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의 통합재건축 추진 논의가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 통합재건축 추진시 용적률 상향, 안전진단 면제 등 각종 특례 적용 기대감에 주요 단지들이 사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통합재건축은 단지마다 용적률과 대지지분 등 사업성에 온도차가 있어 이해 관계가 훨씬 복잡한 만큼 향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진통도 우려된다. 통합재건축은 여러 개의 단지가 하나로 연합해 재건축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특별법은 여러 단지를 특별정비구역으로 묶어 재정비 사업을 추진할 경우 안전진단 완화 및 면제, 용적률 상향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물 들어올 때 노젓자"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 분당신도시 아름마을 5·6·7단지인 풍림·선경·효성아파트는 오는 10일 성남시의회에서 통합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위한 주민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정부의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관련해 통합재건축 추진을 위한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간담회에는 김기홍 국토교통부 분당신도시 정비 총괄기획가(MP)도 참석한다.
이들 단지는 1993년~1994년 준공된 노후 아파트로, 총 1634가구 규모다. 1993년 준공된 풍림아파트는 16개동, 876가구 규모다. 선경아파트는 총 5개동, 370가구 규모다. 1994년 준공된 효성아파트는 7개동, 388가구 규모다.국회의 1기 신도시 특별법 논의에 시동이 걸리면서 통합재건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게 현지 주민들의 설명이다.
분당구 정자동 한솔마을 1·2·3단지(청구·LG·한일)도 최근 통합재건축 채비에 나섰다. 각 단지 재건축준비위원회 소유주 주도로 특별위원회(TFT)를 구성, 통합재건축 논의를 시작했다. 분당에선 시범단지(삼성·한신, 우성, 한양, 현대)도 통합재건축 추진위를 꾸리고 활발히 활동 중이다. 시범단지를 합치면 7800가구의 매머드급 단지다.
■사업성 온도차로 주민갈등 우려
고양 일산신도시에서도 통합재건축 논의가 활발하다. 오는 11일과 24일 1·2차에 걸쳐 일산동구 강촌 1·2단지(1328가구), 백마 1·2단지(1578가구) 통합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는 통합재건축 주민 설명회를 연다. 단지는 1기 신도시 최초로 통합재건축 안전진단을 신청한 바 있다.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면 4500여 가구로 탈바꿈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일산 후곡마을 3·4·10·15단지(총 2564가구) 등이 통합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안양 평촌과 군포 산본, 부천 중동 등에서도 지하철 4호선 범계역, 평촌역, 산본역, 7호선 부천시청역 일대 단지를 중심으로 통합재건축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통합재건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각 단지별로 규모와 입지가 달라 용적률, 대지지분 등 사업성이 다른 만큼 향후 조합설립 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 갈등이 심화될 수 있어서다. 실제, 서울에는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다 사업성 문제 등으로 좌초된 사례도 있다. 서울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2021년부터 인근 화랑·장미아파트와 통합 재건축을 논의했지만, 한강조망권 등의 문제로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말 무산됐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특별법을 살펴보면 단독 재건축 보다 통합재건축을 유도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기존에 단독 재건축을 추진 중이거나 단독 재건축이 유리한 단지들도 상당수"라며 "향후 통합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 단지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