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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나도 내 감정과 친해질 궁리를 시작했다!”
오늘이 불안하고 내일이 두려운 당신을 행복한 삶으로 인도할 독보적인 심리서!
감정에 대한 오래된 오해가 있다. 이성에 비해 감정은 나쁜 것이란 오해다. 그래서 흔히 "감정적으로 행동해서 일을 그르치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이 책에서는 인간 존재의 처음과 끝인 감정의 문제에서 시작해서 재미있는 삶, 행복한 인생까지 다양한 테마들 속에서 핵심만 추려 다루었다. 내면의 감정을 무시하고 사는 삶은 아무리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이라도 결국 공허감과 마주치게 된다. 자기 감정과 촉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이 틀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 때문에 언제나 타인에게 끌려간다. 어떻게 가슴속에 묵혀 두었던 나의 감정을 캐치할 것인지, 그 감정을 건강하게 성장시킬 것인지, 그리고 활력 없는 일상에서 건강한 터닝 포인트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 이 책은 일상적인 에세이와 전문적인 정신분석학 지식들을 넘나들면서 흥미롭게 전한다.
👩🏫 저자 소개
성유미
광화문 연세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2019년 진료실을 찾는 이들의 주 관심사가 결국 관계임에 주목, 《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를 출간했다. 그러나 잘못된 관계를 정리한 후에도 자기 감정을 알지 못하면 또다시 길을 잃게 된다는 진실을 깨닫고 이 책을 썼다. 이 책에서는 감정을 터부시하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에서 재미있고 행복한 삶으로 향하는 길까지 우리가 감정에 대해 알아야 할 꼭 필요한 내용들을 담았다.
진료실에서 환자와 함께하는 순간에 머무르지 않고 전시회라는 공간을 통해,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사람과 사람’에 대해 연구하고 소통하는 중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이대 의대 부속 의료원에서 수련했다. 한국 정신분석학회 정회원이자 현재 국제 정신분석가로 활동 중이다.
📜 목차
서문 사는 게 왜 이리 재미없을까?
제1부 감정에 대한 오해를 풀어라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며
감정적인 사람에겐 정작 자기 감정이 없다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마!: 감정을 부정하는 사회
감정은 버튼이 아니다: 해결책 없는 심리학의 감정 과잉 간섭
감정 난독증이 만연한 사회
진정한 위로와 공감은 반드시 용기를 준다
자기 감정을 무시하면 아무리 성공해도 공허하다
감정 공부하기 001 공감 능력 결여에 관하여
제2부 엄마 배 속에서부터 평생 함께하는 파트너
나는 느낀다, 고로 존재한다
엄마 배 속에서부터 나는 느끼기 시작한다
유아기의 독점욕 관찰하기
감정 공부하기 002 모성이란 무엇일까?
감정 공부하기 003 죽음을 직면한다는 것
당신의 감정과 느낌은 옳다: 생존을 위한 감정 시스템
두려움, 분노로 넘어가느냐 마느냐
감정 공부하기 004 맞설 수 없는 두려움, 결국 ‘시킹’으로 향한다
감정 조절하기에서 감정 요리하기로
감정 공부하기 005 전 오이디푸스기에 대하여
감정 공부하기 006 끈 떨어진 감정들은 표류한다
제3부 감정은 어떻게 생겨나고어떻게 읽을 수 있는가?
eMotion! 감정은 원래 움직이는 거야
감정은 어떻게 일어나고 사라지는가?
시그널로서의 감정 1. 미세 감정 활용법
시그널로서의 감정 2. 부정적 감정 사전
대표 감정 1. 사랑, 그 프로세스와 감각 살려 내기
대표 감정 2. 리비도, 몸 감정 보살피기
감정 공부하기 007 진정한 이니셔티브 필링Initiative Feeling
대표 감정 3. 분노, 자기애에 난 상처
대표 감정 4. 슬픔, 아름다운 ‘감정의 생존자들’
대표 감정 5. 재미, 흑백에서 컬러풀로
감정 발생의 주요 법칙: 감정 발생 vs. 감정 표현
감정 읽기를 배우는 게 가능할까?
감정의 속성, 그리고 감정 읽기의 실제 사례
감정 공부하기 008 감정 표현의 생생한 언어들
제4부 재미있는 삶, 행복한 인생을 찾아서
당신은 어떤 재미를 추구하나요?
재미, 새로움 그리고 오리지널리티
‘가시’를 걷어 내야 삶이 촉촉해진다
당신의 VIP는 누구인가요?
살아가는 동안 몇 명의 관심이 필요할까요?
관심 끌기의 여러 방법들, 그리고 관계 맺기
공격성에 물길을 찾아 주기
중독, 재미를 찾다 삐끗하는 함정
패닉, 총 맞은 것처럼
행복은 ‘마음의 안정’이라는 토양 위에
지혜, 평소 놓치기 쉬운 경이로움과 함께 온다
내 마음 읽기는 행복의 비결
시간의 소유자에 대해
나가는 글 무척 느릿느릿하지만 전진하는 달팽이처럼
에필로그 마음의 세계, 그 깊이와 넓이와 높이
📖 책 속으로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가 여전히 전통적인 유교 문화권에 속해 있다. 의식적인 면보다 무의식적 면에서 확실히 유교 문화가 지배적인 것 같다.
장유유서와 효는 세대 간 모양새를 달리해 가면서도 현재까지 건재한, 최장수 인간관계 지침으로 뽑을 수 있다.
*장유유서 -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질서를 잡는 중요한 축
*효 - 부모와 자식 간의 부정적 감정을 통제하고 노년 삶의 불안을 해소하는 틀
한국 사회에서는 위의 두 가지 지침만 잘 지켜도 “잘 자란 사람” 소리를 충분히 들을 수 있다. 그만큼 전반적인 인간 평을 좌우하는 파워가 크다. 자유분방한 세대에서도 장유유서를 둘러싼 갈등은 늘 일어난다. 때때로 반항하는 목소리(“나이만 먹으면 뭐해?”)도 있지만, 정작 자기보다 어린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서 당차게, 꼿꼿이 그이만의 입장을 내세울 때는 언짢아지기 십상이다. 놀이터에서 고작 예닐곱 살 어린아이들도 ‘너 몇 살이야?’ 만나자마자 물어보고, 다섯 살이라고 하면 “응, 내가 형이네~” 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말을 갓 배우기 시작한 네 살 꼬맹이가 반말조(?)로 말하면 “아니, 어린애가 열 살인 나에게 보자마자 반말을 했어!”라며 또래 아이들에게 툴툴대며 하소연하는 것을 보면, 서열화는 본능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장유유서는 본능을 강조한 것일까? 본래의 취지는 오히려 본능으로서의 서열화를 문명인의 품위에 걸맞게 다스리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힘의 본능이 지배하지 않도록 적절한 질서와 틀, 지침들을 교육하는 것이 곧 문명화Civilization다. 진짜 장유유서長幼有序는 어른이 아이를 사랑하고 어린 사람이 어른을 존중하고 따른다는 건데, 위쪽의 ‘사랑’이 빠져 버리고 엄한 틀만 강조하는 데서 많은 문제가 생겨난다.
-〈감정적으로 행동하지마!: 감정을 부정하는 사회〉(22~24쪽) 중에서
이 세상에는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의 재미를 좇아 용감한 도전을 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 그중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준 미국의 ‘국민 할머니’ 모지스Anna Mary Robertson Moses 여사(1860~1961)를 소개하고 싶다. 그녀가 75세 나이에 꿈을 향한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이끈 원동력이 무엇일까 궁금했었다. 도전이라는 말도 뒤에 붙여진 말에 가깝다. 그녀의 이야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아등바등 자신을 위해 뭘 해야겠다고 힘을 쓴 적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저 그녀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중에 ‘그리고 싶은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어 그리다가 ‘어느새’ 유명해졌던 것이다. 그렇다면 화가와는 거리가 먼, 농부의 아내로 살아오던 할머니가 어쩌다 그림을 그리게 되었을까?
나는 그녀가 남긴 말 중 “지금이 가장 젊은 때”라는 문구를 보고 ‘아, 이거구나!’ 싶었다. 바로 현재를 감각할 줄 아는 시간 감각과, 시간의 유한성을 수용하는 데서 비롯된 실천력-이것이 언제고 꿈을 이루게 하는 원동력이다.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언제나 그래 왔고 또 언제까지나 그럴 겁니다.
-애나 메리 모지스
평범하게 살다가 꿈을 이룬 표본과 같은, 이러한 삶이 실제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희망을 얻게 되는 것 같다. ‘나이가 좀 들면 하지 뭐. 지금 이 시기만 지나면…’ 하다가 막상 그때에 내가 있을지 없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미래에 대한 공포나 불안을 자극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현재만이 내가 잡을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카르페 디엠, 오늘을 붙잡다’란 말은 우리를 겁나는 쾌락으로 몰고 가서 빠트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간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도록 도와준다. 진짜 쾌락快樂, 즐거움을 고민하도록 하는 말이다. 살다 보면 기쁜 일, 슬픈 일, 좋은 일, 나쁜 일들이 교차하지만, 오늘 나의 진정한 즐거움과 만족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나의 몫이고 내 책임이다. 내 마음의 즐거움을 타인에게 내어 주지 말자.
-〈자기 감정을 무시하면 아무리 성공해도 공허하다〉(45~47쪽) 중에서
달팽이집은 겉으로는 몸통보다 작아 보여도, 요래 저래 몸을 접어서 기다란 눈은 물론, 더듬이 하나까지도 완전히 안 보이게끔 다 숨길 수가 있다. 그리고 촉촉한 수분과 하루 먹을 과채류만 있어도 잘 살아간다.
인간도 달팽이처럼 되어 보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본능과 본질을 잊어버리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다. 마음의 갈등과 상처 더미에서 온갖 괴로움을 겪고 사는 인간으로서는 다른 건 다 하면서도 가장 근본인 ‘직진‘하는 것만 쏙 빼놓을 때가 많다. 자신이 뭘 추구하고 싶은지 잃어버린 채 더 이상 찾지도 않고 앞으로 가지도 않고 그냥 제자리만 강박적으로 맴돌며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멈춰 버린 찾기 시스템seeking system을 제대로 되살려야 한다.
지금 당장 뚜렷한 무언가가 보이지 않더라도, 차라리 달팽이처럼 천천히, 아주 느릿느릿 밀고 나가 보면 좋겠다. 가다가 뭔가와 맞닥뜨리면 겁내지 말고, 먹을 만하면 먹고 쓰면 뱉으면 된다. 처음에 감당이 안 되겠다 싶으면 잠시 안전한 곳에 숨는 것도 괜찮다. 너무 오래 멈춰 있지만 않으면 된다. 주변의 상황들을 ‘자신만의 더듬이’, 느낌과 감정을 통해 계속해서 느껴 가면서 가끔 ‘빼꼼’ 다시 내밀어 보고 또 밀고 나가면 된다. 달팽이랑 또 다르게 사람에겐 전진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는 능력도 있고, 여러 가지 문명의 이기도 활용할 수 있으며, 그때그때 믿을 만한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니 당신의 재미 찾기를 죽을 때까지 멈추지 말기를! 단, 감정의 더듬이는 꼭 살려 두고 말이다.
-〈나가는 글- 무척 느릿느릿하지만 전진하는 달팽이처럼〉(358~359쪽) 중에서
🖋 출판사 서평
감정 난독증이 만연한 사회
난독증dyslexia, 디스렉시아는 원래 글자나 문장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 증상을 말한다. “글자가 잘 안 보인다고? 무슨 말인지 못 읽는다고?” 이런 경우 우리는 일차적으로 눈에 이상이 있나 먼저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난독증을 겪는 이들은 시신경이나 시각 관련해 문제를 갖고 있지 않다. 시각적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지만, 엄밀히 말해서 이러한 문제를 교정하거나 배제해도 ‘읽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를 순수한 의미에서의 난독증이라고 보면 된다. 감정, 기본적으로 ‘느낀다’라는 동사와 어울리는 이 단어에 사람들은 언젠가부터 ‘읽는다’라는 표현을 붙여 쓰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감정 느끼기보다 감정 읽기가 훨씬 우리들의 입과 귀에 익숙해지는 경향을 보이기까지 한다. ‘감정을 읽는다’는 표현을 사람들이 더 선호한다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저자를 찾는 많은 환자들이 자신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읽고’ 싶어 했다. 그들은 타인의 감정을 잘 읽는 법을 고민했고 이에 대해 직접 묻기도 했다. 이러한 요구, 욕구가 진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1. 감정 그 자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 비가시적invisible 속성
2. 눈에 보이지 않는 그(놈의) 감정 때문에 자꾸 걸려서 넘어지고 다치는 일이 발생한다. 특히 자신과 중요한 사람의 ‘감정’을 몰라서 문제가 발생하고, 내버려 두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심각해진다.
3. 뚜렷이까지는 아니어도, 그 ‘감정’이라는 것 어렴풋한 윤곽만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 (그 정도로 너무 답답하다.)
4. ‘감정을 읽는다’는 표현에는, ‘눈으로 확인하여 직접 보고 싶을 정도로 확실하게’ 감을 잡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
‘느낀다’는 것 자체도 너무나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그보다는 ‘확실하고 분명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감정을 ‘읽는다’는 표현이 사람들에게는 더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감정이라는 것이 좀처럼 ‘감’을 잡기 어려운 대상이라는 뜻도 담겨 있다. 저자가 감정 난독증이 만연한 사회라고 단언하게 된 것도, 사람들이 ‘감정 읽기’라는 용어를 더 많이, 더 자주 사용하는 현상이 그 역설적 증거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감정 난독증이 계속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비몽사몽 잠결에 남의 다리를 긁듯 남의 욕구를 내 것인 양 착각하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애를 쓰게 된다. 재주 실컷 부리고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곰이 되어 버리기 쉽다. 또 인생에도 확률이란 게 있고 운도 있게 마련인데, 내 마음을 정확히 모르고는 내 앞에 무엇이 지나가고 있는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몇 개나 되고 어떤 것이 가능성이 높은지 제대로 짚어 내기 어렵다. 그러다 어영부영 사람을 ‘쓸모 위주’로만 보는 ‘센 사람’들에게 필요를 빌미로 얼떨결에 이용당하며 살아가게 되어 있다.
감정의 시그널을 놓치지 말라
일상의 루틴과 같은 상황이나 익숙한 대상을 두고 다음과 같은 말들이 툭 나올 때는 말 그대로 ‘뭔가’ 이유가 있다. “왠지 불편하더라구.” “아, 오늘은 뭔지 모르게 지친다.” “이번엔 좀 뭔가가 불쾌하고 쎄한 느낌이었어.” 실제로 이러한 표현들은 낯설음, 불편함, 지친 느낌, 불쾌함 그 이상의 감정들을 함축하고 있다. 특히, 완전 처음이 아니고 서너 번째쯤 만나는 소개팅 대상, 스터디 그룹 모임, 비즈니스 미팅 이후에 이런 시그널과 마주했다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단순히 그 사람이나 그룹원들을 처음 봤기 때문에 느끼는 어색함이나 낯섦이 아니라 당신에 대한 존중이 빠진 결례, 무례함, 안하무인의 특성 혹은 밀고 당기기와 같은 파워 게임의 시작을 감지한 신호일 수 있다.
뭔가 느꼈다면 그 다음 할 일은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많은 단서들을 떠올리는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어느 포인트에서 당신이 ‘감정 시그널’을 감지하기 시작했는지 찾아내는 일이다. 그리고 그 지점이 타임 라인상 어디인지 감이 왔다면, 당신이 처했던 상황과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 전반적인 분위기의 특이점을 파악해야 한다. 어떤 특정 단어나 제스처, 얼굴 표정이나 손짓 등 사소해 보이지만 분명 당신의 ‘심기’를 건드린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게 왜 당신의 마음에 유쾌하지 않은 자극을 줬는지까지 알아내지 못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마음에서 ‘이 부분이 싫다’라는 것을 느꼈다는 사실이다. 어쨌거나, 나는 좋은 느낌을 받지 못했고,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불편한 마음 상태가 되었다는 점을 기억해 두는 것이 핵심이다. ‘어, 이상하다?’라는 의문이 들었을 때는 무조건 붙들어야 한다.다음 가연 씨의 경우를 보자.
“혜정이는 봉사 활동 하면서 처음 만났는데 너무 귀엽고 순수해 보여서 금방 친해졌어요. 그런데 2개월 정도 지나니 이상하게 걔한테서 메시지가 오면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하더군요. ‘내가 왜 이러지?’ 하면서 ‘가능한 친절하게’ 답은 보냈지만, 실제 제 얼굴은 귀찮고 성가신 표정이 한 가득이었답니다.”
혜정이란 친구는 말 그대로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순진한 친구였다. 그래서 매사에 가연 씨에게 이것저것 잘 물어보았고 처음에는 가연 씨가 혜정 씨에게 상당한 호감을 느꼈기 때문에 전혀 귀찮지가 않았다. 친구이면서도 마치 언니가 동생 대하듯 자상하게 알려주며 가까이 지냈던 것이다. 그렇지만, 혜정 씨는 직장 생활을 해 보지 않아서 사회적 경험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심각한 바운더리 문제를 안고 있었다. 말하자면, 공과 사를 잘 구분하지 못하였고 가연 씨의 회사를 불쑥 찾아와 퇴근 때까지 기다린다던지 가연 씨로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행동을 하고 있었다. 이를 딱히 거절하기도 그래서 약간의 불편한 느낌은 있었지만 혜정이가 하는 대로 몇 차례 받아주며 넘어갔던 것이다.
가연 씨는 지나고 나서 다시 돌아보니 자신이 실은 많이 불편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정확하게 의식한 적이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러니 혜정 씨에게 직접 이에 대해 말할 수도, 드러내서 표현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이런 불편함들은 가연 씨 속에서만 점차 쌓여 가고 있었다. 매 순간 쌓인 불편함들이 한계치를 넘어 가연 씨의 온몸을 통해 ‘혜정이가 연락하는 것도 너무 싫다!’는 거부 반응을 일으켰을 때에야 비로소 가연 씨의 의식 선상에 명확히 포착될 수 있었다. 그리고 미세하게 피어올랐던 불편한 시그널의 정체와 이유도 한 달이 지나서야 밝혀진 셈이다. 이상 신호를 감지했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가장 좋은 것은 ‘일단 멈춤’이다. 그리고 어떤 결정적인 결론이나 결심을 내리지 말고 최대한 보류하는 것이 좋다. 이상 신호를 느끼고도 멈추지 않은 채 발을 한 발 내딛게 되면, 반드시 ‘스텝이 꼬이는’ 현상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마음의 세계, 그 깊이와 넓이와 높이
마음의 영역은 심해와 같다. 보이는 부분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 훨씬 많다. 이에 대해 저자는 우리 인간의 마음이 워낙 설계가 잘 되어 있고 성능이 좋기 때문이라고 본다. 마음의 세계. 그것은 생각보다 정교하다. 보기보다 그 깊이가 깊다. 그리고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감도sensitivity가 뛰어나다. 세밀하고 복잡하지만 그에 상응해서 ‘질서’도 잘 잡혀 있고 구조화되어 있다. 사실 우리 마음은 철저히 우리의 생존을 돕고 있고 상처를 받긴 하지만 생각만큼 약하지 않다. 우리 마음은 웬만한 트라우마와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다양한 기능들을 수행하고 또한 체계적이다. 그 덕분에 계속 살아가는 중이다. 우리가 그동안 감정 시스템에 대해 잘 몰랐고 얼마만큼 좋은 줄도 미처 모르고 지내서 그렇지, 감정은 가장 강력한 서바이벌 무기이다. 다행히, 현대의 영리하고 천재적인 과학자들과 연구자들이 마음의 구조와 기능, 그 역할과 작동 원리 등을 밝혀내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진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감정의 깊이와 넓이와 높이를 조금 더 헤아리게 되는 것만으로도 당신 삶은 훨씬 풍요로워진다. 낡은 이론은 새로운 것으로 ‘일신日新’할 필요가 있다. 관성에 의해서 고전성을 고수한다면 현재 우리 앞에 놓인 귀한 보물을 제대로 맛보지도 못한 채 넋두리만 하다 가 버릴 수 있다.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