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추석 명절을 맞아 여러분의 가정에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와 도우심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오늘은 “심심한 사과를 드려서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말씀 드립니다.
“사흘 후에 심심한 사과를 올리겠습니다”라는 말을 4일 뒤에 찾아와 진지한 마음은 하나도 없이 심심하게 사과하겠다는 말로 이해한다면 이거 참 난센스가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지난 20일 한 웹툰 작가가 열기로 한 사인회 예약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와 관련해 주최 측이 카페에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는 공지문을 게재한 게 발단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이 댓글로 “제대로 된 사과도 아니고 심심한 사과라니 화가 난다”라고 적었습니다. 문제는 그 아래로 몇 개의 비슷한 댓글이 달리면서 사람들이 “초등학생도 이런 수준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영 씁쓸한 여운이 남는 것은 이유는 지난번에 사흘을 4일이라고 이해한 사람이 “네 평생에 사흘이 4일이 아니라 3일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라며 황당해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은 최근에 자주 발생하는 일인가 봅니다.
한 대학에서는 교수가 과제를 내고 기한을 금일까지라고 적었답니다. 그런데 금일을 금요일로 이해한 학생이 과제 제출 기한이 끝났다고 하니까 화를 내며 항의하면서 왜 아직 금요일까지 기한이 남았는데 마감했냐고 따진 것입니다. 그래서 교수님이 “금일은 금요일이 아니라 오늘까지란 뜻”이라고 말했더니 그 학생이 “말을 똑바로 해야지 굳이 못 알아듣는 용어를 쓰느냐 혼란을 일으킬 용어는 쓰지 말아야지”라고 했답니다.
이 정도 되면 요즘 세대들의 문해력을 고민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어느 특정한 사람들의 문제로 치부해야 할 일인지 염려가 안 될 수 없습니다. ‘심심(甚深)한 사과’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사과’, ‘금일 마감’은 ‘금요일 마감’, ‘고지식’은 ‘높은 지식으로 ‘사흘’은 ‘4일’로 이해하고 그럴 왜 모르냐고 하는 사람들에게 꼰대냐고 되려 반문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전자문서 시대가 도래하면서 많은 사람이 책을 멀리하고 유투브나 짤(짤방) 같은 단순한 자투리 문서에 만족하다 보니 확실히 깊이 있는 고서나 문학서는 점점 사람들 사이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식도 아주 얕은 정보 정도에 만족하고 인생을 고민하거나 진지하게 곱씹어 보는 노력은 하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는 어떤 방송 제목처럼 “지대넓얕(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오히려 주목을 받습니다. 깊이 보다는 넓고 얕은 어슴푸레하게 이해만 하고 넘어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조금만 어려운 단어를 써도 이해를 비껴가서 오해에 이르는 것입니다. 물론 신세대들은 그러면 당신들은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들을 다 이해할 수 있느냐고 한다면 별 할 말이 없습니다. 하루에도 몇 개씩 만들어지는 신조어를 어떻게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킹받다(열받는다)” “점메추(점심 메뉴 추천)” “억텐(억지로 텐션 올리기)” “어쩔티비(어쩌라고 가서 티비나 봐라)” “군싹(군침이 싹도네)” 이런 단어를 만난다면 이건 거의 외국어 수준이 아닙니까? 하지만 하나의 단어로 인정되어 국어 대사전에 오르지 않은 신조어들을 우리가 다 알아야 할 필요도 이유도 없습니다. 점점 세상은 모든 것을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그 내면을 들여다보거나 의미를 되새겨보는 개념이나 원칙 혹은 진지한 삶의 적용 같은 것을 거추장스러워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용하는 단어들도 감각적입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는데 과연 시 한 구절을 붙들고 달나라에도 가보고 별나라에도 가보던 그런 짜릿하고 낭만적인 시절이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