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카테고리 이동 kimkwangsooblo 검색 MY메뉴 열기 사진 장날 프로필 별명없음 2015. 7. 15. 17:00
이웃추가본문 기타 기능 장 날
오늘이 충주 풍물장이 서는 날이다. 장날은 상설장이 있는가하면 5일마다 한 번씩 장이 서는 5일장이 있다. 충주 풍물시장은 바로 5일장에 해당된다. 날자는 5일. 10일인데. 매월 6번씩 5일장이 선다. 옛날에 교통이 불편할 때에 지역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거점지역에 전국의 상인들이 모여 1일 점포를 열면 인근에 살고 계시는 사람들이 1~2십리를 걸어서 장보기를 하는데 그간 살아오면서 비축하였던 농축산물을 팔아 가용에 쓰기도 하며, 생활에 필요한 생활용품과 영농에 필요한 용품 등도 여기서 구입한다. 그러니 정말로 중요한 날이다. 모든 문제를 이곳에서 해결하니 마치 멕가이버식 역할을 톡톡히 한다.
초등학교 시절 어머님 따라 십리나 되는 장구경하로 나선 적이 있다. 겨울방학에 날씨는 어찌나 추운지 비포장 차도를 걸을 때는 간혹 지나는 버스며 터럭들이 지나게 되면 뽀얀 먼지가 숨이 막히도록 길게 띠를 이루고 있는데 거기다가 추위 까지 덮쳐 정말로 고통스러운 길이었다고 기억된다. 하얀 입김을 토해내면서 짧은 다리로 따라가기도 힘에 겨웠다. 똑바로 곧은길이 1km도 넘는 도로를 걸을 때는 칼바람이 옷깃을 헤집고 들어와 덜덜 떨면서 따라가기도 힘겨웠다.
벌써 장터에는 많은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가장자리에는 점포들이 나란히 널어서 있고 안쪽에도 장옥이 두 줄인지 세 줄인지는 기억에 없지만 그곳에서 온갖 물품들을 판매하는 사람과 사려고 하는 사람들이 밀고 당기면서 흥정을 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은 학교 운동회 말고는 처음인 듯하다. 옆집 아저씨도 뒷집 어른들도 보였다. 모두가 한 마을에 살면서 아침저녁마다 보는 어른들이었다. 이것저것 장보기를 하고 집에 도착하니 어둠의 그림자가 앞 반변천에 길게 드리우고 있었다. 그날 일로 밤새 열이 오르고 감기가 들어 고생하였던 일들이 내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든 모양이다. 반세기가 훌쩍 지났지만 희미한 기억으로 남아있으니 말이다.
요사이는 각 도시마다 대형 자본을 배경으로 백화점이니 마트니 하는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는 매장들이 줄줄이 들어오니 기존의 재래 상설시장과 5일장들은 존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에서도 재래시장 살리기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그들을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매장 현대화에 국비보조를 하고 환경개선을 하였다. 또한 상인들의 의식개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시행한다고 한다. 눈비를 피하기 위한 아케이드공사에 기하급수적인 투자를 하여 보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란다. 시장마다 상품권을 개발하여 저렴하게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여건들을 갖추어가지만 어림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용객들도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는 사람들은 젊은 층들이고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 주로 이용 한다. 이러한 재래시장이 언제 까지 존재할 것인지 에는 예측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나는 간혹 재래시장을 구경하로 간다. 그곳에 가야만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고, 민초들의 애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심이 무엇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각지에서 오는 손님들의 이야기가 모여 여론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선출직에 도전하는 분들은 대다수가 첫 번째로 방문하는 곳이 시장이다. 그 곳에서 주민의 여론을 파악하고 선거 전략을 짜기 위함이라 생각된다. 이런 곳이 재래시장인데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는 데 언제 다시 일어설는지 관심이 갈 수밖에 없구나. 오늘도 5일장에서 옛 기억을 되살리면서 약 콩을 한 되 구입하고 돌아왔다. 상생의 최고의 미덕이라 솔로몬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