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 AGUSTA F3 675
F3 675(이하, F3)는 MV 아구스타가 최초로 선보이는 미들급 슈퍼스포츠로, 기존의 F4 시리즈와 더불어 자사의 슈퍼스포츠 라인업을 완성했다.
F3 675는 MV 아구스타 최초의 미들급 슈퍼스포츠
그러나 F3는 라인업의 확장을 넘어, MV 아구스타의 슬로건인 외형적 아름다움과 그로 인한 가치, 그리고 미들급 엔진에 특화된 운동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최고의 슈퍼스포츠를 목표로 설계되었다.
직렬 3기통에 관한 MV 아구스타의 추억
F3 675 에디션 모델 '세리에오로' 기념품
미들급 슈퍼스포츠인 F3 675는 직렬 3기통 방식을 채택하며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하지만 675cc라는 배기량으로 인해 트라이엄프 데이토나675의 엔진을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루머도 있었지만, 이는 곧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현재는 3기통 엔진이 트라이엄프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직렬 3기통 엔진은 MV 아구스타 레이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정도로 유서가 깊은 존재다.
1965년, 지아코모 아고스티니와 출전한 직렬 3기통 349.2cc의 레이스 머신
1965년 MV 아구스타는 월드 그랑프리 레이스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배기량 349.2cc의 직렬 3기통 엔진을 개발해 350 클래스에 투입했다. 이 때 함께한 레이서가 ‘지아코모 아고스티니’였다. 당시 지아코모 아고스티니는 1964년도에 데뷔한 신출내기에 불과했지만,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MV 아구스타에 영입됐다.
500클래스에 출전한 직렬 3기통 머신은 최고출력 78마력에 시속 261km의 최고속을 발휘한다
그 해 아고스티니는 350클래스에서 안타깝게 우승을 놓쳤다. 하지만 MV 아구스타는 직렬3기통 엔진의 가능성에 확신을 가지며, 이듬해 배기량 497.9cc의 레이스 머신을 500 클래스에서 선보였다. 이 새로운 3기통 머신은 12,000rpm에서 78Hp의 최고출력을 발휘하며, 최고속은 무려 261km으로 경쟁 머신에 비해 압도적인 성능을 발휘했다. 이 후 아고스티니는 500클래스에서 3기통 머신과 함께 6년 연속 월드 그랑프리 챔피언에 오르며, 전설의 서막을 알렸다.
직렬 3기통 엔진은 월드 그랑프리를 제패한 MV 아구스타의 막강한 유전자가 재현된 것임을 의미한다
결국 F3가 의미하는 상징성은 단순히 3기통 엔진의 채용만이 아니다. 월드 그랑프리를 제패한 막강한 유전자의 부활과 MV 아구스타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역사가 재현될 것이라는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역동성을 강조한 패밀리룩
절묘한 선과 면의 조합이 돋보이는 F3 675
F3 디자인의 특징은 유려함이다. 직선을 찾아보기 힘들만큼 곡선이 많이 적용됐다. 하지만 곡률은 상당히 적다. 곡선이지만 사실상 날카로움이 살아있는 직선에 가깝다. 그럼에도 곳곳에 역동성이 돋보인다. 한마디로 절묘한 선과 면의 조합이다.
직렬 3기통 엔진의 슬림한 폭이 더해져, 한층 가볍고 날렵해 보이는 프론트 페어링
앞모습은 ‘마시모 탐브리니’의 전통적 스타일이 적용됐다. 세로로 배치된 헤드라이트와 에어덕트의 형상은 유지하면서, 역동성을 강조한 라인 덕분에 F4에 비해 날렵해 보인다. 더욱이 슬림한 차폭으로 인해, 가벼운 미들급 슈퍼스포츠의 성격을 확연히 드러낸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측면이다. 675cc의 배기량과 직렬 3기통 엔진을 사용한 점을 십분 표현 한 것처럼, 세 가닥으로 나온 숏타입의 사일렌서가 측면에 배치된 것이 인상적이다.
탱크에서부터 리어로 연결되는 부분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매혹적이다
리어카울은 탄력적이다.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MV 아구스타의 특징처럼, F3 역시 볼륨이 선명하면서도 테일램프가 미려하게 자리했다. 무엇보다 탱크에서부터 시트, 그리고 리어카울로 연결되는 예각적인 라인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이다.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리어 테일램프
F3의 디자인은 형태와 기능 사이의 완벽한 균형을 추구하는 MV 아구스타만의 철학이 베어있다. 반면 미들급임에도 불구하고, 파츠마다 특유의 고급스러운 질감으로 인해 다부진 느낌이 강하다.
혁신적인 직렬 3기통 엔진
배기량 600~800급으로 구분되는 미들급 슈퍼스포츠에서 3기통 엔진은 철저히 배제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리터급에 비해 출력이 부족한 미들급인데, 3기통 엔진의 구조로는 콤팩트한 사이즈의 2기통 엔진의 폭발력과 4기통 엔진만의 고출력을 따라 잡을 수 없었다.
고회전에 보다 유리하도록 카운터 로테이팅 크랭크 샤프트를 적용한 F3 675의 엔진
하지만 배기량 675cc에 세 개의 실린더로 구성된 F3의 엔진은 기존의 3기통 엔진과는 다르다. 크랭크 축의 폭발간격이 커서 고회전에 불리한 3기통의 한계를 넘기 위해, 크랭크 샤프트의 회전방향을 역방향으로 돌려놓은 ‘카운터 로테이팅 크랭크 샤프트’(counter-rotating crankshaft)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린더는 79mm의 보어와 45.9mm의 짧은 스트로크를 적용하고, 압축비는 무려 13:1로 고회전 고출력에 유리한 구조를 갖췄다.
최대 15,000rpm까지 회전하는 F3의 직렬 3기통 엔진은 14,500rpm에서 128HP의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그 결과, 엔진은 최대 15,000rpm까지 회전하며 최고출력은 14,500rpm에서 128마력을 발휘한다. 마치 4기통과 같은 가속력을 지녔지만, 최대토크는 10,600rpm에서 무려 71Nm으로 직렬 3기통만의 두툼한 엔진 필링도 고스란히 보유했다. 다시 말해, F3의 직렬 3기통 엔진은 강력한 펀치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고회전 영역까지 거침없이 회전하는 혁신적인 동력성능을 갖추게 된 것이다.
다운 사이징으로 콤팩트한 엔진 크기를 실현했다
게다가 4기통 엔진에 비해 구성이 단순해져 무게와 크기를 더욱 줄일 수 있었다. 자연히 F3의 콤팩트한 엔진은 차체 앞뒤의 질량 비율을 정밀하게 배분해 회전관성을 최소화할 수 있어, 급격한 방향 전환이나 코너링에서도 안정적인 스티어링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4가지 모드로 엔진출력을 제공하는 MVICS와 8단계로 조절되는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한편 막강한 동력성능을 제어하는 ‘MVICS’(Motor & Vehicle Integrated Control System)가 적용돼 눈길을 끈다. MVICS는 통합 전자제어 시스템으로 라이더의 주행 상황에 따라 엔진출력을 4가지 모드로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이 시스템은 미들급 슈퍼스포츠 최초로 적용된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총 8단계의 레벨을 제공)과 연동돼 리어 타이어에 안정적인 출력을 전달한다.
가질 수 있는 너
F3는 MV 아구스타의 모터사이클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스틸 튜브 트렐리스 프레임과 알루미늄으로 주조된 모노 스윙암 조합을 그대로 적용했다. 덕분에 F4에서부터 비롯된 MV아구스타의 정체성이 그대로 이어지면서도, 기존의 미들 클래스와는 차원이 다른 유연성과 비틀림 강성을 확보했다.
프론트에는 마르조키(Marzochi)의 43mm 풀어저스트 타입의 포크를 채용하고, 리어 서스펜션은 압축과 리바운드, 그리고 프리로드까지 조절할 수 있는 삭스(Sachs)의 제품을 채용했다.
프론트 브레이크는 320mm 사이즈의 더블디스크와 브램보의 4피스톤 래디얼 마운트 캘리퍼를 장착했고, 리어에는 220mm 싱글디스크와 브램보의 2피스톤 캘리퍼를 채용해 서킷 주행에도 충분할 만큼 절대적인 제동력을 확보했다. 또한 마스터실린더는 사양은 다르지만, F4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된 일본의 니신(Nissin) 제품을 채용했다.
대부분의 미들급 슈퍼스포츠는 리터급 슈퍼스포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프레임의 강성이나 차체를 구성하는 파츠의 질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F3는 파츠의 사양만 낮을 뿐, 전자제어 시스템과 프레임의 질감은 리터급에 버금가는 완성도를 지녔다. 이제 라이더들은 ‘ART OF THE MOTORCYCLE’을 만끽하는 일만 남았다.
국내 소비자 가격: 2,3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