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찾아서] 수국 꽃차례의 꽃받침과 ‘포’에 대한 잘못을 바로잡습니다.
[알려 드립니다] 죄송하게도 지난 월요일 아침에 띄은 나무편지에 잘못된 부분이 있었습니다. 수국의 헛꽃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지난 편지에 제가 쓰기를 “꽃잎이 아닌 새로운 기관 즉 ‘포’라 부르는 기관이 만들어진 겁니다. 다른 꽃들과 달리 꽃잎이 아닌 포를 화려하게 발달시켜 벌나비를 불러 모으는 겁니다.”라고 썼습니다. 이 부분이 틀렸습니다.
‘포(苞)’는 꽃차례를 둘러싼 아래 부분에서 나타나는 기관입니다. 여러 송이의 꽃이 모여서 이룬 꽃차례 바깥에 나타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수국의 헛꽃은 꽃송이 하나하나의 꽃받침 부분이 화려하게 변한 것이기 때문에 ‘포’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포가 아니라 화려하게 변한 꽃받침잎입니다. 제가 잘못 알고, 수국의 헛꽃을 꽃받침잎이 변한 ‘포’라고 쓴 것입니다. ‘포’는 꽃차례 아래에 나타나는 경우, 예를 들면 산딸나무와 같은 경우에 나타납니다. ‘포’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더 자세히 전해드리기로 약속드리고, 여기에서는 지난 나무편지에 썼던 내용 중에 ‘포’부분만을 고쳐서 다시 띄웁니다. 이미 띄운 나무편지를 고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새로 한 통 더 띄워 올립니다. 또 새로 올리는 홈페이지에는 고쳐서 새로 쓴 내용만 올리겠습니다. 공부가 모자란 까닭에 번거롭게 해 드렸습니다. 더 신중히 공부하겠다는 말씀으로 사과에 대신하겠습니다.
[여기부터는 지난 20일에 띄운 나무편지의 수정 판입니다] 지금 한창 피어난 ‘수국’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정원에 심어 키우는 낮은키나무 가운데에 수국만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나무도 많지 않을 겁니다. 특히 여름에 꽃을 피우는 나무 중에서는 그렇습니다. 까닭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꽃이 탐스럽고 화려하다는 게 누구나 수국을 좋아하는 큰 이유이겠지요. 한 송이 한 송이로 치면 이만큼 작은 꽃도 흔치 않겠지만, 그 작은 꽃이 한데 모여서 피어나나는 꽃차례는 참 크고 화려합니다. 작고 소박한 꽃송이에 화려한 꽃차례! 그게 바로 수국의 특징이겠습니다.
화려할 뿐 아니라, 꽃차례가 오래 간다는 것도 수국을 좋아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기왕에 피어나는 꽃을 오래도록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정원에 심어 키우는 나무로서 더 없이 좋은 조건입니다. 종류와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기야 하지만, 대개는 초여름에 피어나기 시작해서 쌀쌀한 가을 바람 불어올 때까지 계속 피어있을 정도입니다.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긴 시간 동안 피어있는 이 꽃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빛깔을 바꾸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하니, 작은 정원에 수국 한 그루만 있으면 길고 지루한 여름 내내 즐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나무이다 보니, 사람들의 기호에 맞춰 새로 선발한 품종이 매우 많습니다. 품종에 따라 꽃차례의 크기에서부터 빛깔의 차이가 천차만별입니다. 수국 종류 가운데에 꽃차례에서 뚜렷하게 구별되는 모양으로 보면 둘로 나눌 수 있겠지요. 하나는 꽃차례가 공처럼 둥글게 피어나는 종류이고, 다른 하나는 가운데에는 아주 작은 꽃이 피어나고, 바깥쪽에 가운데와는 다른 형태의 꽃송이가 빙 둘러서 피어나는 종류입니다. 오늘 나무편지의 위부터 넉 장의 사진이 앞의 종류이고, 그 아래로 이어지는 석장의 사진이 뒤의 종류입니다.
생김새가 조금씩 다르지만, 수국 종류의 꽃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오래도록 피어난다는 이유와 관련되는 특징이지요. 품종이 다양하다 보니, 수국 종류의 꽃 모양을 일관된 표현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본래의 수국 꽃송이는 매우 작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수국이 꽃을 피운 건 꽃가루받이를 이뤄 열매와 씨앗을 맺고 자손을 번식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꽃이 워낙 작다 보니, 꽃가루받이를 이뤄주어야 할 매개곤충의 눈에 들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자 수국은 꽃가루받이를 이루기 위해 꽃받침잎을 새로운 형태로 변형시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다른 꽃들과 달리 꽃잎이 아닌 헛꽃을 화려하게 발달시켜 벌나비를 불러 모으는 겁니다. 시인들은 꽃보다 더 화려한 이 부분을 ‘허화(虛花)’ 혹은 ‘헛꽃’이라고 부릅니다. 가짜 꽃이라는 뜻인 거죠. 그런데 헛꽃이어서 더 좋은 일이 있습니다. 만일 꽃잎이었다면 여느 꽃들과 마찬가지로 꽃가루받이를 마친 뒤에는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꽃가루받이를 마친 꽃들이 곧바로 시들어 낙화하는 건 그래서입니다. 그런데 헛꽃은 꽃가루받이를 마친 뒤에 굳이 낙화해야 할 필요가 없지요. 그러다보니, 꽃가루받이를 마친 뒤 초가을까지 근사한 꽃차례를 볼 수 있는 겁니다.
여기에서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꽃가루받이를 마친 뒤에 헛꽃은 할 일을 다 했다는 표시를 뚜렷하게 합니다. 바로 아래의 사진이 꽃가루받이를 마친 꽃차례의 헛꽃입니다. 보시다시피 제 할 일을 다 한 헛꽃은 꽃잎을 냉큼 뒤집었습니다. 헛꽃의 꽃자루 부분이 꺾여서 위로 드러나면서 헛꽃잎이 뒤집어진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 기특합니다. 물론 공처럼 둥글게 피어나는 종류, 즉 위의 넉 장 사진으로 보여드린 꽃처럼 꽃차례 전체에 헛꽃을 피운 경우라면 굳이 헛꽃잎을 뒤집는 게 별 의미가 없겠지요. 이처럼 헛꽃을 뒤집는 건 바깥 둘레에만 헛꽃을 피우는 종류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새로 선발한 수국 품종의 꽃차례에서는 다양한 모양의 헛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오늘 사진을 꼼꼼히 보시면, 그 차이를 금세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같은 헛꽃이지만 겹겹이 피어나는 종류도 있고, 홑으로 피어나는 종류도 있습니다. 또 이 헛꽃 부분이 여느 수국 종류에 비해 조금 작지만 끝 부분이 살짝 말려 올라가는 종류도 있습니다. 아래의 사진이 그런 종류의 수국 꽃입니다. 작은 헛꽃송이들이 다닥다닥 모여 피어나는 모습이 참 색다릅니다. 어떤 생김새든 탐스럽고 화려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야말로 이 여름을 대표하는 나무라 해도 될 법한 나무입니다.
아, 참! 수국 종류의 꽃을 이야기하면서 앞에서 이야기한 꽃차례의 빛깔이 변한다는 특징에 대한 이야기를 놓칠 뻔했습니다. 헛꽃에 띄운 다양한 색깔은 시간이 흐르면서 바뀝니다. 그게 꼭 일정치 않기 때문에 같은 꽃이 보이는 변화에서조차 예측을 벗어나는 경우도 있으니 더 재미있지요. 이건 자리잡은 땅의 성질에 따라 나타나는 수국의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대개의 경우, 땅의 알칼리 성분이 강하면 붉은 계통의 색이 진해지고 산성이 강하면 파란 색이 더 강해지지요. 그렇게 쉽게 변하는 특징 때문인지, 수국에 옛 사람들이 붙인 꽃말은 '변심(變心)'입니다.
수국 품종의 꽃은 오늘 사진 외에도 참 많이 있습니다.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떡갈잎수국이라든가, 소교목 형태로 자라는 나무수국 등도 수국 종류를 이야기할 때에 빼놓을 수 없는 나무입니다. 기회 닿는 대로 더 보여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에서 맺겠습니다.
몇 차례의 태풍이 큰 탈 없이 지나갔습니다만, 여름은 나무나 사람이나 건강 상태를 잘 보살펴야 할 때입니다. 그렇게 우리의 여름을 더 아름답게 지켜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다시 또 길 위에 오르겠습니다.
- 생존의 슬기로 피어나는 수국 꽃과 함께, 7월 22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