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014 (토) 민심회초리에 김행 카드 접어… 尹'마이웨이' 달라질까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12일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카드를 끝내 접으며 민심의 거센 회초리를 일단 맞았다. 자진사퇴 형식이긴 하나, 전날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에 따른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는 제스처로 읽힌다. 이날 '사퇴 불가피'로 돌아선 여당의 요구를 주저 없이 받아들이는 모양새도 취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마이웨이' 국정운영 방식이 바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쇄신'과 '소통'이라는 과제 앞에 얼마나 유연한 모습을 보일지가 관건이다. 이를 거부하고 당장의 불만을 수습하는 데 그친다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대 악재는 윤석열 대통령 본인일 수도 있다.
대통령실은 이번 선거에서 17%포인트가 넘는 격차로 패하자 꽤나 당황한 표정이었다. 구청장 선거가 총선 전초전으로 불리자, ‘너무 판이 커진 선거’라며 보궐선거에 애써 거리를 두던 당초 모습과 달리 이날은 “정부는 어떠한 선거 결과든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몸을 낮췄다. 김행 후보자에 대한 기류도 급변했다. 전날까지 대통령실 내부에선 “본인이 모든 의혹에 대해 결백을 주장하고 있고, 청문회 파행의 책임은 국회에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아울러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가리려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세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고 보던 터라 김행 후보자 임명 철회는 타협이 아닌 굴복으로 비칠 수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강서구청장 선거가 완패로 끝났다. 여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선 패배한 첫 선거일 뿐 아니라, 김태우 후보에게 기회를 준 장본인이라는 프레임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김행 후보자 사퇴 이후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인사를 고리로 쇄신 의지를 보여줄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한 중진 의원은 “당도 바뀌어야 하지만, 정부와 여당에 등을 돌린 민심을 잡는 데는 대통령의 인적 쇄신 결단을 보여주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간 국면 전환이나 지지율 반등을 위한 인사는 없다고 강조해왔다. 다만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물러나야 하는 참모진 교체와 맞물려 내달 대통령실의 대규모 인사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 여권 관계자는 “수석비서관급 참모의 경우 연말 혹은 연초까지 대통령실을 지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분위기 쇄신을 위해 국정감사가 끝나는 11월 대통령실 인사를 단행하자는 기류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국정기조와 소통방식의 변화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법원 확정 판결 3개월 만에 김태우 후보를 사면·복권하면서 선거 참패의 빌미가 됐지만, 그것만으로 현재 여권의 수세적 상황을 설명하기는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는 홍범도 장군 논란처럼 이념 싸움에 몰입할 경우 총선에서 벌어질 결과를 미리 보여준 게 아니냐”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이념을 앞세우면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통합, 경제, 민생에 가치를 두는 중도층의 마음은 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은행 관두고 기술직”… 고학력 5060 자격증 열공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열의 성질을 이용하는 것이 공조(空調)의 기본 원리입니다.” 10월 10일 서울 용산구 한국폴리텍대 정수캠퍼스 강의실 안. 큰 스크린에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띄운 교수가 공조시스템의 원리를 설명하자 머리가 희끗희끗한 28명의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맨 뒷자리에서 수업을 듣던 한 학생은 PPT 화면을 보느라 벗어둔 안경을 다시 쓰고 교재에 이를 받아적었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평균 연령은 55.7세로, 올 8월 그린에너지설비과에 입학했다. 학생 10명 중 8명 이상(85.2%)의 학력이 전문대 졸업 이상일 정도로 고학력자가 많다.
● ‘평생 현역’ 꿈꾸는 5060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우리은행을 다녔던 허병천 씨(55)도 2년 전 희망퇴직을 신청하고는 이 대학에 다녔다. 영업점 부지점장으로 일하던 그가 30년 가까이 쌓아온 은행 경력을 일찍 접기로 한 건 60세 이후 삶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기술을 배워둬야만 더 오래 일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허병천 씨는 “보통 55세 이후에 그만두기 때문에 당시 내 퇴직은 좀 이른 편이었다. 하지만 길게 보면 60세 이후의 삶을 일찍 준비할수록 자리를 잘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에너지관리기능사, 공조냉동기능사 자격증을 딴 뒤 지난해 4월 쿠팡에 취업한 그는 퇴근 후엔 산업기사 자격증을 독학으로 공부하고 있다. 허 씨는 “상위 자격증을 따서 이 분야에서 좀 더 책임 있는 자리를 맡아 일하고 싶다”라고 했다.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일하고 있거나 일을 구하는 고령층(55∼79세) 비율은 올해 5월 처음으로 60%를 넘겼다. 앞으로 일을 하고 싶다는 고령층도 전체 55∼79세 인구의 68.5%로 역대 최대치였다. 폴리텍대 관계자는 “의욕적으로 일자리를 찾는 고학력 워킹 시니어가 대학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했다.
● 고학력이 견인하는 고령층 고용률
퇴직 후 다시 일하는 노년을 꿈꾸며 기술을 공부하는 고령층도 늘고 있다. KT에 다니다 2014년에 명예퇴직한 권모 씨(65)는 현재 한 건축사 사무소에서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쌓았던 경험에다 퇴직 후 딴 자격증까지 더해 재취업에 성공했다. 권 씨는 처음에는 취미생활을 즐기는 노후를 꿈꿨다고 한다. 하지만 내리 3개월을 쉰 후 다시 일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어느 날엔가 아침에 일어나 무의식중에 면도하고 양복을 입고 있었다. ‘어디 나가냐’는 아내의 물음에 내가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고 했다. 권 씨는 학원을 다니며 소방안전관리자 1급, 소방전기기사, 소방기계기사 등 각종 자격증을 땄다. 그는 “처음에는 자기계발이라도 하자는 생각에서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자격증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다. 앞으로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며 노후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앞으로 일을 하고 싶다고 한 고령층의 35.6%는 ‘일하는 즐거움’을 그 이유로 꼽았다.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55.8%)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학력 수준이 높은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생활비 목적보다는 삶의 즐거움을 위해 일하는 의욕적인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령층 취업자 증가세는 전문대 졸업 이상의 고학력 시니어가 견인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취업자 가운데 전문대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는 지난해 122만2000명이었다. 2018년(22만6000명)보다 99만6000명 증가한 규모로, 연평균 52.5%씩 늘었다. 반면 65세 이상 저학력 취업자는 지난해 198만5000명으로, 2018년(208만5000명)보다 오히려 줄었다.
탕후루 열풍의 비밀… "중독성이 술·담배 수준"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탕후루로 대표되는 초가공식품이 술·담배 수준의 중독성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시간 대학 심리학과 애슐리 기어하트 교수가 참여한 미국·스페인·브라질 3개국 공동연구팀이 36개국 281개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 성인 14%와 청소년 12%가 음식중독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중독 대상은 대부분 초가공식품인 것으로 밝혀졌다.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UPF)이란 식재료를 가공한 다음 향료·인공감미료·색소 등의 첨가물을 넣은 식품을 말한다. 탕후루 외에도 탄산음료, 마카롱, 아이스크림, 냉동 간편식, 소시지 등이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중독의 기준을 음식 섭취에 대한 통제력 감소와 금단증상, 비만, 폭식 장애 등을 토대로 정했다. 성인의 초가공식품 중독 수치인 14%는 술(14%)과 동일하고 담배(18%)보다 약간 낮은 정도다. 그러나 연구팀은 "청소년이 특정 대상에 이 정도로 중독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우려했다.
초가공식품이 중독을 일으키는 이유는 이를 섭취하면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급증시켜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들기 때문이다. 초가공식품 역시 술이나 담배와 같이 중독증상을 일으켜 도파민 보상을 갈구하게 한다. 이로 인해 더 많이, 더 자주 초가공식품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술·담배 중독의 원인 물질은 에탄올과 니코틴으로 명확한 반면, 초가공식품 중독을 유발하는 특정 물질은 지금까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초가공식품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은 액상과당이나 지방과 같은 단일 물질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며 "알려지지 않은 성분들의 상호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보았다.
연구팀은 정제된 탄수화물과 지방 함량이 높은 초가공식품을 즐겨 먹는 사람들에 대해 '물질사용장애'라는 진단을 내렸다. 물질사용장애는 특정 물질의 사용이 문제가 되는데도 사용을 멈추지 못하는 행동 패턴을 보이는 일종의 정신장애다. 기어하트 교수는 "일부 초가공식품과 중독 간의 관련성에 대한 일관된 근거가 드러나고 있다"면서 "초가공식품을 강력한 중독성 물질로 규정하는 것이 전 세계 건강 문제 해결 및 초가공식품 중독으로 인한 위험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J) 최신호에 실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연구에 따르면 초가공식품은 암, 심장병, 비만 등의 위험을 높이는 것은 물론 우울증과도 관련 있다"며 "그러나 세계적으로 초가공식품의 섭취는 증가하고 있고, 영국·미국 평균 식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탕후루는 과일 등에 설탕 시럽을 입힌 중국 전통 디저트다. 탕후루 하나에 든 당분은 10~25g으로 꼬치 두 개만 먹으면 성인의 하루 당분 섭취 권고량 50g에 이르게 된다. 탕후루의 열량은 100g당 70~100㎉ 정도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탕후루의 인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 치과의사가 "맛은 있지만, 충치에는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유튜브 채널 '치과의사 찐'에는 한 치과의사가 탕후루를 맛본 후 이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의사는 "확실히 맛은 있다"면서도 "치과의사로서 봤을 때 탕후루는 충치에 최악의 음식인 것 같다"고 경고했다. 그는 "설탕을 씌워서 만든 음식이다 보니 끈적하게 치아에 붙어있는 게 충치 유발지수가 굉장히 높을 것이다"며 "탕후루 유행이 계속된다면 제가 조만간 '강남에 집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 의사는 '탕후루를 먹는다고 충치 환자가 늘어날까'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양치질을 한다 해도 치아에는 미세한 홈이 있다"며 "홈에 박혀있는 당분들이 칫솔모보다 작기 때문에 양치를 한다고 해도 완전하게 제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먹는 양보다 먹는 횟수가 충치에 더 영향을 준다"면서 "하루 한 번씩 먹는 것보다 차라리 몰아서 먹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 1020세대 인기 디저트 '탕후루'… 6개월 만에 검색량 47배↑
탕후루는 설탕물을 묻힌 과일을 굳혀 만든 중국식 디저트로, 설탕층이 깨지는 소리와 과일을 씹는 소리를 다루는 ASMR 영상이 늘면서 탕후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국내 탕후루 프랜차이즈 중 가장 많은 지점을 보유한 달콤왕가탕후루 현재 전국에 42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배달량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우아한형제들의 '배민트렌드2023 가을·겨울편'에 따르면 지난 7월 배달의민족 내 탕후루 검색량이 지난 1월과 비교해 47.3배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식품산업통계정보'에서도 지난 7월 30일부터 이달 10월 9일까지 냉동·간편 조리 식품 분야 10대 인기 검색어 1, 2위를 아이스(얼음) 탕후루와 탕후루가 차지하기도 했다.
◆ 탕후루 계속되는 인기에… "당뇨·비만 위험 높아질 수도"
다만 전문가들은 탕후루는 물론 제로탕후루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허양임 분당 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YTN '뉴스라이더'를 통해 "탕후루 만드는 재료를 보면 물엿이나 설탕 자체를 과일에 입혀서 과일에 들어있는 자연당인 과당뿐 아니라 단순당인 설탕 섭취가 너무 높아서 문제"라며 "당류 하루 권장 섭취량이 50g인데, 조사 결과를 보면 탕후루 1개에 들어있는 당은 25g으로 1개만 먹어도 (하루 권장 섭취량의) 절반을 먹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장기에는 단순당 섭취를 줄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갑자기 당을 많이 섭취하면 혈당을 떨어뜨리기 위해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고 계속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다 보면 인슐린 저항성(인슐린 작용이 떨어진 상태)이 생겨 당뇨의 위험이 올라가고 당연히 열량 섭취도 같이 올라가기 때문에 비만의 위험도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허양임 교수는 설탕 대신 인공감미료를 사용한 '제로탕후루'에 대해서도 "우리가 단맛을 계속 찾게 되는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제로탕후루도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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