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폭탄
이윤상
드디어 올 것이 온 것 같다. 예상대로 전기요금 폭탄고지서가 우리
집에도 날아왔다. 전국 2,267만 가구 중 72%인 1,628만 가구가 7월요금보다 몇 배로 껑충 뛰어오른 8월 요금고지서를 9월 하순에 받은
가정마다 울상이 아니겠는가? 특히 서민층은 망연자실(茫然自失)할 수밖에 없다.
국회 유동수 의원(더민주당)이 한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가정용 전기사용량은 7월보다 34.1% 늘어난 66억8천8백만kwh로 발표되었다. 하지만 한전이 거둬들일 요금은 66% 급증한 6,496억
원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불합리한 가정용 전기요금누진제가 부른 요금폭탄이 서민들을 울리고 있다. 누진 5~6단계에 해당하는 가구는
114만 가구에서 603만 가구로 5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들이 내는 전기료가 전체의 61%를 차지한다. 8월 전기요금이 2배 이상인 가구가
300만 가구에 육박한다. 이중에 106만 가구는 3배 이상, 24만 가구는 5배 이상의 요금을 내게 되었다고, 이철우(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밝혔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전기요금폭탄에 대해 문제제기만 하지 해결책이나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 물론 합리적인 대안이나 해결책은 정부가 빨리
마련해서 시행해야 옳다.
과중한 요금을 내는 이들 가정이 전기를 낭비했다면 당연히 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니 불만이 폭증하고 원성이 자자해 질 수밖에 없다. 지난 7.8월은 폭염과 열대야로 전 국민이 몸살을 알았다. 날마다
폭염 경보가 날아들었다. 낮의 기온은 33도~35도인 날씨가 7~8월 두 달이나 계속되었다.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밤잠을 이루기 어려운 열대야도
기승을 부렸다. 정상적인 일상생활과 생존을 위해 냉방용 전기사용은 불가피했다. 이에 대해 최고 12배에 달하는 누진제로 징벌적인 요금을 내라고
하니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에서는 하루에 “3시간 반만 에어컨을 켜면” 요금폭탄을 맞지 않는다고 발표했다가 대통령의 한마디에
한시적인 요금할인제를 시행하겠다고 다시 발표했다. 이런 비상대책도 없었다면 8월사용 전기요금(9월말 납부)이 어디까지 치솟았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누진요금제는 가정용에만 적용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러면 전기요금 누진제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누진제의 간격에 금액 편차가 너무 큰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누진제의 간격이 6단계인데, 1단계와
6단계의 kw당 사용요금이 12배나 된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부과 체계가 아닌가. 누진제를 적용한다 해도 최저와 최고의 배율은 3배를 넘지
않게 요금을 부과해야 타당하다고 본다. 그런데 12배를 부과한다니 전기를 많이 쓰는 가정은 무슨 죄인이나 되는가. 징벌적 부과는 당초 부과
체계가 잘 못된 것이다.
언뜻 보면 전기를 많이 쓰는 가정은 부자이고 적게 쓰는 가정은
서민이니까 서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을 모르고 탁상이론으로 만든 요금시책이다. 친구 S는 해외여행도 해마다
다녀오고 국내여행도 많이 다녀서 부러움을 살 정도로 잘사는 중산층이다. 그런데 전기요금 최소액을 내는 모범가정으로 선정되어 전주시장 표창장과
상금까지 받은 바 있다. 부유층일수록 전기를 적게 사용한다는 방증이 아닌가. 오히려 서민층은 여행도 못 다니고 한 여름에도 집에만 묻혀 살며,
겨울에는 난방비를 절감하려고 전기담요로 생활하는 가정이 많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가정은 부유층이 아니라 이제는 서민층이라는 현실을 모르고
누진제가 마치 서민을 보호하는 제도로 착각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더구나 서민들에게 징벌적인 누진제전기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서민들을
울리는 죄악임을 깨닫기 바란다. 또 하나 문제는 한전에서 연말에 흑자가 나면 그 금액은 사내유보금으로 정산하여 사원들의 호화로운 복지비로
사용한다. 적자가 나면 정부에 손을 벌려 국민의 혈세로 지원을 요청한다는 말이 세간에 퍼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전 사원의 부인이
되면 제일 먼저 개인 골프교습부터 받는다고 한다. 골프를 못하면 한전가족으로 품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전이 자연경관이 수려한 곳마다 콘도를
짓고 사원들이 호화생활을 누리는 이면에는 전기요금도 못 내서 단전통보를 받는 서민들이 많다는 현실을 알아주기 바란다.
전기료누진제 불만은 올겨울에도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난방용
전기수요가 급증해 여름철 못지않게 전기사용이 는다. 특히 전기장판이나 히터를 쓰는 저소득층 가정의 부담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나 국회,
한전에서 누진제에 대한 폐단을 없애고 합리적인 전기 요금제를 개발하여 서민들을 울리지 않도록 배려해 주기 바란다.
-2016. 09.22 9월분 아파트관리비 중 전기요금고지서를 보고
소감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