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흉내지빠귀는 참새目 개똥지빠귀科의 새로서 다 자라면 몸길이가 25㎝가량 되고 색깔은 참새와 비슷
한 회갈색이다. 다른 새들의 노래를 잘 따라 부르기로 유명하며, 새들뿐만 아니라 양서류나 곤충의
울음소리, 심지어 마룻장이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비롯한 모든 의성어까지 흉내낼 수 있다. 조류 가운
데 노래를 부르는 새들은 조류의 절반인 4000종 내외에 이르지만, 흉내지빠귀처럼 모든 소리를 흉내
낼 수 있는 조류는 그리 많지 않다.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도 금방 배워서 따라하는데, 주인이 사용하
는 언어뿐만 아니라 모든 언어를 다 따라할 수 있다. 인간에 비해 1천분의 1도 안 되는 뇌에 어떻게
그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을까?
봄이 무르익어 산란기가 되면 흉내지빠귀는 가장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부리를 하늘로 높이 치켜든
채 기운차게 긴 꼬리를 흔들며 한껏 우렁찬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주변의 흉내지빠귀들에게 자신
의 영역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활기찬 새답게 흉내지빠귀의 노래는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계속된다.
이때 어떤 흉내지빠귀는 여러 가지 다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여러 마리의 흉내지빠귀가
이 지역을 차지하고 있으니 다른 놈들은 접근하지 말라는 교묘한 속임수 엄포다. 미국인들이 흉내지
빠귀를 유별나게 좋아하는 이유는 이처럼 적극적으로 삶의 터전을 지키고자 하는 녀석들의 방식이
자신들의 개척정신과 닮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흉내지빠귀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흉내지빠귀 가운데는 사람의 콧물 훌쩍이는 소리, 가래침 뱉는
소리 등을 흉내내어 불쾌감을 자아내는 녀석들도 있기 때문이다. 욕쟁이들에게는 그가 내뱉는 걸쭉
한 욕을 목소리까지 똑같이 그대로 되돌려주기도 한다. 흉내지빠귀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
람들은 흉내지빠귀의 노래 실력조차 남의 곡조를 훔쳐서 따라하는 좀도둑에 불과하다고 혹평하기도
한다. 하긴 흉내지빠귀가 박새나 앵무새의 노래를 그 새의 목소리와 똑같이 따라 부르는 걸 듣고 있
노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터.
19세기 초, 흉내지빠귀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애완鳥였다. 미국의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도 흉내지빠귀를 애완조로 길렀다. 그가 기르던 흉내지빠귀의 이름은 딕이었는데, 제퍼슨이 어딜 가
든 졸졸 따라다녀서 방문객들로부터도 큰 사랑을 받았다. 값도 애완조 가운데 가장 비싸서 10~15달
러가량 되었다고 하는데, 요즘 한화 가치로 치면 20만 원쯤 되는 모양이다. 흉내지빠귀는 아메리카대
륙에만 분포하여 관련된 일화들을 많이 남겼다. 흉내지빠귀는 갈라파고스제도에도 섬마다 다른 형태
로 진화한 채 서식하고 있어 다윈의 진화 연구에도 일조했다.

제퍼슨 대통령이 기르고 있는 흉내지빠귀 딕의 명성이 자자해지자 조지타운대학에 전문가 180여 명
이 모여 토론회를 벌이기도 했다. 딕처럼 모든 소리를 자유자재로 내기 위해서는 소리를 흉내내는 능
력과 음향정보를 자기 음성으로 재현하는 능력을 동시에 갖춰야 하는데, 새가 과연 그런 능력을 갖췄
겠느냐 하는 것이 토론의 주제였다. 그때까지 학계에서는 그만한 능력을 가진 동물은 사람과 돌고래
외에 새들 가운데서는 앵무새 등 극히 일부뿐이라고 알고 있었다. 토론은 흉내지빠귀가 분명 사람과
유사한 인지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학자와 그렇지 않다는 학자가 반반씩 갈린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
산하의 여러 위원회처럼 좀더 연구해보자는 선에서 용두사미로 끝났다.
흉내지빠귀의 다양한 흉내내기 실력이 유전적으로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흉내지빠귀는 사람이 언어를 배우는 것과 동일한 과정을 거쳐 소리와 노래를 익히는 것으로 밝혀졌
다. 직접 소리를 내보고 아니다 싶으면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연습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흉내지빠귀
도 언어와 음악 등 인간이 구사하는 가장 복잡한 기술을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터득한다는 얘기다.
즉, 모방의 과정을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다. 어쨌든 흉내지빠귀의 뇌에 유전적으로 이러한 특수 능력
이 저장되어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최근 MRI를 통해 흉내지빠귀가 모든 소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비밀의 일부를 밝혀냈다. 척
추동물은 기관이 기관지로 갈라지는 곳에 자리잡고 있는 명관(鳴管)을 이용하여 소리를 내는데, MRI
를 통해 흉내지빠귀의 명관 구조를 확인한 것이다. 흉내지빠귀의 명관은 양쪽 막이 서로 다르게 진동
하기 때문에 왼쪽으로는 낮은 음을, 오른쪽으로는 높은 음을 낼 수 있어 모든 소리를 자유자재로 구
사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높낮이가 다른 두 음을 동시에 낼 수도 있으며, 소리의 크기와 속도를
빠르게 바꿀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흉내지빠귀가 그 명관을 100% 활용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인지능력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추정된다.

흉내지빠귀 가운데는 다른 새들이 볼 수 없는 관목 숲에 들어가 혼자 노래를 부르는 친구도 있다.
“저 흉내지빠귀는 무슨 까닭으로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 숨어서 노래를 부를까요?”
「새들의 천재성」의 저자 제니퍼 애커먼의 질문에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의 조류 전문학자 로렌 리터
스 박사가 명쾌하게 대답했다.
“사람이 샤워를 하면서 혼자 노래를 부르는 습성과 마찬가지지요.”
출처:문중13 남성원님 글
첫댓글 며칠째 계속인 추위 탓으로 한방 침을 기다리지 않고 금방 맞고 왔습니다. 래원을 하는 나이 많은분들이 추위에 외출을 삼가한 것이라 간호사가 귀뜸을 해 줍니다. 방에서 움추린 왜소가 당연하지만 그나마 실내 맨손체조라도 하시며 추위를 잘 견디어 내시기 바랍니다.마스크 귀마게 까지 하고 야탑역까지 매일 걷고 있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요.
강추위에 항상 건강 조심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