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와 삼성 뇌물수수 등 18개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에 벌금 1185억원의 중형을 구형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4월17일 재판에 넘겨진 지 317일 만이다.
검찰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의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1심 결심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이) 헌정사에 오점을 남겼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날 오전 남아있는 서류증거 조사를 마무리하고, 오후 검찰의 구형과 박 전 대통령 측의 최후변론을 들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 권한을 사유화해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가치를 훼손했다"며 징역 30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또 “피고인이 헌정질서를 유린해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시킨 점과 진지한 반성·사과의 의지가 없다는 점, 최서원과 취득한 이득액 수백억대에 이르는 점 등을 고려해 준엄한 사법부 재판을 통해 비극적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1심 구형이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때의 징역 25년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적중한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 삼성·SK·롯데로부터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하고, 기업들에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할 것을 강요한 혐의 등 18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13개의 혐의가 최씨와 공범으로 기소됐다. 반면 최씨는 총 18개 혐의 중 11개가 박 전 대통령과 공범으로 기소돼, 11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두 사람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 22부에서 함께 진행했다.
이 중 검찰의 구형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뇌물죄'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 중 뇌물죄의 형량(刑量)이 가장 무겁기 때문이다. 양형 기준에 따르면 뇌물액이 5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1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앞서 최씨는 1심에서 삼성 승마지원금 72억원, 롯데 70억원, SK 89억원 등 총 231억원에 대해 유죄(뇌물)를 선고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의 공통 혐의 외에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청와대 문건유출, CJ그룹 이미경 부회장 퇴진 지시, 국정원 특활비 상납 등 5개의 혐의가 더 있다.
이날 검찰이 제시한 박 전 대통령의 주요 혐의는 ▲18개 대기업을 포함한 53개 전경련 회원사들로부터 774억원을 강제 모금해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현대자동차 그룹이 KD코퍼레이션과 납품 계약 하고,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를 발주하도록 강요(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CJ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강요미수) ▲삼성으로부터 정유라 씨 승마지원 명목으로 77억원 지급 받음(특가법상 뇌물수수) ▲삼성으로부터 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 지원 받음(특가법상 제3자 뇌물수수) ▲롯데그룹으로부터 K스포츠재단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70억원 추가 출연 요구(특가법상 뇌물수수) ▲SK그룹으로부터 K스포츠재단 지원사업 명목으로 89억원 추가 출연 요구(특가법상 뇌물수수)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명단(블랙리스트) 작성, 실행 지시(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청와대·정부부처의 문건을 최씨에게 유출(공무상 비밀누설) 등이다.
이 외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지급 상납과 ▲공천 개입 관련 재판은 별도로 진행중이다.
한편,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최종변론을 박승길 변호사는 변론을 하다 울음을 터뜨려 눈길을 끌었다. 박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해 구체적인 청탁의 대가로 재단 출연을 한 것은 결코 아니다. 전경련 차원에서 기업들이 모두 출연해 참여했다. 기업들은 뇌물공여자라는 선택지보다는 ‘피해자’가 더 나은 선택지였을 것”이라며 “사건의 실체는 강요도, 뇌물도 아닌 정경유착의 사례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가 더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이제는 피고인이라고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나라를 위해 했던 모든 일까지 없던 것으로 치부하고 감옥에 가두고 평가받아야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결심 공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법원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 이후 법정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 없다. 향후 재판은 재판부의 뜻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최종변론 때도 의견서를 대리인이 대신 읽도록 하고 법정에는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결심에 이은 선고기일을 박 전 대통령의 구속만기인 오는 4월 16일 이내로 잡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고는 통상 결심 2~3주 뒤에 이뤄지지만 박 전 대통령 사건의 경우 쟁점이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구형은 박영수 특검팀에서 활동한 한동훈(45·사법연수원 27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가 직접 나섰다. 한 차장검사는 특검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하는 데 역할을 했다. 이후 지난해 8월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파격 발탁됐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4개 특수부, 강력부, 첨단범죄수사1·2부, 공정거래조세조사부, 방위사업부사부 등을 지휘하며 대기업 및 공직 비리, 부정부패를 수사하는 검찰 내 핵심 부서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 검찰이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23일 박 전 대통령이 왼쪽 옷깃에 수인번호 ‘503’을 달고 재판 시작을 기다리는 모습. 서울신문 DB
▲...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된 박근혜(66) 전 대통령에게 검찰이 27일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최종 책임자”라며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17일 재판에 넘겨진 지 317일 만이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30년은 공범인 최순실(62)씨 구형량보다 5년이 더 많고 현행법상 유기징역의 최고형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재판을 전면 보이콧해 온 박 전 대통령은 결심 공판인 이날도 끝내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이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23일 박 전 대통령이 왼쪽 옷깃에 수인번호 ‘503’을 달고 재판 시작을 기다리는 모습. 서울신문 DB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국정 운영을 총괄하는 지위에 있으면서 국정에 한 번도 관여해 본 적 없는 비선 실세에게 국정 운영의 키를 맡겨 국가 위기 사태를 자초한 장본인”이라고 비판하며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비선 실세의 이익을 위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직무권한을 사유화함으로써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면서 “그 결과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으로 파면되면서 대한민국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로 기록되겠지만 한편으로는 국민들의 힘으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면서 “준엄한 사법부의 심판을 통해 다시는 이 사건과 같은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대한민국 위정자들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선 변호인들은 여전히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검찰의 구형에 반발했다. 박승길 변호사는 “우리가 더 밝은 미래로 나가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이 나라를 위해 했던 모든 일까지 없던 일로 치부하고 감옥에 가두고 평가하지 않아야 가능하다”면서 “부디 실수가 있었더라도 대통령으로서 불철주야 노력했던 점과 사적인 이익을 취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선처해 주기 바란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선고공판은 박 전 대통령의 출석 여부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늦어도 4월 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