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으며(미국에서인지 일본에서인지 어느 정도의 범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Common API를 통해 누구나 쉽게 NDS에서 WiFi대응 게임을 만들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닌텐도의 게임에 대한 방향은 어제의 MS와는 매우 달랐다. MS가 좀 더 버라이어티한 영화같은, 굉장히 기술 주도적인 '게임'을 추구한다고 한다면 닌텐도는 그와 반대로 즐거움이나 재미라는 것을 위한 게임이 아닌 뭔가 다른 '경험'을 추구한다는 것이었다. 그 예로 2가지의 전혀 새로운 NDS타이틀의 데모가 있었는데 처음 보여진 것이 "Nintendogs" 라는 타이틀이었다. 굳이 게임이라는 말을 안 쓰는 것은 원래 그것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Nintendogs를 두고 이와타씨는 "승자도 결론도 없는 게임이 아닌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이 타이틀은.. 제목 대로 강아지를 기르는 게임이다. 화면속의 강아지는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며 주인(플레이어)가 교육시키는 대로 움직인다. 음성을 인식하기 때문에 "앉아" 같은 명령에 반응하기도 하고 휘파람을 부르면 달려오고 공을 던지면 집어온다. 개밥을 사서 먹이거나 목욕을 시켜 줄 수도 있다. 직접 만질 수 있는 즐거움은 확실히 다르긴 하지만 화면속의 강아지가 내게는 너무나 매력적으로 보였다.
두번째 타이틀은 이름도 어려운 "Electroplankton"이라는 타이틀이었는데 굳이 해석하자면 전자플랭크톤? 이라고 할까. 이 역시 '게임'이 아니라 '경험'이었다. 사용자는 화면의 거품을 터트리면서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으며 뭔가 말을 하면 해당 말이 믹싱이 되어 자신의 음악에 추가된다. 뭔가 자신의 액션에 따라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경험'을 즐기는 소프트웨어였던 것이다.
이후에는 닌텐도의 차기 콘솔인 코드네임 "Revolution"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으며 IBM이 개발환경을 맡고 ATI에서 칩셋을 만들고 있으며 현재 개발은 순조롭다고 했다. 닌텐도의 게임기 답게? 이전의 게임큐브와 호환을 가지며! WiFi를 완벽히 지원하고 게임 개발자들이 쉽게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예산이 아니라 아이디어로 승리할 수 있게 하겠다." 라고 했으며 이 부분 역시 MS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과 매우 상반된다고 할 수 있었다.
키노트를 듣고 오늘 점심은 지겨운 샌드위치가 아니라 나가서 먹기로 하고 컨퍼런스장을 잠시 나왔다. 길을 걷고 있는데 전신주에 붙어있는 광고문이 인상적이었다. "중국에서 게임 개발을 가르치세요" 라는 것이었는데 들리는 말로는 꽤 많이 준다고 한다.
점심은 미국 피자를 먹기로 했다. 미국 피자라면 피자헛 등이 대표적이어서 우리에게도 익숙하지만 미국에서 먹는 아메리칸 피자는 크기가 다르다. 보통 사이즈인 16인치 콤비네이션 피자를 시켜 먹었는데 정말 배불러 죽는 줄 알았다.
점심을 먹고와서 오후 첫 세션에 들어갔는데 오늘도 피터몰리뉴 아저씨의 세션이었다. 내용은 XBOX로 출시되었던 Fable에 대한 "Fable: Lessons Learned"였다. 사실 Fable은 이전에는 Project EGO라고 불렸으며 이전 GDC의 단골로 소개되었었다. 나 역시 발매되자마자 샀지만 뭔가 이전의 '혁명적'인 계획에 비해 비교적 평범한 RPG가 되었다는 느낌이었어서 더욱 관심이 가는 세션이었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몰리뉴아저씨의 멘트가 압권이었다. "여기 왜 이리 많이 오셨죠? 역시 페이블이 망해서 그것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은 거죠?" 라고 웃으며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사실 Fable이 Project EGO이던 시절, 그 혁명적이었던 점은 "모든 것이 변한다" 라는 점이었다. 파퓰러스나 블랙앤화이트가 "GOD"라는 것이 컨셉이었다면 Fable의 컨셉은 "Morphing"이었다. 즉 플레이어의 경험에 따라 외모든 성격이든 모든 것이 변해가며 심지어 플레이어가 인터랙션을 하는 환경 그 자체, 마을, NPC들이 같이 변해간다는 것이었다. 이전 GDC2002에서는 플레이어가 활을 쏴서 그것이 마을의 한 집 기둥에 박히면 그 화살은 언제나 그 자리에 오면 그대로 있는 모습을 시연하곤 했었다.
하지만 모든 문제의 근원은 바로 그러면서 거대화 된 게임을 제어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프로젝트는 점점 더 커져만 갔고 원래 세웠던 로망의 이상향의 게임은 겉잡을 수 없이 비대해져만 갔다. 더 많은 새로운 것 -> 더 많은 도전 -> 더 많은 실패의 가능성에서 그 정도를 끊어주지 못한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원래 일정은 2003년 크리스마스 시즌 출시였지만 일정 분석 결과 하고 싶은 것을 다 한다면 2103년에 끝날 것으로 예측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수많은 피쳐를 포기해야만 했다고 하는데 그래도 2003년에 들어 첫번째 플레이 가능 버전을 완성하여 E3에는 출품하려 하였으나... 컨텐츠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제가 RPG는 처음이어서요" 라는 말에 이어진 내용은 정말 경악스러웠는데 게임을 구동하기 위한 시스템과 환경은 완성되었지만 RPG의 경우 스토리와 컨텐츠가 없으면 게임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다;; 결국 다른 프로젝트를 일시 중단 시키면서도 일정을 맞추려 했으나 못 맞추었다고 한다. 하지만 퍼블리셔였던 MS 역시 페이블에 엄청난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MS와 같이 다시 게임을 정비해 나가기로 하고 수 많은 피쳐를 자르고 다듬어 2003년 12월 19일에 첫 제대로 된 플레이 가능 버전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게임을 "어떻게든 완성시킬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것"을 무엇보다 우선시했으며 누구나 쉽게 클리어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하루에 2~3시간씩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바꾸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멀티플레이어 기능등을 보완한 Fable PC버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가능하다면 앞으로 MMP도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몰리뉴 아저씨는 세션을 마쳤다.
- Day4-3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