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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목사가 이삭과 선자를 데리고 시청과 지방 경찰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는 동안, 양진은 시장으로 향했고, 그녀의 걸음은 빠르고 신중했다. 그녀는 뛰는 듯이 걸었다. 결혼식에서, 그녀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 더 나은 결과를 바라는 것은 터무니없고 배은망덕한 일이지만, 양진은, 본성으로 실리를 따진다 해도,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위해 뭔가 더 나은 것을 바랐다. 당장 결혼해야 했지만, 오늘 식이 열리는 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형식만 갖춘 양진의 결혼식도 몇분만에 끝났다.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양진은 혼잣말했다.
양진이 쌀집의 미닫이문에 이르렀을 때, 그녀는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의 넓은 문짝을 두드렸다. 가게 안에는 손님이 없었다. 줄무늬 고양이가 쌀집 주인의 발치에서 돌아다니며, 기분 좋은 듯 가르랑거렸다.
“아주머니, 오랜만예요.” 조씨가 인사했다. 쌀집 주인은 훈이의 아내에게 미소 지었다. 그가 기억하는 것보다 그녀의 쪽진머리에는 흰머리가 더 많아졌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아내 분과 딸들도 잘 지내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게 흰 쌀 좀 파시겠어요?”
“와아아, 집에 중요한 손님이 왔나 봐요. 미안하지만 팔 것이 없어요. 쌀이 모두 어디로 가는지 아시잖아요.” 그가 말했다.
“저 돈 있어요.” 계산대에 염낭을 내려놓으며 그녀가 말했다. 이 년 전 생일 선물로 염낭의 파란색 천 위에 노란 나비를 수놓은 것은 선자였다. 그 파란 지갑은 반쯤 차 있었고, 양진은 그것으로 충분하길 바랐다.
조씨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녀에게 쌀을 팔고 싶지 않았다. 일본인에게 파는 값만큼 그녀에게도 똑같이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재고가 거의 없어요. 일본 손님들이 왔는데 쌀이 없으면, 내가 곤란해져요(get into hot water). 당신도 이해할 거예요. 믿어주세요. 내가 당신에게 팔기 싫어서가 아니예요.”
“아저씨, 오늘 딸이 결혼했어요.” 양진은 울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말했다.
“선자요? 누구요? 누구랑요?” 그는 다리를 저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있던 어린 소녀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가 약혼한 줄 몰랐네요. 오늘요?”
“북쪽에서 오신 손님이랑요.”
“결핵 걸린 손님요? 그건 미친 짓이죠! 왜 당신은 그런 병에 걸린 남자랑 딸을 결혼시키나요. 그는 언제라도 죽을 수 있는데요.”
“그가 선자를 오사카로 데려갈 거예요. 수많은 남자들과 하숙집에 사는 것보다는 거기가 더 편할 거예요.” 이제 이 얘기가 끝나기를 바라면서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그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고, 그도 알았다. 선자는 열여섯이나 열일곱일 것이다. 그녀는 그의 둘째 딸보다 몇 살 어렸다. 결혼하기 좋은 나이지만, 그는 왜 그녀와 결혼하는 것일까? 연탄 장수 전씨는 그가 부유한 가문의 멋진 사람이라고 말했었다. 그녀는 유전병이 있을 수도 있다. 누가 그걸 원하겠는가? 오사카에 아무리 여자가 없다 해도 말이다.
“그가 그럴듯한 제안을 했나요?” 작은 지갑을 보고 얼굴을 찡그리며 조씨가 물었다. 김양진은 그런 남자에게 어떤 종류의 근사한 혼수도 해줄 수 없다. 굶주린 어부들과 들이지 말았어야 할 가난한 자매를 먹이고 나면 하숙집 주인에겐 겨우 몇 푼 남았다.
그의 딸들은 몇 년 전에 결혼했다. 작년에 작은 사위는 시위 조직으로 경찰에 쫓겨 만주로 도망갔다. 그래서 지금 조씨는 사위가 그토록 열정적으로 쫓아내려는 일본인 손님들에게 최고급 쌀을 팔아서 이 대단한 애국자의 자식들을 먹여 살린다. 그의 일본인 고객들이 단골을 끊으면, 가게는 당장 문을 닫아야 하고 조씨의 식구들은 굶어 죽을 것이다.
“잔치에 쓸 충분한 쌀이 필요한가요?” 그는 양진이 어떻게 그런 돈을 낼 수 있는지 가늠하지 못하고 물었다.
“아뇨, 단지 그 두 사람을 위해서요.”
그의 앞에 서서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작고 지친 여자를 보며 조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팔 게 별로 없어요.” 그가 되풀이했다.
“단지 신랑 신부를 위한 정도만요. 집 떠나기 전에 흰쌀을 맛보게 하고 싶어요.” 양진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고, 쌀집 주인을 시선을 피했다. 조씨는 우는 여자를 보는 것이 싫었다. 그의 할머니, 어머니, 아내, 딸들- 그들 모두 끝없이 울었다. 여자들은 너무 많이 운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의 큰딸은 인쇄공으로 일하는 남자랑 마을 반대편에 살고 있다. 작은 딸과 세 아이는 조씨 부부와 함께 산다. 딸과 손주들을 부양하는 비용에 대해 불평하는 만큼, 그는 열심히 일했고 최고가를 내는 일본인 고객에 입찰했다. 가족을 부양하지 못하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딸들이 조선인들은 헛간의 가축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는 먼 나라로 떠나는 것도 상상할 수가 없다. 자신의 살과 피를 개자식들에게 잃는 것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양진은 옌 권을 세어서 계산대 주판 옆의 나무 쟁반 위에 놓았다.
“작은 봉지만큼요. 그들이 양껏 먹게 해주고 싶어요. 남는 것이 있으면, 달콤한 떡을 좀 만들어주고 싶어요.”
양진은 돈이 든 쟁반을 조씨 쪽으로 밀었다. 아직도 그가 안 된다고 하면, 그녀는 부산의 모든 쌀집으로 가서 딸이 결혼식 날 저녁으로 흰쌀밥을 먹게 해줄 것이다.
“떡이요?” 조씨는 팔짱을 끼며 크게 웃었다; 여자들이 흰 쌀로 떡을 만든다는 말을 들은 것이 얼마나 오래전 일인가? 그런 날들이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내게도 하나 가져오실 거라 믿어요.”
쌀집 주인이 이런 일을 대비해 숨겨 놓은 것을 찾으러 창고로 가자, 양진을 눈물을 닦았다.
마침내 하숙인들이 고집을 꺽고 작업복을 빨도록 내놓았다. 더 이상을 그들도 그 냄새를 견딜 수 없었다. 네 개의 커다란 보따리를 들고, 복희, 덕희, 선자는 만으로 갔다. 긴 치마를 모아서 묶고, 그들은 물가에 앉아 빨래판을 놓았다. 수년간의 빨래로 얼음처럼 찬물에 손은 얼었고, 피부는 두껍고 거칠어졌다. 온 힘을 다해 복희는 나무 빨래판에 젖은 상의를 문질렀고, 동생인 덕희는 남은 옷들을 그녀 옆에 분류했다. 선자는 정씨 형제 중 한 명의 것인, 생선의 피와 내장으로 얼룩진 짙은 색 바지 한 벌을 빨고 있었다.
“결혼하니 다른 느낌이야?” 덕희가 물었다. 혼인신고를 한 직후, 소녀들이 처음으로 그 소식을 들었다. 하숙인들보다 그들이 훨씬 더 놀랐다. “그가 너에게 여보 라고 불러?”
복희는 선자의 반응을 보려고 고개를 들었다. 동생의 무례를 꾸짖어야 했지만, 그녀 자신도 궁금했다.
“아직은 아냐.” 선자가 말했다. 결혼식은 3일 전에 있었지만, 방이 없어서, 선자는 여전히 어머니, 자매와 함께 잤다.
“나도 결혼하고 싶어.” 덕희가 말했다.
복희가 웃었다. “우리 같은 여자랑 누가 결혼하겠어?”
“나는 이삭 목사님 같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 덕희는 눈도 깜박이지 않고 말했다. “그는 잘생기고 좋은 분이야. 그가 너에게 말할 때 너무나 친절하게 너를 쳐다봐. 심지어 하숙인들도 그를 존경해. 그가 바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도. 그거 알고 있었어?”
이것은 사실이다. 보통은 하숙인들은 교육받은 상류층 사람들을 놀렸지만, 이삭을 좋아했다. 선자로서는 여전히 그를 남편으로 생각하는 것이 어려웠다.
복희는 동생의 팔 앞쪽을 쳤다. “너 미쳤어. 그런 남자는 절대 너랑 결혼 안 해. 이런 어리석은 생각은 머리에서 버려.”
“하지만, 그는 선자랑 결혼했잖아-”
“그녀는 달라. 너랑 나는 하녀잖아.” 복희가 말했다.
덕희는 눈을 굴렸다.
“그럼 그는 너를 뭐라고 불러?”
“선자라고 불러.” 말하기가 좀 더 수월해졌다고 느끼며 그녀가 말했다. 한수를 만나기 전에는, 선자는 자매와 더 자주 얘기를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